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에는 괴물이 살아요

괴물이 어떤 모습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커다란 몸집에

날카로운 어금니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을지도

그건 보이지 않아요

그저 머릿속에 그려본 것뿐이에요


괴물은 잠만 자요

가끔 눈을 뜨려 하지만

제 마음을 진정시키면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어요

괴물을 깨우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괴물을 잘 길들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 잘 못하겠어요

그저 조용히 잠자게 두는 게 좋겠어요

 

괴물은 없앨 수 없어요

늘 괴물이 제 마음에 산다는 걸 잊지 않고

제 마음을 잘 다스릴까 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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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 편지
조현아 지음 / 손봄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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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아이들은 왜 누군가 한사람을 괴롭힐까. 누군가를 괴롭혀도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시간이 흘러도 괴롭힘 당한 사람은 그 일을 잊지 못한다. 괴롭힌 사람은 잊어도. 때린 사람보다 맞은 사람이 발 뻗고 잔다고도 하지만, 이 말은 옛말이다. 이제 누군가를 괴롭히고 죄책감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혼자가 아니어설지도. 누군가한테 묻어서 함께 한 아이를 괴롭히거나 아예 모르는 척하겠지. 모르는 척한다고 괜찮을까. 그것 또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가 지금 학생이었다면 난 괴롭히는 쪽보다 괴롭힘 당하는 쪽이 됐을지도. 난 별거 아닌 것에도 무척 마음 쓰는데, 모두가 날 괴롭히고 따돌리면 무척 힘들 것 같다. 그런 일은 없어서 다행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아이들이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어쩌면 그때 어른은 ‘요즘 애들 무서워’ 했을지도. 예전보다 지금이 더한 것 같다.

 

 라디오 방송에 나온 사람이 요즘 아이들은 안됐다 아이들한테 도움을 주고 싶다 했을 때, 아이들만 생각하다니 했다. 아이가 아니어도 힘들고 외로운 사람 많은데. 그래도 아이들이 더 힘들까. 난 아이들은 거의 생각하지 못하는구나. 학교가 아이들을 힘들게 하면 집에서는 마음 편하게 지내게 하면 될 텐데 싶기도 하다. 아이가 공부 잘하고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일자리를 얻기를 바라는 부모도 있겠지만, 부모 마음대로 아이 앞날을 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학교 공부 좀 못하면 어떤가. 부모는 아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도록 도와주는 게 낫다고 본다. 내가 몰라서 이런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시험 점수가 안 좋으면 아이가 힘들어할지도. 그러면 공부해야겠지. 학교가 달라져야 하는데 여전히 입시만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 게 답답해서 아이들은 누군가를 괴롭히는 건지도.

 

 소리는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돕고 그 친구 대신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한다.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그저 보기만 하는 건 자신한테 화살이 돌아올 수도 있어서겠지. 여름방학이 지나고 친구는 다른 학교로 가고, 소리도 다른 학교로 옮긴다. 예전과 다른 학교고 누군가 자신을 괴롭히지도 않았는데 소리는 주눅들었다. 아이들한테 제대로 말도 못했다. 그런 때 소리는 책상 속 위에 누가 붙여둔 편지를 찾아낸다. 거기에는 반 아이들 이름과 학교 정보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다음 편지가 있는 곳도. 어렸을 때 소풍 가면 보물 찾기 했는데 소리가 편지를 찾는 건 보물 찾기 같았다. 소리는 편지를 쓴 아이가 정호연이라는 걸 알게 되고 학교에 있는 비밀 기지 같은 곳을 찾는다. 소리는 호연이가 쓴 편지를 받고 학교에서 일하는 경비기사 김순이 님도 만나고 호연이 친구인 김동순도 만난다.

