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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유격수 소설의 첫 만남 12
스콧 니컬슨 지음, 노보듀스 그림, 송경아 옮김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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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 그렇다 해도 난 평등하기를 바란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이 많다면 그렇게 될까. 그런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그렇다고 사람만 뛰어나다 생각하면 안 된다. 사람은 생각하고 힘든 일을 잘 해 내고 과학을 발전시켰다. 과학이 모든 걸 해주지는 않는다. 그걸 잊지 않아야 한다. 마음은 스스로 가꾸어야겠지. 차별하지 않는 마음. 동물, 식물 그리고 사람 사이에서도.

 

 우리가 사는 세상 어딘가에는 정말 뱀파이어가 있을까. 뱀파이어는 사람이라 해야 할지. 겉모습은 같아도 다르구나. 만화나 소설에서는 뱀파이어와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을 그리기도 한다. 사로 싸우고 사람이 뱀파이어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무서워서겠지. 뱀파이어는 사람 피를 마시고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뱀파이어와 사람은 함께 살기 어려울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마음을 열고 서로 다른 걸 받아들인다면 뱀파이어와 사람도 함께 살 수 있을 거다. 잘 하면 친구도 될 수 있다. 난 그런 친구 있으면 좋겠다. 오노 후유미 소설에 나오는 시귀가 생각난다. 거기에서는 사람과 시귀가 함께 살지 못했다. 시귀라고 하는데 뱀파이어랑 비슷하다. 사람들은 시귀는 다 죽여야 한다 했던가. 그랬는데 그곳에 평범한 사람은 거의 남지 않았다.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여기에 나오는 뱀파이어 제리 셰퍼드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제리는 그저 야구를 하고 싶어할 뿐이다. 오래전에는 사람들이 뱀파이어를 무섭게 여겼지만, 지금은 뱀파이어와 사람이 함께 사는 듯하다. 그래도 옛날 사람처럼 뱀파이어를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제리가 들어간 리틀 야구팀 메이너드 솔러 레드 삭스는 야구 경기에서 줄곧 이겼다. 사람들은 뱀파이어인 제리가 있어서 이기는 게 아니냐 생각했다. 제리가 야구를 잘 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야구를 제리 혼자 하는 것도 아닌데. 메이너드 솔러 레드 삭스 안에서도 제리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팀 사람만 제리를 받아들이지 않은 건 아니구나. 같은 팀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인다니. 제리는 쓸쓸하지 않았을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결승전 상대는 턴불 컨스트럭션 클로 해머스로 야구 경기를 보는 사람은 제리한테 야유를 퍼부었다. “뱀파이어 죽여라!” “말뚝을 박아버려!” 하고 소리쳤다. 제리가 타석에 섰을 때는 공으로 얼굴을 맞추었다. 공격 수비가 바뀌고 제리가 수비하러 가자 상대팀 타자는 날가롭게 간 방망이로 공을 치고, 누로 나갔다가 타임을 부르고는 신발을 바꿔 신었다. 신발 밑바닥은 나무로 만든 스파이크였다. 그 신발을 신고 달리다 신발 바닥을 제리 가슴에 박았다. 보통 사람이어도 그런 신발 바닥에 맞으면 엄청 아플 텐데. 제리는 그것을 참고 공을 받고 주자를 아웃시키고 흙이 된다. 공을 받았을 때 제리는 감독한테 우리가 이겼다고 말했다.

 

 그저 다치는 걸로 끝나지 않고 아주 사라지다니. 사람은 정말 잔인하기도 하다. 뱀파이어라고 해서 야구를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뱀파이어가 보통 사람보다 운동을 잘 할지 몰라도 그것을 안 좋게 여기다니. 세상에 뱀파이어는 없지만 장애인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똑같지 않겠지만, 아주 다르게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점이 있다 해도 마음은 다르지 않다. 장애인도 운동을 좋아하고 그것을 하고 싶어할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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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OR 2nd(メジャ-セカンド)(8): 少年サンデ-コミックス (コミック)
미쯔다 타쿠야 / 小學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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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 8

미츠다 타쿠야

 

 

 

 

 

 

