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지음 / 시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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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는 시집을 읽고 그것에 대해 써 본 적이 없어. 시집 한 권에 들어 있던 시도 다 좋았다고 말하기 어려워.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는 시는 있었어. 그렇다고 그 시에 대해 무엇인가 쓴 적이 있느냐고 한다면, 그런 적도 없어. 마음에 들고 좋으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무엇인가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말이야. 많이 써 본 것은 아니지만, 몇 해 전에 노래 제목으로 이야기를 써 본 적이 있다는 게 떠올랐어. 그래서 언젠가 시집을 읽는다면 시 제목으로 시를 쓴다거나 이야기를 써 보는 것은 어떨까 했어. 여러 번 읽다보면 무엇인가 하나라도 떠오르지 않을까 했던 거야. 솔직히 말할게. 내가 이 시집을 읽은 것은 겨우 두 번이야. 한 번 더 읽어보려다가 멈추고 이런 말을 쓰고 있어. 별로 애쓰지도 않았다고 할 수 있어. 더 읽어도 생각나는 게 없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언젠가는 앞에 쓴 거 해 보고 싶어.

 

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보니, 내가 시집을 빨리 읽어버려서인 것 같아. 시는 소설보다는 짧아서 빨리 읽어버리잖아. 하지만 시는 소설보다 더 천천히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어느 순간 시 한줄이 마음을 울릴 때도 있지만, 나는 그런 시말이 있는 시를 좋아해. 어느 시인도 그런 말을 했어. 한줄이라도 마음에 와 닿는다면 좋은 시라고. 자신한테 좋은 시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 이 시집은 제목부터 마음에 와 닿아서 좋지.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는 말. 이 말 보고 고개 끄덕이지 않을 사람 없을 것 같아. 아니, 그것보다 마음 놓는 사람이 많으려나. 나는 어느 쪽일까. 나는 마음 놓은 쪽이야. 왜냐하면 나는 나만 늘 혼자고 쓸쓸한가보다 생각한 적 많거든. 나한테 친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다들 외로워하지 않고 잘 살아가더라구. 다행하게도 나도 예전만큼은 아니야. 혼자라는 것을 좋아하게 됐거든(본래 혼자서 뭐든 했구나).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쓰고 나서는 그런 마음이 적어졌어. 책을 읽고 쓰기까지 하니 쓸데없는 편지를 쓸 시간이 줄어든 거지. 그렇다고 내가 편지에 쓸쓸하다는 말을 적었던 것은 아니야.

 

시는 한편이 이야기 한편이라 할 수 있잖아. 많은 시를 한꺼번에 봐 버려서 쓸 게 떠오르지 않은 듯해. 한편이라도 잘 보면 좋을 텐데.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내어주는 시,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시(이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인지도),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음을 비우고 기도하는 시, 어머니 아버지를 떠올리는 시, 혼자임을 즐기라는 시……. 내가 쓴 것은 이것밖에 안 되지만 시인은 이런저런 감정을 노래하고 있어. 갑자기 시인이 말하는 가을은 삶에서 맞는 가을이라는 느낌이 들어. 그때쯤에는 많은 것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나이를 많이 먹으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말 같기도 해. 이 시집이 보고 싶어질 정도의 말을 써야 했는데. 어때, 이 시집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 들었어. 그런 마음이 들었다면 좋을 텐데.

 

 

 

 

삶이 나를 불렀다

-푸른 바람이 불었지

 

 

 

푸른 바람이 불 때면 생각한다

정말 잘한 일인가, 하는

이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데

나는 오랫동안 이 세상에 나오려 하지 않았다

엄마 배 속은 아주 조용하고 편안했으니까

그곳에는 나를 해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기가,

그것도 엄마 배 속에 있는 아기가 어떻게 그런 것을 알았느냐고 묻는다면,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열일곱 달이 지나고,

또 하루하루가 지나가자 숨 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더 버텨보려 했다

숨이 거의 끊어져갈 때

나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는 나를 이 세상으로 이끌어주었다

그래, 그때도 푸른 바람이 불었다

 

 

*<삶이 나를 불렀다>(110쪽) 는 시 제목으로 쓰다

 

 

 

희선

 

 

 

 

☆―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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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보낸 아홉해

(달에서의 9년, 스위트피)

 

 

 

내가 달에서 아홉해를 살았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내가 달에서 살았던 적이 있나 싶다. 하지만 나는 정말 달에서 아홉해를 살았다.

