병원의 사생활 - 수술대 위에서 기록한 신경외과 의사의 그림일기
김정욱 지음 / 글항아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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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세상은 한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를 잘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아니 이건 예전에도 그랬던가. 여러 가지를 하고 그 안에서 더 잘하는 걸 했을지도 모르겠다. 난 한가지도 잘 못하는데.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여러 가지를 다 해도 그러지 않는 사람은 이것저것 하기 어렵겠지. 난 아주 좋아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조금 달랐을까. 생각나지 않는다. 나도 어렸을 때는 아주 조금은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을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하기 싫고 잘 못하는구나 한 거겠지. 잘 못해서 못하겠다고 한 건지 관심이 없어서 못한다고 한 건지. 이 책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아니 내가 책을 보면서 한 생각은 아닌 듯하다. 그냥 쓰다보니 이렇게 생각했다.

 

 한국에서 의사고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가 그런 글을 자주 만나지 않은 것일 뿐이고 적지 않겠지. 정신과 의사가 쓴 게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 그것도 있다는 것만 알고 별로 읽지 못했다. 다른 나라 사람이 쓴 것도 그렇게 많이 못 봤다. 의사는 어쩐지 그림이나 글과 멀 것 같지만 이건 잘못된 생각이겠지. 의사도 공부할 때 그림을 그린다. 그건 의사가 아니고 의과대학생인가. 의사가 되고도 공부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조금 다르다 해도 평범한 사람도 평생 공부해야 한다. 공부는 학교에 다닐 때만 하는 게 아니다. 늘 공부해야 생각한다면 겸손할 텐데. 누구한테나 배울 점이 있다는 걸 알고 가진 사람이 못가진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으면 좋겠다. 왜 이런 말로 흘렀지. 무언가를 알면 알수록 자신이 아는 게 얼마나 적은지 알게 된다. 책도 읽으면 읽을수록 만나봐야 할 게 많다는 걸 알지만, 한사람이 평생 볼 수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을 쓴 김정욱도 말했지만 나도 신경외과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른다. 전에 한번 신경외과 의사가 쓴 책을 봤으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거기에서 본 건 뇌수술이나 뇌종양에 걸린 사람 이야기였다. 주로 뇌를 보는 곳이 신경외과다. 여기에서 뇌와 척수로 나뉠까. 외과 가운데서도 신경외과가 가장 힘들고 의사가 적다고 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도 무척 힘들어 보인다. 잠도 잘 못 자고 집에도 거의 못 간다. 아예 집에 안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도 있지만 공무원처럼 정해진 시간 동안만 일하고 돈은 아주 많이 받는 사람도 있다. 프리랜서 의사로 자신은 실패하지 않는다 한다. 그건 만화가 원작이어서 지나친 면이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데즈카 오사무가 그린 <블랙 잭>에 나오는 의사 블랙 잭도 실력이 무척 뛰어나지만 돈을 아주 많이 받는다), 실제 그런 의사 있어도 괜찮겠다. 돈은 좀 적게 받고. 난 병원에는 잘 가지 않는다. 아픈 데가 없어서 그렇구나. 앞으로도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어딘가 아프면 그냥 살다 죽고 싶다. 돈 들고 힘든 수술을 하는 것보다.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옛날 사람은 병원에 잘 안 간 것 같은데. 그러고도 잘 살지 않았나. 병원, 의사가 있어서 산 사람도 많지만. 살았다기보다 목숨을 조금 더 이었을 뿐이다. 사람은 다 언젠가는 죽는다.

 

 바쁘게 지내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게 김정욱한테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자신이 하는 일을 제대로 마주하고 아픈 사람이나 함께 일하는 사람도 더 잘 봤겠지. 김정욱은 좋은 의사가 될 것 같다. 벌써 의사구나. 아직 더 경험을 쌓아야겠지만. 김정욱은 의대에 들어가고 인턴이 됐을 때도 수술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신경외과 의사가 되었다. 사람 일은 그렇게 처음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한다. 자신이 한 결정이 옳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한 듯하다. 그건 앞으로도 가끔 할까. 안 하는 게 나을까. 아픈 사람이 죽은 걸 보호자한테 말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 그런 일은 앞으로도 겪겠다. 힘든 일이 더 많겠지만 거기에서 좋은 것도 찾았으면 한다. 지금도 찾고 있겠구나. 병이 아닌 사람을 보기를 바란다. 의사한테 많은 걸 바라면 안 될까.

 

 의사가 아픈 사람을 낫게 하지만 자기 몸은 잘 모르기도 한다. 일이 바쁘고 힘들어서 자기 몸을 잘 생각하지 못하는 거겠지. 의사기에 자기 몸을 잘 돌봤으면 한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거 멋지지만, 이제는 그런 것만 바라는 세상이 아니다. 의사뿐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한테도 친절을 베풀 거다. 그렇다고 억지로 웃으라는 건 아니다. 웃지 않아도 따스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면 상대도 그 마음을 알 거다. 그런 의사가 많아지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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