 운동 경기는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이 있고, 아주 짧은 차이로 1등이 되고 2등이 되는 경기도 있다. 달리기 같은 시간을 재는 게 그렇겠지. 그렇다고 1등만 좋은 걸까. 그건 아니겠지. 운동 경기에서 이기면 좋겠지만 이기지 못해도 즐겁게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이 말 지난번에도 했구나. 미후네 돌핀스가 토토 보이스한테 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운동 경기는 정신력도 있어야 한다. 경기도 하기 전에 마음이 지면 진짜 지고 만다. 그런 거 해 본 건 아니지만. 난 경쟁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어쩌면 난 그런 거 해도 잘 못하리라고 생각해설지도 모르겠다. 그건 벌써 마음이 진 거다. 여전히 자신 없다. 자신을 갖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운동 같은 걸 하면 자신이 생기기도 한다는데.

 

 지금 하는 야구 경기는 여름대회로 지역(카나가와 현) 예선인가 보다. 미후네 돌핀스, 토토 보이스에서 미후네와 토토는 무엇을 나타낼까. 미후네는 동 같은 것 같은데 토토는 모르겠다. 지역에서 이기면 현 대표가 되는 거겠지. 고등학교 야구와 다르지 않구나. 일본에 고등학교는 아주 많던데 어린이(소년) 야구팀은 어느 정도나 있을까. 이것도 그렇게 적지 않을 것 같다. 초등학생 때부터 야구를 시작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중학생 때부터 시작하는 아이도 있고 늦으면 고등학생 때 시작하는 아이도 있겠다. 많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할까. 거기에서 프로 선수가 되는 사람은 아주 많지 않을지도. 야구 만화를 조금 보기는 해도 아는 건 별로 없다. 실제 야구는 한번도 본 적 없다. 그래서 적당히 대충 아는구나. 운동 경기 하는 만화영화는 재미있다. 실제도 재미있겠지. 응원하는 곳이 있다면 더.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토토 보이스 포수 마유무라 와타루는 미후네 돌핀스를 얕보는 듯했다. 에이스인 마유무라 미치루도 조금 그랬던가. 토토 보이스가 잘 해서 그런 거기는 하겠지만. 히카루는 1회초에 헤드 슬라이딩 하다가 안경이 부서지고 렌즈에 흠집이 나서 공을 잘 던지지 못했다. 만약 히카루가 야구를 좀더 했다면 어땠을까. 눈을 가리고 운동을 하는 걸 본 적도 있는데, 야구는 어려울까. 어쩐지 공 던지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히카루가 안경 때문에 공을 잘 던지지 못해서 토토 보이스는 먼저 1점을 얻었다. 나가이가 빌려준 안경은 괜찮아서 히카루가 공을 잘 던졌다. 하지만 제구는 그리 잘 하지 못하나 보다. 빠른 공을 던지고 제구까지 잘 하면 참 좋을 테지만 그렇게 하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앞으로 히카루가 공 던지기 연습하면 더 잘 하겠지. 1회말에서는 어떻게든 1점으로 막았다.

 

 와타루는 두 팀이 점수 내기가 그리 쉽지 않으리라고 했는데 2회초 2회말은 정말 빨리 끝났다. 하지만 와타루는 2회말을 보고 히카루가 어떻게 공을 던지는지 알아냈다. 3회초 미후네 돌핀스 공격은 (사쿠라) 무츠코부터 시작했는데 잘 쳤다. 작가가 무츠코는 어렵지 않게 공을 치게 하다니. 앞으로 무츠코는 어떻게 그릴까. 중학교에 들어가면 더 잘 하게 할까. 1번 타자가 번트를 하고 다음 2번은 다이고 차례로 다이고가 스퀴즈를 해 내서 1점 들어갔다. 동점이 됐다. 이때까지는 참 좋았는데. 3회말 토토 보이스가 공격할 때는 히카루가 던지는 공이 잘 먹히지 않았다. 토토 보이스 4번 타자 와타루와 5번 타자는 홈런을 쳤다. 그 일로 히카루는 집중력이 떨어졌다. 히카루도 나름대로 생각하고 했는데 그건 안 된다니. 어린이 연식 야구에서는 변화구를 던지면 안 되는가 보다. 히카루는 변화구라 생각하고 던지지 않았는데.

