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지음 / 시와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나는 시집을 읽고 그것에 대해 써 본 적이 없어. 시집 한 권에 들어 있던 시도 다 좋았다고 말하기 어려워.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는 시는 있었어. 그렇다고 그 시에 대해 무엇인가 쓴 적이 있느냐고 한다면, 그런 적도 없어. 마음에 들고 좋으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무엇인가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말이야. 많이 써 본 것은 아니지만, 몇 해 전에 노래 제목으로 이야기를 써 본 적이 있다는 게 떠올랐어. 그래서 언젠가 시집을 읽는다면 시 제목으로 시를 쓴다거나 이야기를 써 보는 것은 어떨까 했어. 여러 번 읽다보면 무엇인가 하나라도 떠오르지 않을까 했던 거야. 솔직히 말할게. 내가 이 시집을 읽은 것은 겨우 두 번이야. 한 번 더 읽어보려다가 멈추고 이런 말을 쓰고 있어. 별로 애쓰지도 않았다고 할 수 있어. 더 읽어도 생각나는 게 없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언젠가는 앞에 쓴 거 해 보고 싶어.

 

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보니, 내가 시집을 빨리 읽어버려서인 것 같아. 시는 소설보다는 짧아서 빨리 읽어버리잖아. 하지만 시는 소설보다 더 천천히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어느 순간 시 한줄이 마음을 울릴 때도 있지만, 나는 그런 시말이 있는 시를 좋아해. 어느 시인도 그런 말을 했어. 한줄이라도 마음에 와 닿는다면 좋은 시라고. 자신한테 좋은 시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 이 시집은 제목부터 마음에 와 닿아서 좋지.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는 말. 이 말 보고 고개 끄덕이지 않을 사람 없을 것 같아. 아니, 그것보다 마음 놓는 사람이 많으려나. 나는 어느 쪽일까. 나는 마음 놓은 쪽이야. 왜냐하면 나는 나만 늘 혼자고 쓸쓸한가보다 생각한 적 많거든. 나한테 친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다들 외로워하지 않고 잘 살아가더라구. 다행하게도 나도 예전만큼은 아니야. 혼자라는 것을 좋아하게 됐거든(본래 혼자서 뭐든 했구나).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쓰고 나서는 그런 마음이 적어졌어. 책을 읽고 쓰기까지 하니 쓸데없는 편지를 쓸 시간이 줄어든 거지. 그렇다고 내가 편지에 쓸쓸하다는 말을 적었던 것은 아니야.

 

시는 한편이 이야기 한편이라 할 수 있잖아. 많은 시를 한꺼번에 봐 버려서 쓸 게 떠오르지 않은 듯해. 한편이라도 잘 보면 좋을 텐데.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내어주는 시,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시(이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인지도),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음을 비우고 기도하는 시, 어머니 아버지를 떠올리는 시, 혼자임을 즐기라는 시……. 내가 쓴 것은 이것밖에 안 되지만 시인은 이런저런 감정을 노래하고 있어. 갑자기 시인이 말하는 가을은 삶에서 맞는 가을이라는 느낌이 들어. 그때쯤에는 많은 것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나이를 많이 먹으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말 같기도 해. 이 시집이 보고 싶어질 정도의 말을 써야 했는데. 어때, 이 시집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 들었어. 그런 마음이 들었다면 좋을 텐데.

 

 

 

 

삶이 나를 불렀다

-푸른 바람이 불었지

 

 

 

푸른 바람이 불 때면 생각한다

정말 잘한 일인가, 하는

이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데

나는 오랫동안 이 세상에 나오려 하지 않았다

엄마 배 속은 아주 조용하고 편안했으니까

그곳에는 나를 해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기가,

그것도 엄마 배 속에 있는 아기가 어떻게 그런 것을 알았느냐고 묻는다면,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열일곱 달이 지나고,

또 하루하루가 지나가자 숨 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더 버텨보려 했다

숨이 거의 끊어져갈 때

나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는 나를 이 세상으로 이끌어주었다

그래, 그때도 푸른 바람이 불었다

 

 

*<삶이 나를 불렀다>(110쪽) 는 시 제목으로 쓰다

 

 

 

희선

 

 

 

 

☆―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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