 

 동순이도 어떤 아이한테 괴롭힘 당했다. 그 아이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동순이한테 맡기고 나쁜 짓을 했다. 그 아이는 왜 그랬을까. 집에서 잘 지내지 못하는 건 아닐지. 그런 때 동순이는 호연이를 만나고 달라졌다. 호연이는 동순이한테 무언가를 시키는 아이한테 이제 그만하라는 말을 한다. 힘이 센 아이한테 맞서기는 쉽지 않겠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동순이는 호연이를 만나고 학교에 있는 좋은 곳을 알게 된다. 그곳은 있지만 눈여겨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이건 사람도 그렇겠지. 그저 많은 사람을 보는 것과 한사람을 보는 건 다르다. 동순이는 여름방학이 끝나고서야 호연이가 멀리 떠났다는 말을 듣는다. 호연이는 아무 말도 없이 떠났다.

 

 편지는 호연이가 두 친구한테 보낸 거였다. 어릴 때 잠시 만나고 헤어진 친구 소리와 중학생 때 만난 친구 동순이. 동순이는 호연이가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섭섭하게 여겼는데. 떠난 친구가 그렇게 편지를 남겨줘서 소리와 동순이는 기뻤겠다. 호연이는 소리가 예전 학교에서 괴롭힘 당한 걸 몰랐지만 호연이가 쓴 편지는 소리한테 힘이 됐다. 그 편지가 있어서 소리는 다른 아이한테도 마음을 열었다. 제목 ‘연의 편지’는 호연이가 보낸 편지면서 인연의 편지가 아닌가 싶다. 인연을 맺게 해주는 편지 말이다. 정말 전학 온 아이한테 마음 쓰는 아이가 있다면 멋질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없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건 꿈이 없는 걸까. 누군가 쓴 편지가 없다 해도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 만난 친구와 잘 지내려고 하면 괜찮을 거다. 모든 아이가 누군가를 괴롭히는 걸 좋아하지는 않겠지. 요즘 아이들 무섭지만 마음을 알려고 하면 아이들도 마음을 열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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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iyoung 2019-12-17 0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아직 학교도 세상도 살만하답니다.

희선 2019-12-18 01:33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해요 그걸 보고 모든 아이가 가만히 있지도 않겠지요


희선
 

 

 

 

날씨가 좋을 때뿐 아니라

비가 오고

눈이 올 때도

우체통은 기다린다

누군가 편지를 넣기를

 

우체통은 편지가 하나라도

배 속에 들어오면 기뻤고

그 편지가

누군가한테 기쁨을 주기를 바랐다

 

편지는 잠시 우체통 안에서

멋진 꿈을 꾸었다

 

우체통과 편지는

겨우 한번밖에 만나지 못하지만

그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헤어질 때는

서로를 위해 기도했다

우체통은 편지가 잘 가기를

편지는 우체통에 다른 편지가 오기를

 

우체통과 편지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어딘가에 잘 닿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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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곳에 머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네

모든 건 흘러가고 바뀌지

 