 

 토토 보이스와 미후네 돌핀스는 3점 차이가 났다. 히카루가 집중하지 못하자 다이고가 조금 화 냈다. 상대팀 선수가 홈런 친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다른 건 실수라기보다 경기를 그만둔 게 아니냐고. 히카루는 조금 충격을 받은 듯하다. 몇번은 잘 됐는데 잘 안 되기도 해서. 사람은 늘 잘 하기보다 잘못하는 적도 있어야 겸손해지고 한층 자라겠지. 히카루는 감독한테 다음 회부터 우라베한테 던지게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 차례에는 다른 사람을 내 보내라고 한다. 지금까지 열심히 한 사람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그 말에 나가이는 폼잡지 마라 하고 히카루한테 상대팀한테 내준 점수는 공을 치고 되돌리라고 말한다. 이 말에 히카루는 다시 생각한다. 야구는 힘들 때든 좋을 때든 온 힘을 다해야 즐겁다고. 나가이가 한 말처럼 히카루는 홈런을 치고 점수를 낸다. 히카루는 공을 던지는 것뿐 아니라 잘 치기도 한다. 히카루 아빠 토시야도 포수면서 공을 잘 쳤다.

 

 다음 4회말에는 우라베와 앤디 배터리로 바뀌었다. 와타루는 히카루보다 우라베가 쉬울 거다 생각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앤디는 토토 보이스 아이들이 어떤지 알아봤나 보다. 앤디는 우라베한테 타자가 치기 힘든 데로 공을 던지게 했다. 그렇게 해서 5대 3으로 5회초를 맞았다. 5회초 미후네 돌핀스 첫 타자는 또 무츠코였다. 이번에도 무츠코는 잘 치고 누로 나갔다. 1번 타자는 번트를 하고 무츠코는 2루로 갔다(3회초와 같구나). 다음 2번 타자는 다이고였다. 다이고가 나오자 수비는 번트를 하리라 여기고 앞으로 나왔다. 다이고는 번트가 어렵겠다 여겼는데, 다이고 누나 이즈미가 다이고한테 늘 하던대로 하라는 말을 한다. 그런 데서 큰 소리로 말하다니. 이즈미도 야구를 해서 그렇겠다. 와타루는 번트가 없으리라 여기고 수비한테 본래 자리로 돌아가라고 했는데, 다이고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야구도 심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걸 잘 읽어야 하는데, 와타루는 다이고가 나왔을 때 잘못 읽었구나. 이제 경기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게 될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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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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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제목을 보면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난 무슨 생각을 했던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가장 처음에는 비닐 랩을 생각했을지도. 그 랩은 지구환경에 아주 안 좋은 거구나. 비닐 필름인 랩을 영어로 쓰면 warp이다. 말을 빨리 하는 랩도 있다. 예전에 이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랩이라는 말을 보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건 한국사람뿐일까. 꼭 그렇지는 않겠다. 여기에서 말하는 랩(Lab)은 과학실험실, 연구소다. 이 책을 쓴 호프 자런이 과학을 하려고 했을 때도 여성이 차별 받았을까. 미국에는 마리 퀴리라는 과학자가 있어서 여성 과학자를 좀더 쉽게 받아들였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세상에는 여성으로 과학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예전보다는 많아졌을 것 같은데 오래 하기는 쉽지 않을지도.

 

 과학을 하면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 난 잘 모른다. 다른 일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지만. 크게는 나라에서 과학에 돈을 얼마나 쓸지 정하고 학교나 기업에서 돈을 쓰겠지. 과학자는 자신이 연구하려는 돈을 받으려면 괜찮은 걸 연구해야겠다. 거기에는 돈이 되는 것도 있고 인류한테 도움이 되는 것도 있겠다. 돈을 내는 사람은 그 돈을 써서 더 많은 돈을 얻으려 하겠지. 그러면 그저 인류나 역사에 도움이 되는 것보다 돈이 되는 데 더 마음을 기울일 거다. 다행하게도 사람은 지금 바로 돈이 되지 않는 것에도 조금 돈을 쓴다. 그게 그리 많지 않아 과학자는 먹고 살기 힘들겠지만. 이건 그저 내 생각이다. 내 생각과는 좀 다를 수도 있다. 지구환경을 생각하고 그걸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연구하는 과학자를 좀더 밀어주면 좋을 텐데. 나라는 돈을 그런 데 쓰기보다 무기 만드는 데 더 쓰겠지.

