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25
윤이형 지음 / 내인생의책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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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먼 앞날 일어날지도 모를 일을 말하는 걸까. 그렇기도 하지만 지금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환경오염 때문에 사람 몸속에는 NF 바이러스라는 게 있어서 나이가 어릴 때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아이들은 자신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를 국민 미래 재건 위위원회에서 검사받는다. 그런 검사를 스스로 하는 건지 부모가 시키는 건지. 반반으로 거의 다 하니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은 지금도 일어날 거다. 학교에 다녀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 하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는 일 말이다. 학교에 다니는 건 그렇게 나쁜 건 아닐 거다. 학교에 다니면 기본은 배우기도 하니까. 학교에서 공부를 잘해야 한다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하면 더 좋을 텐데. 거의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 되었다. 예전에는 부자가 되려면 공부해야 한다 했으니. 지금은 그때와 달라졌는데, 학교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요즘 청소년이 얼마나 힘든지 잘 모른다. 청소년뿐 아니라 다들 힘들다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 해도 자신이 가진 생각을 굽히지 않고 사는 사람도 많을 거다. ‘나’는 대학 합격 통지서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통지서를 함께 받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 나라에서 집과 돈을 준단다.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게 아니다.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상대를 골라서 아이를 갖고 낳으면 자신이 기르지 않고 입양 보낸다(그렇게 하라고 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축이냐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기 반에 아이를 가진 아이가 있으면 따돌렸다. 부러운 마음이 들어서 그런 거겠지. ‘나’는 그 친구를 생각하고 자신이 친구와 함께 있어주지 못한 걸 미안하게 여긴다. 앞으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한다. 엄마는 ‘나’한테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보다 아무 말도 안 한다. 이건 ‘나’가 아이를 낳기를 바라는 걸까. 여기에는 자기 아이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판정을 받기를 바라는 부모도 나온다. 진짜 이런 세상이 되면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가난한 부모 때문에 아이를 낳고 돈을 받으려는 아이도 있다. ‘나’가 그런 생각을 했구나. 아버지는 엄마와 ‘나’를 두고 집을 떠났다. 엄마는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나’는 대학에 가고 싶었다. 엄마한테 돈이 얼마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검사를 받은 거였다. 대학은 ‘나’가 가고 싶은 곳이 아니고 성적에 맞춘 곳이었다. 이런 일은 지금도 있다. 자신이 관심없는 것을 공부해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 ‘나’는 먼저 같은 반 남자아이 밀을 만난다. 밀은 한해 전에 아이를 낳고 입양 보냈다고 한다. 밀은 남자아이여서 여전히 학교에 다녔구나. ‘나’ 친구 희나는 다시 학교에 다니지 못했는데. 이 일을 깊이 생각하는 말은 나오지 않지만, 여자 남자를 생각하게 한다. 밀이 ‘나’한테 사귀자고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얼마 뒤 ‘나’는 다른 아이 경호를 만난다. 경호가 ‘나’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우리가 말로 나타내기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는 게 우리만의 잘못은 아니잖아.”

 

경호가 말했다.

 

“그리고 난, 말하기 힘든 것일수록 누구한테든 말을 하려고 애써야 한다고 믿는 편이야. 말하지 못하면 그것을 생각하지 않게 되고, 생각하지 않다 보면 잊어버리게 되니까. 난…… 무서워. 분명 뭔가 마음속을 떠나니고 있었는데, 내가 외면할수록 그게 점점 깊은 곳으로 가라 앉아서, 결국 사라져 버리고 대체 뭐였는지 영원히 모르게 되는 게.”  (149~150쪽)

 

 

아이들 만나는 게 어쩐지 맞선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나’가 경호를 만난 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경호가 하는 말을 듣고, ‘나’도 자신을 생각하고 말을 했다. 둘이 친구로 지내도 좋았을 텐데 서로 바쁘게 지내다 연락이 끊긴다. 엄마도 조금 달라졌다. 엄마는 ‘나’한테 힘들다 해도 자신이 엄마가 되겠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엄마 같지 않기도 했다. 어떤 일이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꼭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더 깊이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어떤 아이는 자신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싫지 않지만 그게 정말 자신이 결정한 걸까 한다. 그 아이는 ‘국민 미래 재건 위원회의 임신·출산 정책에 반대합니다’ (198쪽)는 말을 종이에 쓰고 홀로 시위한다. 지금 바로 바뀌지 않는다 해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 싶다. 커다란 흐름에 떠밀려 가지 않고 살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애써야 한다. 저항하는 방법은 생각하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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