 

풀 한포기 없는 사막 같은 곳에서 어떻게 아홉해를 살 수 있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가끔 꿈을 꾼다. 여전히 달에서 살고 있는, 그러면 무서운 꿈이라도 꾼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일어난다. 무척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느 하루 좋았던 날이 있기는 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어린왕자를 달에서 만난 날이다. 어린왕자를 쓴 사람은 내 이야기를 빼놓았다. 어쩌면 어린왕자가 말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와 어린왕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함께 있기만 했다. 누군가와 말하고 싶었던 나였는데, 말하지 않아도 기분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느끼기 어려운 것이다.

 

달에서는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어쩌면 내가 계산한 시간이 아홉해가 아닐 수도 있다. 지구에 와서 스위트피 노래 <달에서 9년>을 듣고 나도 아홉해를 살았던 것이라고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스위트피도 달에서 살았던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스위트피와도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달에서 살아본 사람은 말보다는 마음으로 말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달은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게 해주는 곳이다.

 

달에서 바라본 지구는 무척 아름답지만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은 조금 힘들다. 그렇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달에서 사는 것보다는 많은 일이 일어나는 지구에서 사는 것이 더 재미있다.

 

 

 

 

 

 

 

종이비행기(델리스파이스)

 

 

 

종이비행기, 제목은 정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종이비행기에 소원을 적어서 날리는 소년, 아니면 친구를 그리는 소녀……. 이런 이야기는 다른 사람도 썼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종이비행기한테 물어보기로 했다.

 

눈을 감고 종이비행기한테 마음으로 말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나는 그저 종이비행기라는 글자한테 물어보았다는 것을.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잘 안 될 줄 알았는데 작은 종이비행기가 내 손에서 태어났다.

 

"종이비행기야 반갑다."

 

작은 종이비행기는 수줍은 듯 말했다.

 

"나도 반가워."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

 

"뭔데……?"

 

"나는 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어떻게 쓰면 좋을까?"

 

종이비행기는 오래 생각했다. 뭔가 떠올랐는지 천천히 말했다.

 

"내가 종이비행기면 하늘을 날 수 있겠지? 나를 높은 곳에서 날려보내줘. 날아다니면서 본 거 너한테 말해줄게."

 

나는 놀랐다. 종이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는 있지만 오랫동안 떠 있지는 못한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나한테 돌아올 수 있단 말인가? 이 말은 해줄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종이비행기는 자신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종이비행기를 날려주기 위해 산으로 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늘을 나는 것일 테니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날게 해주고 싶었다.

 

"종이비행기야, 날아다니면서 본 거 나한테 꼭 말해줘."

 

"그래, 그리고 고마워. 내가 하늘을 날 수 있게 도와줘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을 타고 날 수 있게 종이비행기를 살짝 놔주었다. 날다가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꽤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반짝하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

 

나는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았다. 종이비행기는 산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스스로 날 수 있는 세계로 넘어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종이비행기는 아직도 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당신 앞에 하늘을 나는 종이비행기가 나타나면 어떤 모험을 했는지 물어봐주기 바란다.

 

 

 

 

 

 

 

달려라 자전거(델리스파이스)

 

-달리고 싶은 자전거

 

 

 

나한테는 꿈이 있어요. 그것은 힘차게 달리는 거예요. 그렇지만 혼자 달릴 수는 없답니다. 누군가 페달을 밟아주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자전거 가게에 있어요. 나를 타고 달려줄 아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 둘 다른 동무들은 아이들이 데리고 가서 힘차게 달리는데 나는 오랫동안 서 있었어요. 나한테는 바퀴가 좀 많답니다. 그렇다고 아주 어린 아이가 타는 자전거는 아니예요. 중심 잡기 힘든 아이가 탈 수 있게 만들어졌어요. 언젠가는 그런 아이가 내 앞에 나타날거라고 믿어요.

 

"준호야, 이제 자전거 타면서 다리 운동 열심히 해야 해."

 

"……."

 

목소리에 눈을 떠서 보니 엄마와 아이가 있었어요. 아이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얼굴이 어두웠어요.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자전거를 사주면 무척 좋아하는데……. 아이가 한쪽 다리를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을 곧 알아봤습니다. 더 어렸을 때는 걷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아이가 나를 좀더 편하게 탈 수 있게 조금 고쳐야 했어요. 나도 이제 달릴 수 있다 생각하니 무척 기뻤어요. 아이가 나를 좋아해주면 좋겠습니다.