 

 어릴 때 호프 자런은 아버지 실험실에서 놀았다. 호프 자런한테는 오빠가 셋이었는데 자신이 오빠와 다르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한다. 오빠만 있으면 그럴 수도 있겠지. 엄마는 화학을 공부했지만 공부를 오래 하지 못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엄마는 막내 호프 자런이 유치원에 다닐 때쯤 다시 공부를 했다. 엄마가 유치원에 다니는 호프 자런과 함께 공부해서 호프 자런은 어릴 때부터 어려운 책을 읽는 데 익숙했다. 이걸 보면 알 수 있 듯 부모가 공부를 하면 아이도 공부한다. 부모가 책을 읽으면 아이도 책을 읽는다. 부모는 하지 않으면서 아이가 잘 하기를 바라다니. 부모한테 영향받지 않고도 자신이 좋아서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시간이 좀 걸린다. 호프 자런은 부모한테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해야겠다.

 

 책을 보다보니 중학생 때 잠시 내가 다디던 학교에 온 물리 선생님이 생각났다. 고등학생 때였던가. 그때 일에서 생각나는 건 없고 그저 여자 선생님이었다는 것만 기억한다. 잠깐만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갔다. 과학선생님에 여자 선생님이 조금 있었던 것 같은데. 호프 자런은 처음에는 문학을 공부했다. 자신이 과학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그걸 공부하고 대학에서 지질학과 지구과학을 가르쳤다.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기 전에는 교수 연구실에서 일하면서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다. 그때 평생 호프 자런과 함께 연구하는 친구 빌을 만난다. 호프 자런은 결혼하고 아이도 있다. 그런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늘 함께 있는 건 이상할까. 호프 자런은 빌을 식구처럼 생각했다. 어쩌면 그래서 그렇게 오래 함께 일했겠지. 학생을 가르치고 자기 연구도 하는 과학자도 있구나. 아니 많은 사람이 그럴까. 어쩐지 과학자는 실험실에만 있을 것 같다.

 

 호프 자런은 병원 약국에서 약 배달을 하던 일과 빌을 만나고 실험실을 꾸리고 함께 연구하는 걸 즐겁게 썼다. 위험한 일도 있었고 한번은 연구할 돈을 얻으려고 학회에 가다가 차가 뒤집히기도 했다. 그때 호프 자런은 자신이 죽지 않고 살았다는 걸 무척 기쁘게 여겼다. 빌은 집이 없어서 차에서 살기도 했다. 호프 자런은 아이를 가졌을 때 힘들었다. 자신이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는 자신은 엄마가 아닌 아빠가 되어야겠다 한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는 아이를 사랑하게 됐다. 지금은 아이가 꽤 많이 자랐겠다. 나무와 식물 이야기도 한다. 나무는 아주 많은 씨앗을 만들고 거기에서 싹을 틔우는 건 얼마 안 된다. 이건 알았던 거구나. 나뭇잎은 다 다르다. 나무는 나무끼리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걸 뿌리로만 하지 않는 듯하다.

 

 세상은 숲보다 도시가 훨씬 넓다. 나무를 베고는 거기에 다시 심지 않겠지. 나무를 다 베어버리는 일도 일어날 수 있을까. 베기만 하고 심지 않으면 그렇게 되겠지. 지구를 생각하고 나무를 소중하게 여기면 좋겠다. 사람은 지구에 사는 생물에서 하나일 뿐이다. 더 겸손해져야 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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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문기업 옮김 / 재승출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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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을 때는 따스한 이야기다 했다. 다 읽고 나서는 이런 일은 현실에는 없겠지 했다. 오래 여운을 되새기지 못하고 바로 소설일 뿐이야 하다니. 내가 모를 뿐이고 실제로 있을 수도 있겠지. 식구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으니까.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고 한 일이 때로는 안 좋게 비칠 수도 있겠지. 부모는 자식한테 억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하기보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걸 하면 낫지 않을까. 에밀리 엄마가 에밀리 아빠와 헤어지고 여러 사람을 만난 건 에밀리한테 부모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일이었다. 에밀리는 그런 엄마를 그저 남자를 밝히는 사람으로 여겼다. 에밀리는 엄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일하던 곳에서 에밀리는 상사와 불륜을 저지르고 일을 그만두고 우울증에 걸렸을 때 엄마가 아닌 열다섯해나 만나지 않은 외할아버지 집에 간다. 그건 미국에 사는 오빠가 그러면 어떻겠느냐고 해서였다.