겉모습은 바뀌어도

마음만은 쉽게 바뀌지 않기를

조금씩이라도 자라기를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아쉬워하기보다

자신을 지키면 좋겠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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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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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의학자는 무슨 일을 할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 사람을 부검하는 거다. 책이나 일본 드라마에서 그런 모습을 봐서 그렇게 생각한 듯하다. 이건 법의학자가 하는 일을 좁게 보는 게 아닌가 싶다. 법의학자와 부검의는 다를까. 이건 나도 잘 모르겠다. 한국에는 법의학자가 겨우 마흔 사람 있다 한다. 병원에서 죽은 사람은 그곳 의사가 해부할까. 그것도 자주 하지는 않을 거다. 부검, 해부는 사건성이 있을 때만 한다. 병원 중환자실에 있던 사람이 죽으면 바로 병원 장례식장으로 간다. 병원에 장례식장이 없으면 다른 장례식장으로 옮기겠지. 지금은 많은 사람이 병원에서 죽는다. 그런 죽음은 별로 좋지 않을 듯하다. 평소에 말 안 하던 사람이 어떤 일이 있다고 해서 말 하는 건 아니겠지만. 병원에서 맞는 죽음은 어쩐지 쓸쓸하다. 드라마에서는 식구가 다 모인 가운데 눈을 감고 한줄기 눈물을 흘리던데. 실제는 드라마와 많이 다르다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한국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고 느꼈는데, 누군가한테 죽임 당하는 사람이 아주 많지 않다고 한다. 누군가를 잔인하게 죽이면 뉴스에서 그 일을 크게 다룬다. 그런 것 때문에 한국에도 범죄 피해자가 많다고 생각한 건지도. 일본에서는 범죄소설이 많이 나오는데 거기는 한국보다 누군가한테 죽임 당하는 사람이 적다고 한다. 알려진 일이 끔찍한 사건이어어서 세상이 무섭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사이코패스가 저지르는 사건도 있을 테지만, 갑작스럽게 사람을 죽이는 일도 많을 거다. 그렇다 해도 죗값을 치러야 한다. 가장 안 좋은 건 어린 부모가 아기나 어린이를 때리고 죽이는 거다. 요즘 그런 일이 늘지 않았나 싶다. 이건 사회문제겠구나. 지금은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고 화난다고 죽이거나 잔인하게 죽이기도 하는데, 이것도 경쟁이 심한 지금 사회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군대에서 죽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 아들이 있는 부모는 아들이 군대에 갈 때가 되면 많이 걱정하겠다. 사람을 무척 심하게 때리면 죽기도 하는구나. 맞아 죽었다는 말을 듣지 못한 건 아니기는 하다. 법의학자는 무엇 때문에 죽음에 이르고 그게 안에서 일어난 건지 바깥에서 어떤 일을 한 건지 알아본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렇지 않아도 잘 살펴보면 참된 것을 알겠지. 죽은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한다. 사람은 머리를 단단한 걸로 맞거나 부딪치면 죽기도 한다. 누군가한테 머리를 단단한 걸로 맞고 깨어났다가 죽는 건 소설에서 보기도 했다. 머리를 어딘가에 부딪치거나 맞으면 병원에 가 보는 게 좋겠지.

 

 언젠가 세계에서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은 2위라 한다. 그렇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줄어든 건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가 있어서다. 안락사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건 뭐가 다를까. 비슷한 것 같은데. 하나는 의사 도움으로 죽고 하나는 스스로 자신한테 무언가를 하는 거구나. 한국에도 스위스에 가서 죽으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소설에서 그런 이야기 봤는데, 실제 일어나는 일이었구나. 사람한테는 죽을 권리도 있을까. 심한 병에 걸리고 더는 낫지 않고 몸이 무척 아픈 사람은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남은 삶을 살았으면 한다. 이제는 연명치료를 할지 안 할지 밝히면 그렇게 한다. 이 부분은 괜찮은 듯하다. 그런 건 식구가 결정하게 하기보다 자신이 생각하고 먼저 말해두는 게 좋겠다. 평소에 죽음을 생각하고 사는 사람 별로 없을 거다. 나도 그렇다. 삶은 언제든 갑자기 끊길 수 있다. 끊긴다기보다 끝난다고 해야겠구나.

 

 이 책을 쓴 유성호는 여전히 한국 사회가 죽음을 말하기를 꺼린다고 했는데 내가 볼 때는 몇해 사이에 죽음을 많이 말하게 된 것 같다. 그런 책이 자주 나오니 말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다르게 보이겠지. 이제는 제대로 죽기라는 말도 한다. 제대로 죽기가 제대로 살기구나. 커다란 일보다 작은 일에 기뻐하고 고맙게 생각하면 사는 것도 괜찮겠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죽음을 말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까. 책이 있다 해도 모든 사람이 그걸 보지는 않겠구나. 어릴 때부터 그걸 배우면 좋을 텐데.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고. 목숨 있는 건 다. 이 우주와 지구도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그건 아득히 먼 앞날일 거다. 사람이 죽지 않으면 좋을까. 죽음이 있기에 삶은 아름답고 빛난다. 건강하게 즐겁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자기 삶을 마무리할 때가 다가오겠지. 그때를 잘 마주한다면 괜찮은 삶일 것 같다. 많은 걸 이루지 못하면 어떤가. 끝까지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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