 

 

 

 

준호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어요. 엄마가 유치원에 갔다 오면 나를 타라고 말했는데 안 타고 끌고만 다녔습니다. 그렇게 한다는 것을 엄마가 알았지만 준호한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요.

 

준호가 나를 한번도 타지 않은 것은 아니예요. 나를 데리고 온 첫날 타봤는데 다리에 힘이 없어서 페달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잘 했다고 말했어요. 자주 연습하면 다리에 힘이 들어갈거라고 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유치원에 갔다 온 준호는 나를 끌고 집 밖으로 나왔어요. 도시가 아닌 시골이어서 차들은 다니지 않았습니다. 나를 타고 달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천천히 끌어주는 것도 나름대로 좋았어요.

 

"준호 오빠, 뭐 해?"

 

예쁘게 생긴 작은 여자아이가 준호한테 말했어요. 준호 얼굴은 빨개졌어요.

 

"오빠, 나 뒤에 태워줘."

 

"…… 싫어!"

 

준호는 화난 사람처럼 크게 말했어요. 여자아이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그런 여자아이를 본 준호도 어쩔 줄 몰라했어요. 그냥 모른 척하고 나를 끌고가다 뒤돌아서서 말했어요.

 

"은영아, 내가 자전거 타는 거 연습 많이 해서 나중에 태워줄게."

 

"……."

 

 

 

 

은영이와 길에서 마주친 뒤부터 준호는 나를 끌고 다니지 않았어요. 다리에 힘은 없었지만 페달을 돌리려고 했습니다. 아직은 천천히 달리지만 언젠가는 바람을 가르며 달릴 거예요. 그때는 뒤에 은영이가 타고 있겠죠.

 

 

 

 

 

말 그대로 옛날에 쓴 이야기다

그냥, 오늘이기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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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0 0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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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3 0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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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오브리 생각하는 책이 좋아 7
수잔 러플러 지음, 김옥수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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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저와 가까운 사람이 병이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일은 없습니다. 이 말 쓰다보니 떠올랐습니다. 아주 없지는 않았다는 게.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자주 만나지 않아서 가깝다고 할 수 없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바로 떠올리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얼마전에 잠깐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외사촌 동생 둘이 어렸을 때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아이들 누나며 언니인 사촌하고는 잠시 편지를 나눈 적도 있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그때 사촌한테 아무 말도 하지 못했군요. 어려서 그랬을 테지만, 지금이라고 슬픈 일을 겪은 사람한테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그런 슬픔은 누군가와 함께 나누기 어려울 겁니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모르는 척하는 것도 안 될 것 같군요. 한동안은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다음에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주면 좋겠죠. 식구 가운데 누군가가 죽으면 남아 있는 식구들이 그 아픔을 함께 나누면 조금 괜찮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여기에 나온 오브리 엄마가 그랬습니다.

 

오브리 아빠와 동생은 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차 안에는 엄마도 오브리도 있었습니다. 엄마와 오브리는 살았던 거죠. 그런데 엄마가 오브리를 혼자 놔두고 집을 나갔습니다. 오브리가 집에 혼자 있을 때 느낀 슬픔, 무서움 때문에 앞부분을 볼 때는 아주 우울했습니다. 오브리 혼자 있는 집에 외할머니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오브리는 외할머니 집에 가서 살게 됩니다. 그곳에서 오브리는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를 사귑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아팠습니다. 브리짓과 브리짓네 식구들은 오브리한테 잘해주었습니다. 오브리는 브리짓네 식구들을 보며 동생과 아빠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가 되기도 했죠. 할머니가 오브리한테 할머니도 슬프다고 말했어요. 오브리는 할머니가 어떤 마음인지는 잘 몰랐거든요. 할머니 말을 듣고 오브리는 엄마도 힘들었을거라 생각하게 됩니다. 오브리 엄마가 집을 나간 것은 자신만 없으면 다른 세 식구가 그곳에서 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입니다. 일어나버린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여겼거든요. 오브리는 엄마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오브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엄마는 상처에서 도망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할머니가 엄마를 찾아냈습니다. 엄마는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일도 하게 되자 다시 오브리와 함께 살고 싶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어른은 멋대로네요. 자기가 힘들 때는 제대로 안 봤으면서, 조금 나아지자 욕심을 내다니 말입니다. 오브리는 엄마와 함께 살기를 바라지만, 할머니 그리고 브리짓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브리는 잠시 더 할머니 집에서 살기로 합니다. 결국에는 엄마와 살겠죠. 오브리도 그랬던 적이 있지만, 엄마가 더 자기 아픔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오브리는 친구를 만나고 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을 봅니다. 자기 안에 갇히지 않은 거죠. 상담 선생님이 말한대로 편지도 씁니다. 보내지는 못한다 해도 그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누군가한테 말로 할 수 없다면 편지를 써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픔은 마음 안에 가둬두면 곪아서 더 안 좋아집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은 참 아픈 말입니다.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런 일이’ 하며 잠시 우울해합니다. 안타까워하는 것은 잠시고 다른 때와 다르지 않게 살아가게 되더군요. 하지만 식구들은 그렇게 못하겠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슬픔을 추억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의 슬픔과 바로 마주보려 한 오브리처럼.