 

 불륜을 저질렀을 때 일을 그만두고 욕을 먹는 건 언제나 여자 쪽이다. 에밀리가 사귀던 사람이 결혼했다는 걸 알았을 때 바로 헤어졌다면 좋았겠지만, 에밀리와 사귄 남자는 에밀리한테 아내와 헤어질 테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건 거짓말이다. 좋은 말에 속으면 안 되는데. 에밀리가 현실을 제대로 봤다면 많이 힘들지 않았을 거다. 그래도 그 남자 나쁘다. 남자는 왜 그럴까. 아내가 있으면서 다른 여자를 사귀고 아내와 헤어질 생각도 없으면서 곧 헤어질 거다 하다니. 그런 이야기 몇 번 봤다.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 있어서 소설에도 나오는 거겠지. 거의 일본소설에서 봤는데 한국은 어떨까. 한국도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같은 곳에서 일하면 여자만 일을 그만두고 욕 먹는 것도 같겠지. 어쩌다가 이 말로 흘렀는지 모르겠다. 부모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자식이 보면 좀더 나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 보고 자란 사람이 다 잘 산다고 말할 수 없다.

 

 도쿄에서 일하던 스물다섯살 에밀리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바닷가 마을 다쓰우라에 사는 외할아버지 집으로 오고 함께 산다. 외할아버지 다이조는 에밀리한테 사정은 묻지 않고 에밀리가 온 그날 에밀리와 낚시를 하러 간다. 외할아버지는 에밀리와 함께 잡은 물고기로 에밀리한테 음식을 해준다. 외할아버지가 해준 음식은 에밀리 몸을 따듯하게 해주고 마음도 감싸준다. 그런 음식 아직 난 먹어본 적 없다. 모리사와 아키오는 《무지개곶 찻집》에서 음악과 음식 이야기를 한 걸로 안다.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다는 아니지만 모리사와 아키오가 음식 이야기 자주 하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본 소설에서 엄마가 늘 아이와 있지 않아도 먹을거리를 해주면 아이가 엇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부모가 음식을 잘 해준다고 아이가 다 엇나가지 않는 건 아니겠지만 엇나가지 않는 사람이 더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에밀리 엄마도 다른 아빠가 있는 가정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에밀리나 에밀리 오빠와 단란하게 살려 했다면 더 좋았을 거다. 바깥에서 보는 난 이렇게 생각해도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은 그걸 깨닫지 못할지도. 그렇다고 에밀리가 아주 안 좋았던 건 아니다.

 

 사람은 왜 남의 말을 하는 걸까. 잘 아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보이고 들리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어떻다 말하다니. 난 남의 안 좋은 말 하는 거 별로다. 에밀리가 함께 일한 사람 사야는 그런 걸 잘했다. 여자만 남 이야기 잘할까. 그런 식으로 말한 부분이 있어서. 사야는 여름 휴가를 에밀리가 있는 다쓰우라로 오고 에밀리 마음을 안 좋게 만든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사야는 에밀리가 다쓰우라에 온 까닭을 말했다. 다쓰우라는 좁은 곳이다. 그곳 사람도 에밀리 이야기를 하다니. 외할아버지는 그런 말을 듣고도 에밀리한테 별 말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자신은 자신으로 살면 된다 한다. 외할아버지는 오래 살아서 그런 걸 잘 아는구나. 일찍 다른 사람 말에 휩쓸리지 않고 평정심을 지키고 자기 삶을 자기 속도대로 살면 좋을 텐데. 사람은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아니 그걸 알았을 때부터 그렇게 살려고 하면 조금 괜찮을까.

