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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끌려! ㅣ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7월
평점 :
사람은 살면서 이런저런 것에 빠져. 뭔가에 빠지는 게 다 안 좋기만 할까. 몸을 안 좋게 하는 것에 빠지면 안 좋겠지만, 빠져서 괜찮은 것도 있을 것 같아. 보기를 들면 책읽기, 걷기. 이런 건 몸이나 마음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다른 걸 못할 정도로 빠지면 안 될 것 같아. 책만 보고 현실을 제대로 안 보거나 다리가 아픈데도 자꾸 걸으면 안 되겠지. 뭐든 적당히 해야 할 텐데. 그러면서도 언젠가 내가 책읽기와 글쓰기에 빠지는 건 좀 낫지 않나 했군. 스마트폰보다는 낫지. 낫다고 생각하고 싶어. 현실 잠깐 잊으면 어때.
이 책 《자꾸만 끌려!》에는 다섯 가지 이야기가 담겼어. 다섯 사람이 한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썼군. 첫번째 이야기 <오라클>은 정명섭 소설로 어쩐지 지금보다 조금 앞날이 아닌가 싶기도 해. 아니, 지금도 가상현실 게임 할 수 있던가. 많은 사람이 오라클에 빠지고 가상현실에서 게임을 하더군. 어느 날 상진이 게임기가 고장나고 말아. AR이라고 하는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는 게 바로 오라클이야. 처음에는 비쌌지만 지금은 누구나 오라클을 가지고 있어. 상진이는 AR방에 가려고 집을 나와 걷다가 반지하상가에 생긴 AR방에 가. 지금은 시험 기간이어서 돈을 안 내도 된대. 그런 말에 끌리지 않을 사람은 없겠어.
AR방에서 한 가상현실 게임은 지금까지 상진이가 했던 것보다 더 생생했어. 살인마에서 달아나는 게임인데, 어쩐지 게임 같지 않고 살인마한테 붙잡히면 진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다행하게도 상진이는 살인마한테서 벗어나고 게임 세계에서 빠져나와. 그게 아주 끝인지 아닌지. 상진이는 앞으로는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해. 상진이 같은 사람 늘어날지. <살이 찌면 낫는 병>(조영주)은 다이어트에 중독된 현아 이야기야. 현아는 우연히 친구 미나가 살 빼는 약을 먹는 걸 보고 자신도 하나 먹어. 그날 살이 빠져. 현아도 미나가 먹는 약을 성형외과에서 처방받아. 소설에는 이렇게 나왔지만 살 빼는 약 청소년한테는 처방해주지 않는대. 현아는 약을 먹고 운동도 해. 시간이 갈수록 현아 살은 빠져. 이제 그만 해도 괜찮을 때도 현아는 약을 덜 먹고 운동을 오래 해. 그런 모습 보면 걱정스럽겠지. 현아는 쓰러지고 병원에 실려가. 의사가 살이 쪄야 낫는다고 하니 현아는 낫지 않으면 저절로 살이 빠진다면서 좋아해. 현아가 나을까. 살 빼기도 적당히 해야지.
장아미 소설 <우정은 동그라미 같은>은 친구를 사귀는 이야기야. 사람 사이도 적당한 거리가 있기는 해야겠지. 그래도 난 하리와 지우 사이 조금 부러웠어. 단짝친구가 있었던 적 한번도 없어서. 단짝친구여도 헤어지는 날이 오겠지. 친구는 짝수가 좋을까, 홀수가 좋을까. 중학생 때 지우가 캐나다로 가고 하리는 혼자가 됐어. 하리는 다른 친구를 사귀기 어려웠는데 나은이가 말을 걸어주고, 서현이와 유빈이 넷이 어울려 다녀. 그러다 유빈이 다른 아이와 공부한다면서 빠져. 하리와 서현이는 비슷한 걸 좋아한다는 걸 알고 가까워지고 어쩐지 나은이를 따돌리는 것처럼 됐어. 하리는 서현이뿐 아니라 나은이와도 잘 지내고 싶었어. 자신이 혼자일 때 관심을 가져준 친구니. 셋은 다시 사이좋게 지내. 여기에서는 괜찮아 보이지만 그 사이가 오래 이어질지. 내가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군.
네번째 정해연 소설 <형이 죽었다>는 형 인욱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동생인 정욱이가 형 대신이 되려 하는 이야기야. 누군가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데. 인욱이는 인욱이고 정욱이는 정욱이지. 정욱이도 그걸 깨달아.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세계 다람쥐의 날>(이정환) 세상은 인류가 우주로 간 시대야.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이 나오고, 이곳은 커다란 우주선이 도시인 테크 시티로 과학기술이 발전한 도시야. 이곳 사람은 모두 새로운 스마트폰이 오기를 기다렸어. 그건 드론이 배달했어. 도시 사람이 스마트폰을 한 날에 사다니. 스마트폰이 나오니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조금 짐작이 되겠어. 이번 새로운 스마트폰에는 인공지능 히파티아가 있고 스마트폰을 오래 쓰면 히파티아가 경고하다 아예 못 쓰게 해. 한주 정도.
서윤이와 엄마 아빠 학교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은 스마트폰을 못 쓰게 되자 무척 답답해해. 스마트폰을 못 쓰게 되자 학교에서 아이들은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집에서는 식구들이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눴어. 서윤이는 그런 걸 좋게 여긴 것 같아. 서윤이는 늘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걸 올려두고 사람 반응을 봤어. 스마트폰을 못 썼을 때 서윤이는 친구 루비와 공원에 가서 다람쥐를 보고 그림을 그려. 이 이야기는 지금 시대와 아주 다르지 않지.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느라 다른 사람과 별로 이야기 하지 않잖아. 함께 있어도 혼자군. 지금 스마트폰에는 인공지능 히파티아가 없군. 자신이 알아서 스마트폰을 덜 쓰려고 조절해야 해.
희선
☆―
일주일 동안 스마트폰을 쓰지 못했으니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밤늦게까지 즐기자는 거였다. 아빠 엄마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고 했지만, 서윤은 내키지 않았다. 서윤도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오늘만 기다려오긴 했다. 하지만 히파티아를 없애고 싶지 않고, 스마트폰 파티도 내키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스마트폰 없이 지내오면서, 그간 스마트폰에 얼마나 깊이 중독되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더우기 하이퍼 월드에 너무 자주 접속하고 좋아요나 팔로워 숫자에 매달렸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히파티아가 없어지는 것도 싫었다. 마음에 안 드니까 인공지능을 지운다는 발상이 어쩐지 불편했다. (<세계 다람쥐의 날>에서, 이정환, 2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