 

 

 

희선

 

 

 

 

☆―

 

“너희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 나는 너무 아팠어. 온몸이 무너지는 것 같았던 느낌이 떠올라. 온몸이 무너지면 아침에 일어날 필요도 없을거라고 생각했어. 침대에서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집 안을 청소하는 게 너무나 힘들었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러던 참에 나한테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어떤거요?”

 

“나한테 소중한 다른 많은 사람들,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물론 그 누구도 너희 외할아버지를 대신할 순 없어. 하지만 결국 나는 침대를 벗어났어. 너를 위해.”

 

“나요?”

 

“그래, 너, 우리 아가. 너를 비롯한 다른 많은 우리 아가들, 우리 아이들 그리고 손자 손녀들. 너희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동시에 잃게 만들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침대를 벗어났어. 집을 청소했어. 크리스마스트리랑 선물을 사고, 칠면조를 굽기 시작했어.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너희 모두가 여기에 다시 찾아왔어. 더 이상 우리 집은 텅 빈 집이 아니었어. 그리고 내 삶도 텅 비지 않았어. 내 삶은 끝나지 않았어.”  (102~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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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0 08: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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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3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갈림길 - 누구나 생애 한 번은 그 길에 선다
윌리엄 폴 영 지음, 이진 옮김 / 세계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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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되려면 타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빅터 프랭클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자신이 바라는 일이나 식구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겠죠. 누군가를 위해서, 하는 말이 참 좋은 것 같은데 정말 좋은 걸까요. 때로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하잖아요. ‘내가 이렇게 돈을 버는 것은 모두 너를 위해서다’ 고. 거기에서 너는 아이와 배우자일 때가 많겠죠. 그나마 식구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좀 나은 편입니다. 누구도 믿지 못하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성공한 삶은 부동산 개발, 주식 투자, 사업 다각화로 재산을 늘린 것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여기에 나오는 앤서니 스펜서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크리스마스 캐럴》(찰스 디킨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책으로는 읽어본 적 없습니다. 제가 이 말을 해서 이 책 《갈림길》에서 말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여러분이 먼저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지금 마음속에 떠올랐나요. 갑자기 《크리스마스 캐럴》과 이 책을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책을 읽지 않아서 그렇게 못하겠네요. 읽었다 해도 못했을 겁니다. 기적은 크리스마스에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이 책 속에서 일어난 일 또한 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한테는 참 안 좋은 버릇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한테 어떤 일이 닥쳐야 자기 삶을 되돌아본다는 겁니다. 토니(앤서니 애칭) 또한 그랬습니다. 귀신이 나타나 스크루지한테 지난날, 지금 그리고 앞날을 보여주는 것과는 다릅니다. 토니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었을 때 만난 사람은 예수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스크루지한테 나타난 귀신도 하나님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사실 저는 스크루지가 왜 돈만 버는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나왔을 것 같은데.(앞에서 쓰지 못하겠다고 하고는 스크루지에 대해 썼군요) 토니가 왜 돈만 많이 벌게 되었는지는 조금 압니다. 토니는 사람보다 돈을 믿었던 것은 아닐까 싶군요. 토니는 남동생이 하나 있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토니는 신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형제만이 남게 되면 더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데 토니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토니는 동생 제이크도 경쟁자라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군요. 토니는 결혼을 하고는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얻었는데, 아들이 어렸을 때 병으로 죽었습니다. 이 일은 토니한테 아주 슬픈 일로, 토니가 아무도 믿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믿지 않게 되었다보다는 세상한테 마음을 닫았다고 해야 할까요. 토니는 상처받는 게 무서워진 겁니다. 딸을 잃지 않기 위해 딸을 멀리 하게 되었거든요.

