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시집을 한달에 한권 정도는 보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도움이 될까요. 어디에 도움이 되냐고 묻는다면 여러 가지에. 생각을 다르게 한다거나 상상력을 키우는 데. 이건 소설을 봐도 되는 것일지도. 뭔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시를 보는 건 아니군요. 하나 있습니다. 시가 아니어도 시처럼 느껴지게 쓰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겁니다. 한달에 한권으로는 어림없을지도. 책을 읽고 써도 저만의 글을 쓰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 어렵더군요. 몇해 동안 책을 읽고 쓰기 꾸준히 했는데 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잘 못 써도 쓰면 괜찮더군요.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그게 꼭 맞는 건 아닐지라도. 책은 사람마다 그 사람이 놓인 형편에 따라 보겠지요. 저와 상관없는 일이 나올 때는 무슨 말을 쓰면 좋을까 합니다. 자신과 상관없다 해도 생각해 보는 게 괜찮겠지요.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건 얼마 되지 않으니까요.

 

몇번 말했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소설에서 잘 보는 건 이야기예요. 그런 소설만 있는 건 아닌데. 이야기가 뚜렷하지 않은 건 어떻게 보면 좋을지 여전히 모르겠어요. 그런 걸 보면 ‘작가는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합니다. 제가 잘 못 알아듣고 작가 탓을 하는 거군요. 시는 어떨까요. 시도 이야기가 있는 거 있어요. 제가 그런 시 좋아합니다. 다행하게도 시는 잘 몰라도 느낌이 괜찮다 하기도 합니다. 그게 어떤지 뚜렷하게 말할 수 없지만. 시를 보고 그게 어떤지 잘 말하는 사람 부럽습니다(글 잘 쓰는 사람은 다 부럽군요). 시는 시인 이야기가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 때도 있겠지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쓰는 것이겠지요. 시만 그렇게 쓰는 건 아니군요. 시도 자주 만나면 조금은 알 수 있겠지요. 처음 봤을 때는 ‘뭐지’ 해도 나중에 다른 데서 보면 뭔가 느낌이 올지도 모릅니다. 이 말 들은 말이기는 하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본 소설에는 기형도 시 <조치원鳥致院>이 나왔습니다. 이 시는 기억하지 못한 거기는 하지만, 그걸 보니 시집 한번 펼쳐보고 싶기도 하더군요.

 

어떤 책은 읽다보면 나도 한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도 뭔가 쓰지 못하지만. 단지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뿐입니다. 쓸거리도 떠오르게 하면 좋을 텐데요. 제가 왜 이런 말을 했느냐구요, 이 시집을 보니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뭔가는 못 쓰고 이런 말만 늘어놓았습니다. 책이나 영화와 음악 그리고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고 글을 쓰는 사람도 있겠지요. 쓰고 싶은 마음만 드는 건 무엇이라 해야 할까요. 여기 담긴 시가 제 안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렸는지도 모르겠네요. 그것을 끄집어 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그건 다시 제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겠네요. “떠오르고 싶었을 텐데 미안해” 그렇게 제 마음속에 가라앉은 건 얼마나 될지요. 아주 많지는 않을 거예요. 쓰고 싶다 생각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니까요. 책 읽지 않았을 때도 그런 일 있어요. 아니 그때도 책이 아니더라도 무엇인가를 읽거나 보았을 거예요.

 

 

 

사랑하는 그대를 떠올려봅니다

문득 창밖 풍경이 궁금합니다

허공이라면 뛰어내리고 싶고

구름이라면 뛰어오르고 싶습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이토록 평화로운 날은

도무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휴일의 평화>에서, 57쪽)

 

 

 

10

 

사랑을 잃은 자 사랑을 꿈꾸고, 언어를 잃은 자 다시 언어를 꿈꿀 뿐.  (<먼지 혹은 폐허>에서, 79쪽)

 

 

 

심보선 시는 처음 만났는데(제가 아는 시인이 많은 건 아니군요), 시집 보기 전부터 내가 이걸 잘 볼 수 있을까 했습니다. 그냥 보면 될 텐데, 이렇게 보기까지 두해가 걸렸습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보고 싶었지요. <슬픔이 없는 십오 초>라니. 슬픔이 담긴 시가 많이 보입니다. 사람이 사는 것 자체가 슬프고, 사람을 슬픈 짐승이라고도 하지요. 슬픔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작가는 슬픔으로 글을 쓰기도 하네요. 자신의 슬픔에 빠져서 둘레를 못 보면 안 되지만, 슬픔을 알아야 남의 슬픔에 공감하겠지요. 슬픔이나 아픔을 좋아하지 못해도 아주 싫어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슬픔이 쓸쓸하지 않게.

 

 

 

 

 

 

 

 

 

 

 

네 슬픔이 내게 인사하네

 

 

 

지난 밤 꿈에 네가 나왔어

오랜만이어서 기뻤지만

우는 널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마음 아팠어

 

현실의 넌 울지 않기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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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6-11-13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달에 시집 한권!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응원드립니다. /^^/
2000년대 초반까지의 시인들은 좀 아는데 (시집을 좀 많이 봤습니다.) 그 후론 모르는 시인이 많아 2000년대 이후 활동한 시인들을 좀 들춰보려고 하는데, 생활(직장, 아이)이 발목을 물고 있고, 많은 책들이 여전히 줄 서 있어 쉽지 않습니다만, 시간을 내 볼 계획입니다.

희선 2016-11-13 00:3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조금 쓸데없는 말이지만, 제가 책을 읽고 쓰고부터는 시집을 보면 뭐라 쓰지 하는 마음에 좀 멀리 했습니다 한국소설도 마찬가지네요 그것도 있고, 다른 책을 보다보니 시는 잘 못 보게 되기도 했어요 여전히 시집 많이 나오고 시인도 많더군요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든다고 해도 책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알고 싶은 것도 많고 그러네요 하지만 얼마 못 보기도 합니다 한달에 한권 보기로 한 건 다른 것도 있는데 그건 올해 별로 못 봤습니다

가을에 시가 어울리죠 아니 시는 언제 봐도 괜찮습니다 雨香 님한테 시를 만나는 시간이 나기를 바랍니다


희선

오거서 2016-11-13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뚜렷하게 말할 수 없어도, 괜찮습니다. 저도 응원합니다! ^^

희선 2016-11-15 01:28   좋아요 1 | URL
시를 보는 것도 정해진 답은 없는 거겠죠 그때 자기 마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볼 수 있어야 할 텐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