 

 외할아버지와 두 달 정도를 함께 보내고 에밀리는 도쿄로 간다. 외할아버지가 쓰던 부엌칼을 받고. 그건 무척 오래 써서 작아졌다. 근데 칼은 날마다 갈아야 할까. 생선 손질을 해야 해서 그런 건지도. 지금 외할아버지는 풍경 만드는 일을 한다. 음식을 잘해서 잠시 음식점에서 일하기도 한다. 외할아버지는 에밀리가 부엌칼로 자신을 위해 음식을 만들기를 바란 걸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려고 음식을 만들 수도 있지만, 먼저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에밀리는 살면서 또 다른 시련에 부딪치기도 하겠지만, 여름 동안 다쓰우라에서 외할아버지와 낚시를 하고 음식을 만들고 외할아버지와 마주앉아 밥을 먹은 기억이 있어서 괜찮을 거다. 언젠가 엄마 마음을 알게 되는 날도 오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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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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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넓고도 좁다고 한다. 반도미싱이라는 회사에 다니는 공상수와 박경애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한 친구를 두 사람이 알 수는 있지만 그런 두 사람이 같은 회사에 다니게 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상수와 경애가 같은 사람을 안다는 걸 책을 읽는 사람은 알지만 두 사람은 나중에 알게 된다. 상수가 먼저 알고 경애는 나중이다. 두 사람은 회사에서 따돌림 당하는 것도 비슷하다. 공상수 아버지는 국회의원을 하고 회사 회장과 아는 사이였다. 회사 사람들은 공상수가 아버지 때문에 그 회사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지만, 상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인연을 끊었다고. 상수는 어떻게 그 회사에 들어갔을까. 정말 아버지와 회장을 알아서였을지. 상수는 팀원이 없는 영업팀장 대리였다. 팀원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박경애다. 경애는 파업을 하고 파업 기간 동안 일어난 성희롱을 노조 쪽에 항의했다. 경애는 회사에서도 노조에서도 미움 받았다. 그때 여러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지만 경애는 남았다.

 

 회사에서는 파업하는 사람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겠지. 회사는 아무 말없이 시키는 일을 하기를 바랄 거다. 학생 운동을 하는 곳에서도 성폭행이 있었다는 말 본 적 있다. 그런 일 없으면 좋을 텐데. 모두 조심해야 한다. 상수가 부장한테 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하자 오게 된 게 경애다. 경애는 처음에는 꼬투리 잡힐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상수는 그런 경애가 편하게 일하기를 바랐다. 상수는 회사에서 일하는 걸로 보람을 느끼는 것보다 페이스북에서 ‘언니는 죄가 없다’에서 연애상담을 해주는 언니로 지내는 데서 더 보람을 느꼈다. 상수는 언니가 되어 여러 사람 말을 잘 듣고 편지를 쓴다. 그리고 경애도 그곳에 편지를 썼다. 정말 두 사람은 그렇게 얽혀있다니. 이런 일이 없지 않겠지만, 그래도 신기하다.

 

 경애가 대학에 다닐 때 사귀던 남자친구 산주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경애한테 헤어지자고 했다. 그 일이 있고 경애는 언니는 죄가 없다 언니한테 편지를 쓴다. 산주와 헤어지고 경애는 아무것도 못했다. 언니한테 편지를 쓴 게 조금은 나았던 것 같다. 언니가 말해준 걸 다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상수는 영화와 책을 많이 읽고 다른 사람한테 연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니 처음에는 그게 아니고 입시학원에 다니면서 겪은 일 때문이었던가. 그걸 사랑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느낌을 느끼고 권력관계를 생각했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해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덜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지. 아니 나도 그런 건 잘 모르겠다. 경애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 산주를 만날 때 상수는 어떻게 하면 경애를 도울 수 있을까 한다. 경애가 언니(상수)한테 전자편지를 보냈을 때 상수는 그게 경애라는 걸 알았다. 사귀던 두 사람이 헤어지고 친구로 지내는 사람이 없는 건 아지겠지만 두 사람 마음이 조금 다르면 친구가 될 수 없지 않을까. 산주는 경애가 아직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만나자고 한 듯하다. 맞다 경애는 여전히 산주를 좋아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하다니.