 

정리가 잘 안 된 것 같군요. 토니는 죽음이 끝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누구와도 관계맺기를 바라지 않았죠. 토니가 다운증후군인 캐비 몸에 들어가고, 캐비 둘레에 있는 사람과 만나고는 알아갑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죽음이 끝이 아닌 것도. 마음을 닫고 혼자 지내는 것보다는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는 게 더 좋겠죠. 아니, 토니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했을 때도 사실 토니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토니 곁에는 늘 하나님이 있었습니다. 토니가 보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거죠. 어디에선가 본 적 있는데 하나님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하나님, 예수, 성령이 나온다고 해서 종교와 상관이 있는 것인가 할지도 모르겠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신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신도 종교와 뗄 수 없는 것이군요. 자신이 믿는 무엇인가 라고 하면 어떨까 싶네요.

 

지금 앞만 보며 달려가고 있는 분한테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앞만 보고 달려본 적이 거의 없어서 열심히 사는 분들한테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세상은 열심히 사는 20%의 사람이 이끌어간다고도 하잖아요.(이것은 개미도 그렇다고, 어쩌면 벌도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열심히 돈을 버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만 하다가 옆사람이나 식구 얼굴을 못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아주 가끔은 쉬기도 하면서 친구도 만나고 식구들과 이야기도 나누시기 바랍니다. 어느 순간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산 거지 하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이렇게 쓰는 것은 쉽지만 그렇게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애써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한테 배신당해서 사람을 믿기 어려운 분도 보시기 바랍니다. 배신이라기보다 누군가 때문에 마음 아팠던 분이라고 해야겠네요. 세상에는 다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 대가없이 사랑을 나누는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가 믿어야 하는 것은 바로 그거죠.

 

 

 

희선

 

 

 

 

☆―

 

“아, 당신이 알아야 할 건 이겁니다. 모든 존재의 핵심에는, 나를 내어주고 남을 중심에 놓는 사랑 곧, ‘하나됨’이 있다는 겁니다. 그 무엇도 그보다 더 깊고 더 단순하고 더 순수할 수는 없지요.”  (103쪽)

 

 

“믿을 사람이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고 생각하게 되면 당연히 벽이 필요하지. 악을 물리치기 위한 자기 방어의 벽. 그런데 그 벽 안에 악이 있어. 처음엔 자넬 지켜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 자넬 파멸로 몰아가는 거야.”  (305쪽)

 

 

“믿음에는 모험이 따르죠. 관계에도 언제나 위험이 따르고요. 하지만 결론이 뭔지 아세요? 관계가 없다면 이 세상은 아무 뜻도 없어요. 어떤 관계는 다른 관계보다 좀 더 엉망이고, 어떤 관계는 오래가지 않고, 또 어떤 관계는 힘들어요. 반대로 어떤 관계는 쉽기도 하죠. 어찌 되었든 그 모든 관계가 다 소중해요.”  (3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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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문 이모탈 시리즈 2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보지 말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 그냥 읽었다. 첫번째인 《에버 모어》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다음 이야기를 볼 수 있을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에버 모어》를 본 게 몇해 전이라 어떤 이야기였는지 거의 잊어버렸다. 여기에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게 조금 나와서 괜찮기는 했다. 이 책은 이모탈 시리즈(Immortals Series)의 두번째다. ‘이모탈이 뭐지?’ 하며 찾아보니 ‘죽지 않는’이었다.(전에는 시리즈라는 것을 몰랐다) 이 말대로 여기에는 죽지 않는 사람이 나온다. 뱀파이어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조금 다르다. 그러고 보니 영원히 죽지 않는다 해도 뱀파이어도 죽을 수 있고, 여기에 나온 죽지 않는 사람도 죽을 수 있다. 뱀파이어는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나.

