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오브리 생각하는 책이 좋아 7
수잔 러플러 지음, 김옥수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저와 가까운 사람이 병이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일은 없습니다. 이 말 쓰다보니 떠올랐습니다. 아주 없지는 않았다는 게.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자주 만나지 않아서 가깝다고 할 수 없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바로 떠올리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얼마전에 잠깐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외사촌 동생 둘이 어렸을 때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아이들 누나며 언니인 사촌하고는 잠시 편지를 나눈 적도 있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그때 사촌한테 아무 말도 하지 못했군요. 어려서 그랬을 테지만, 지금이라고 슬픈 일을 겪은 사람한테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그런 슬픔은 누군가와 함께 나누기 어려울 겁니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모르는 척하는 것도 안 될 것 같군요. 한동안은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다음에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주면 좋겠죠. 식구 가운데 누군가가 죽으면 남아 있는 식구들이 그 아픔을 함께 나누면 조금 괜찮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여기에 나온 오브리 엄마가 그랬습니다.

 

오브리 아빠와 동생은 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차 안에는 엄마도 오브리도 있었습니다. 엄마와 오브리는 살았던 거죠. 그런데 엄마가 오브리를 혼자 놔두고 집을 나갔습니다. 오브리가 집에 혼자 있을 때 느낀 슬픔, 무서움 때문에 앞부분을 볼 때는 아주 우울했습니다. 오브리 혼자 있는 집에 외할머니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오브리는 외할머니 집에 가서 살게 됩니다. 그곳에서 오브리는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를 사귑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아팠습니다. 브리짓과 브리짓네 식구들은 오브리한테 잘해주었습니다. 오브리는 브리짓네 식구들을 보며 동생과 아빠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가 되기도 했죠. 할머니가 오브리한테 할머니도 슬프다고 말했어요. 오브리는 할머니가 어떤 마음인지는 잘 몰랐거든요. 할머니 말을 듣고 오브리는 엄마도 힘들었을거라 생각하게 됩니다. 오브리 엄마가 집을 나간 것은 자신만 없으면 다른 세 식구가 그곳에서 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입니다. 일어나버린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여겼거든요. 오브리는 엄마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오브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엄마는 상처에서 도망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할머니가 엄마를 찾아냈습니다. 엄마는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일도 하게 되자 다시 오브리와 함께 살고 싶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어른은 멋대로네요. 자기가 힘들 때는 제대로 안 봤으면서, 조금 나아지자 욕심을 내다니 말입니다. 오브리는 엄마와 함께 살기를 바라지만, 할머니 그리고 브리짓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브리는 잠시 더 할머니 집에서 살기로 합니다. 결국에는 엄마와 살겠죠. 오브리도 그랬던 적이 있지만, 엄마가 더 자기 아픔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오브리는 친구를 만나고 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을 봅니다. 자기 안에 갇히지 않은 거죠. 상담 선생님이 말한대로 편지도 씁니다. 보내지는 못한다 해도 그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누군가한테 말로 할 수 없다면 편지를 써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픔은 마음 안에 가둬두면 곪아서 더 안 좋아집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은 참 아픈 말입니다.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런 일이’ 하며 잠시 우울해합니다. 안타까워하는 것은 잠시고 다른 때와 다르지 않게 살아가게 되더군요. 하지만 식구들은 그렇게 못하겠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슬픔을 추억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의 슬픔과 바로 마주보려 한 오브리처럼.

 

 

 

희선

 

 

 

 

☆―

 

“너희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 나는 너무 아팠어. 온몸이 무너지는 것 같았던 느낌이 떠올라. 온몸이 무너지면 아침에 일어날 필요도 없을거라고 생각했어. 침대에서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집 안을 청소하는 게 너무나 힘들었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러던 참에 나한테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어떤거요?”

 

“나한테 소중한 다른 많은 사람들,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물론 그 누구도 너희 외할아버지를 대신할 순 없어. 하지만 결국 나는 침대를 벗어났어. 너를 위해.”

 

“나요?”

 

“그래, 너, 우리 아가. 너를 비롯한 다른 많은 우리 아가들, 우리 아이들 그리고 손자 손녀들. 너희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동시에 잃게 만들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침대를 벗어났어. 집을 청소했어. 크리스마스트리랑 선물을 사고, 칠면조를 굽기 시작했어.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너희 모두가 여기에 다시 찾아왔어. 더 이상 우리 집은 텅 빈 집이 아니었어. 그리고 내 삶도 텅 비지 않았어. 내 삶은 끝나지 않았어.”  (102~103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5-20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3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