 

 얼마 뒤 상수와 경애 두 사람은 베트남으로 가게 된다. 지방도 아니고 다른 나라라니. 실제 재봉틀을 베트남에 팔기도 하겠지. 두 사람과 기술자인 조선생도 함께 간다. 조선생은 경애와 파업을 하고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그 뒤 알코올 의존증이 되었다. 그래도 함께 가다니. 조선생은 김금희 소설 <조중균의 세계>에 나오는 조중균을 생각나게 했다. 아주 똑같지 않지만. 상수나 경애도 김금희 소설에서 본 것 같은 사람이다. 김금희 소설을 다 만난 건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이 든다. 베트남에서 두 사람은 나름대로 일하지만 안 좋은 것을 알게 된다. 경애가 그걸 회사에 말해서 다시 안 좋은 곳으로 가야 했다. 회사에서는 왜 안 좋은 일을 알면서 모르는 척하고 그걸 말하는 사람을 안 좋게 여길까. 조직이라는 데 거의 그렇기는 하다. 깨끗한 곳은 하나도 없을까. 아니 없지 않을 거다. 자기 자리에서 말없이 일하는 사람이 많은 곳은 거래하는 곳에 돈을 주거나 받지 않고 회사를 속이지 않을 거다. 회사가 개인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부품으로 생각해서 개인은 회사에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일지도.

 

 중요한 이야기는 아직 못했다. 경애와 상수는 고등학생 때 같은 친구를 알았다. 경애는 PC 통신 영화동호회에서 만나서 이름이 아닌 E로 알고(이름을 듣기는 했구나) 상수는 은총으로 알았다. 은총은 1999년에 인천에 있는 술집에 불이 나서 죽었다. 그때 죽은 사람은 56명이라고 한다. 경애도 그곳에 있었는데 잠시 전화를 하러 나갔다 와서 살았다. 술집 사장은 아이들이 돈을 내지 않고 나갈 것 같아서 문을 잠갔다고 한다. 불이 났는데 사람 목숨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다니. 아이들은 죽었지만 사장은 살았다. 경애는 자신만 살아서 죄책감을 느꼈다. 상수도 친구 은총이 죽어서 마음이 무척 아팠다. 그전에는 엄마가 죽었는데. 사람이 슬플 때는 슬퍼해야 할 텐데. 경애는 E가 더는 듣지 못해도 무선호출기에 말을 남기고 상수는 그걸 들었다. 은총 대신 들은 듯하구나. 경애가 남긴 것도 들었다. 그때는 경애가 아닌 피조라고만 알고 은총이 피조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도 이어지는구나. 경애와 상수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채 한번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반도미싱에서 만난다.

 

 베트남에서 경애도 상수가 E를 알았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면 상수가 언니였다는 것도 알았을지도. 어떻게 보면 별난 인연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라도 두 사람이 은총 이야기를 나누어서 다행이 아닌가 싶다. 저마다 아는 은총이었겠지. 사람은 살면서 겪는 일 때문에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몸을 다치면 고치는 것처럼 마음을 다쳐도 낫게 해야겠지. 마음은 쉽게 낫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 마음을 모르는 척하지 않는 게 좋겠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도 어쩐지 안 좋은 마음도. 이건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이구나. 자신이 무언가를 한다고 해도 회사는 바뀌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물러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싸워보면 낫지 않을까 싶다. 세상은 조금씩 바뀌기도 하니. 세상은 커서 바뀌는 데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회사를 바꾸는 시간은 세상을 바꾸는 시간보다 덜 걸리겠지.

 

 

 

*더하는 말

 

 소설을 보다 얼마전에 본 시집에서 본 시구절과 비슷한 말을 보았다. 그 시를 봤을 때도 이걸 어디선가 본 듯한데 했는데. 김금희가 라디오 방송에 나왔을 때 그 부분 읽은 걸 들은 게 아닌가 싶다.

 

 

 미안해, 나는 아무래도 늦을 것 같아…… 그래서 눈을 네가 있는 곳에 먼저 보낼게.  (113쪽)

 

 

 

 미안해, 아무래도 늦을 것 같아.

 

 그래서 눈을 먼저 보낸다.  (<울음을 다 써버린 몸처럼>에서, 신용목)

 

 

 신용목 시를 조금 바꿨다는 말은 뒤에 쓰여 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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