 

《에버 모어》에서 에버는 식구들과 사고를 당해서 죽었는데, 죽지 않는 사람 데이먼 때문에 다시 살아나고 에버도 죽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초능력도 있었다.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고 물건을 옮기거나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죽지 않는 것뿐 아니라 다른 힘까지 생기다니……. 데이먼이 왜 에버를 살려주었느냐 하면, 오랫동안 좋아했기 때문이다. 데이먼은 오래전부터 에버가 다시 태어날 때마다 찾아다녔다. 사백년 정도.(데이먼은 육백년 넘게 살았다) 왜 그렇게 오랫동안 제대로 만나지 못했느냐 하면, 데이먼을 좋아하는 드리나 때문이었다. 드리나가 늘 에버를 죽였다. 꼭 이런 삼각관계를 만드는구나. 《에버 모어》에서 에버는 드리나와 싸우고 데이먼을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읽다보니 드리나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먼도 드리나를 좋아했던 때가 있었는데, 에버를 만나고는 마음이 바뀌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드리나는 나빠지고. 드리나가 데이먼을 좋아한 것은 집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할 것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에버는 데이먼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좋아하지만 망설인다고나 할까. 학교에 새로 온 남자아이 로만 때문에 데이먼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까지 이상해졌다. 에버는 로만을 처음 봤을 때부터 안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데이먼은 로만에 대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에버가 마음을 먹고 데이먼과 함께 밤을 보내려고 한 날 데이먼이 아무 말 없이 돌아가 버렸다. 얼마 뒤 만난 데이먼은 아주 달라져 있었다. 자기가 언제 에버를 좋아했냐는 듯했다. 학교 아이들도 에버를 따돌렸다. 에버는 로만한테 오로보로스 문신이 있나 찾아봤지만 바로 보이지 않았다. 오로보로스 문신은 죽지 않는 사람이 나빠지면 생기는 것이다. 나중에 그게 나타났다. 드리나는 손목에 있었는데 로만은 목에 있었다. 로만이 에버를 좋아해서 데이먼을 죽이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에버가 죽인 드리나 때문이었다. 이것을 써 버리다니. 세상에는 서로 마음이 딱 맞는 두 사람이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한쪽에서만 좋아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책 속에서는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만을 빛나게 한다. 책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에버는 데이먼을 본래 데이먼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데이먼의 지난날을 본다. 마지막에 데이먼이 늙어죽는 것을 로만이 웃으며 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로만이 데이먼한테 안 좋은 것을 먹여서 데이먼을 보통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던 거였다. 에버가 해독제를 만들고, 자신은 데이먼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자신이 데이먼과 만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되려나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에버는 알게 되었다. 로만을 믿지 않았던 에버가 왜 나중에는 로만의 말을 믿고 따랐는지 모르겠다. 진짜로 에버를 도와주려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다음 이야기를 위해서 그렇게 쓴 것인가. 여기에서 일이 아주 좋게 끝나면 다음으로 잇기가 어려운 것인지도. 예전에도 무엇인가를 남겨두고 끝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다. 있었는데 내가 몰랐던 것인가.

 

요즘은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서로 좋아하게 된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그렇기도 할 것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식기도 할 테니 말이다. 데이먼은 육백년 넘게 살았고 사백년 동안 에버를 찾아다녔지만, 에버는 데이먼을 좋아하게 된 지 얼마 안 되었다. 당연히 에버는 예전에 데이먼이 만난 사람에 대해 마음을 쓰기도 할 것이다. 그런 마음이 앞부분에 나온다. 에버와 데이먼은 죽지 않는 사람이다. 죽지 않고 한 사람만 좋아하며 살 수 있을까. 어쩌면 작가는 두 사람의 사랑이 더 단단해져 가는 모습을 그려가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에버는 데이먼을 위해서라면 자기 목숨도 내놓을 정도가 되었다. 두 사람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해독제도 찾아야 한다. 나중에는 둘이 잘될 것이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데이먼이 죽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은 연금술에서 말하는 현자의 돌 ‘엘릭서’ 때문이다. 현자의 돌은 정말 빨간색일까. 다른 데 나온 현자의 돌도 빨간색이었다. 엘릭서를 데이먼과 에버는 늘 주스처럼 마신다. 다른 음식은 먹지 않아도 괜찮다. 그것은 좀 재미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음 이야기는 언젠가 기회가 오면 볼까 한다.

 

 

 

희선

 

 

 

 

☆―

 

“돌아갈 수 없어, 언니. 지난날을 바꾸진 못해. 본래 그런 법이야.”

 

라일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나는 그 애를 흘겨보았다. 그러나 내가 물어보려는 순간, 라일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게 우리 운명이야, 언니 운명이 아니라. 어쩌면 언니는 살아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해 본 적 없어? 그게 어쩌면, 언니를 구해준 게 꼭 데이먼 오빠가 아니더라도 말야?”  (3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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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0 0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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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3 0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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