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 - 아깽이에서 성묘까지 40마리 고양이의 폭풍성장기
이용한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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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 전 이 책 《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이용한)가 나왔을 때 알았다. 책 맨 앞에는 고양이가 어릴 때 모습과 자란 뒤 사진이 함께 있다. 책 안에는 더 많은 사진이 실려다. 맨 앞에 실린 아이 이름은 여기다. 이름이 여기라니. 그렇게 오래 만나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 보고 어른이 된 모습도 보다니 이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길에서 잠시 만나는 고양이는 사람을 보면 달아나기 바쁘다. 가만히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고양이도 있지만, 거의 사람이 자기한테 다가오면 달아난다. 고양이한테 먹이를 주는 사람도 처음에는 그랬으려나. 자주 먹이를 주러 다니면 고양이가 사람을 덜 경계하고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난 그런 건 못하겠다. 그저 멀리서만 어쩌다 한번 볼까 한다.


 여기에는 모두 마흔마리 고양이 이야기가 담겼다. 어린 시절 사진과 어른이 된 모습 사진이 실려서 놀라운 느낌이 든다. 어릴 때 모습과 자란 모습이 많이 다르면서 아주 다르지 않기도 했다. 사료를 주러 다닌 이용한도 처음엔 잘 몰랐을 것 같다. 새끼일 때는 그저 귀엽고, 잘 먹고 잘 자라기를 바랐겠지. 여러 달이 흐르고 밥을 주고 어디 사진 한번 담아 볼까 하고 고양이들 사진을 찍고 놀랐겠다. 어릴 때 모습이 온데간데 없어서. 사진은 자주 찍었을까. 만날 때마다 담았겠다. 이용한이 만난 고양이는 좋겠다. 이용한이 자신을 기억할 테니 말이다. 사람보다 짧고 힘들게 살다 세상을 떠나도 이용한이 가끔 무지개 다리를 건넌 아이를 떠올리겠다. 여기 담긴 사진도 그런 거구나. 아직 살아 있는 아이도 있지만 무지개 다리를 건너거나 영역을 떠나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 아이도 여럿이었다.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것도 슬프겠지만, 한두해 만난 고양이가 어느 날 보이지 않으면 무척 쓸쓸하겠다.


 이용한은 네 곳에서 고양이를 만났다. 이용한 처가인 다래나무집, 길에서, 고양이 식당 2, 3호점 그리고 자기 집에서다. 집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고 여러 곳에서 만나다니 대단하다. 고양이마다 이름을 지어주고 그 고양이가 어떤지도 기억했다. 그건 고양이를 좋아해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는 그렇게 오래 만나지는 못했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는 사는 게 쉽지 않겠지. 가장 안 좋은 건 뭐였을까. 먹을 게 없는 것보다 사람이 가장 안 좋았을지도. 사람은 고양이를 없애려고 쥐약을 놓기도 했다. 시골에서는 고양이가 살고 쥐나 뱀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거기는 다래나무집이다.


 세상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어디에나 고양이를 생각하고 사료를 챙겨 다니는 사람이 있을 거다. 고양이 식당 2, 3호점은 다른 사람이 고양이 먹이를 챙겨 주었다. 그런 곳을 알게 되고 이용한도 거들었다. 고양이들은 사료나 간식을 가지고 오는 사람을 아는 걸까. 고양이들은 이용한이 오면 반겼다. 전원 고양이와 노랑대문집 고양이. 이웃들이 고양이한테 밥을 주지 마라는 말을 하고 안 좋은 말을 하기도 했나 보다. 전원 고양이한테 밥을 주는 분은 고양이도 데리고 이사했다. 이사하기 전에 고양이 중성화수술을 시켰다. 이사한 곳에는 가까운 곳에 사람이 없어서 안 좋은 말을 듣지 않았다. 여럿이었던 고양이가 이제 두 마리 남았다. 남은 고양이가 건강하게 더 살기를 바란다. 노랑대문집 고양이도 편하지 않았다. 이웃이 약을 놓거나 사냥개를 풀어놓아서 고양이가 떠나기도 했다.


 마지막은 이용한 집이구나. 집 안에서 함께 사는 건 아니고 마당에 살게 하고 밤에는 창고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랭보는 집 안뿐 아니라 바깥에도 다니는 듯하다. 고양이 이름이 랭보라니. 이용한은 이 책이 이렇게 나온 건 고양이가 협조해줘서다 했다. 사진을 찍을 때 가만히 있는 고양이도 있지만, 바로 모습을 감추는 고양이도 있겠지. 난 여기에서 이런저런 고양이를 보면서 이제 이 세상에 없구나 하고 조금 슬퍼하기도 했다. 고양이만이 사는 별로 돌아갔기를.


 반려동물이 아닌 자유롭지만 조금 힘들게 사는 고양이들 모습을 보았구나. 마당에 사는 고양이는 나무에도 올라가고 단풍도 보고 눈이 오면 눈밭에서 놀았다. 고양이는 추위를 잘 타서 눈이 오면 따듯한 곳에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고양이도 있었다. 지구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다. 동물도 함께 살아야지. 고양이한테 나쁜 짓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그냥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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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4-09-01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동물들에게 나쁜 짓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희선 님 글 너무 따뜻해서 좋아요. 이용한 님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이렇게 알려야 길냥이들 삶이 나아질까 용기내시는 분이거든요. 길에서 사는 고양이는 수명이 참 짧아요. 그런데 개는 더 짧아요ㅠㅠ 그러니 유기하는 사람들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숲은 줄어들고 차도 많고 집도 많아서 동물들이 살기에 거리는 너무 힘든 곳이에요.

희선 2024-09-05 01:20   좋아요 1 | URL
동물 목숨도 소중한 건데 사람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 아닐 텐데... 보기 싫다고 나쁜 짓 안 하면 좋겠습니다 아무 까닭없이 동물을 괴롭히는 사람도 있겠네요 이 책이 처음은 아니군요 본래 길에서 살던 고양이가 없었던 건 아니겠지만, 사람이 버린 것도 많을 듯합니다 잃어버려서 찾으려는 사람도 있지만, 다시 찾는 사람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하네요 개는 고양이보다 더 짧게 사는군요 사람과 살면 열해는 넘게 살 텐데... 더 길면 스무해 살기도 하죠


희선

2024-09-02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9-05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4-09-03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키운다면 개보다도 고양이에요. 둘 다 귀엽지만 도도한 고양이가 더 끌려요.ㅋㅋ
희선 님은 참 성실하게 독서하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 본받겠습니다. 저도 완독한 책, 리뷰를 써야 할 텐데 시작이 안 되네요. 역시 리뷰는 부담스럽습니다.^^

희선 2024-09-05 01:27   좋아요 1 | URL
고양이 귀엽죠 개와 사는 사람도 많겠지만, 고양이와 사는 사람도 많이 늘었죠 그러기만 하면 좋을 텐데, 함께 살다 버리기도 하다니... 여름엔 별로 못 봤습니다 구월엔 좀 부지런히 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생각만 하고 여전히 게으르게 지냅니다 생각한 걸 실천해야 할 텐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