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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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식구가 죄를 짓고 그것도 사람을 죽였다면 어떨까. 그런 건 아예 생각하고 싶지 않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남들 앞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살아갈까 하겠다. 그때 생각해야 하는 건 죽임 당한 사람과 그 사람을 잃은 식구일지도 모를 텐데, 어쩐지 죄를 지은 식구 때문에 자신이 받을 손가락질을 더 걱정할 것 같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겠지. 다른 사람은 그다음일 거다. 난 그런 생각이 드는데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를까. 이 책을 쓴 마이클 길모어는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형이 사람을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고 죽임 당한 게 자기 자신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형인 게리 길모어는 왜 그렇게 됐을까. 범죄소설을 보면 사람을 죽인 사람이 어렸을 때 어땠는지 말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거의 부모한테 맞고 자란다. 학교에도 제대로 가지 않고 술 담배 여자 마약에 빠지고 도둑질을 하고 소년원에 들락거린다. 나이를 먹으면 감옥에 갇힌다. 게리 길모어도 그리 다르지 않다.

 

자신이나 형제가 왜 이상하게 됐을까를 알아보려면 오래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그런 것도 정말 영향을 미칠까. 마이클 길모어는 어머니 조상이 모르몬 교였다는 말을 한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고 영국에서 모르몬 교에 빠진 사람이 미국으로 건너왔다. 모르몬 교가 어떤지 난 잘 모른다. 다른 종교도 아는 게 별로 없다. 모르몬 교리에서 어떤 건 괜찮지만 어떤 건 안 좋았다. 교리를 잘못 해석하면 안 되는데, 모르몬 교가 미국에 정착하기까지 사람이 많이 죽었나보다. 왕국을 지으려 했다는 말을 보니 이스라엘이 생각났다. 외할아버지는 마이클 길모어 어머니와 어머니 오빠를 심하게 대했다. 어머니는 늘 집을 떠나고 싶어했다. 집을 떠나고 만난 사람은 어머니보다 나이가 두배나 많은 프랭크 길모어였다. 어머니 눈에는 아버지가 멋지게 보였나보다. 나중에 아버지가 여기저기에서 다른 이름을 쓰고 결혼도 여러 번 하고 아이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이라면 그런 걸 알면 바로 헤어질 텐데, 어머니는 그러지 않았다.

 

벌써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다. 이 책을 보고 이때라도 다르게 했다면 끝이 나쁘지 않았을 텐데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게리 길모어는 사람을 죽이고 유타 주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사형이 없어졌는데 게리 때문에 되살아났다. 게리 자신은 사형 받기를 바랐다. 마이클 길모어는 그것을 모르몬 교에서 하는 피의 속죄의식과 상관있다 여겼다. 앞부분을 말하다 이렇게 뛰어버리다니. 마이클 어머니 아버지는 십년 정도 미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아버지는 무언가에서 달아나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일은 어머니와 게일렌(셋째형)만 알았다. 아버지는 예전에 무슨 짓을 한 걸까. 많은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아내와 아이를 때리는데, 마이클 아버지는 술을 끊은 다음에 그랬다. 술을 끊은 건 건강이 안 좋아서였다. 아버지가 그동안 사기 치는 일을 했는데 그것 때문에 감옥에 갇혔다. 감옥에서 아버지가 나오고 어머니는 이제 떠돌아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한다. 아버지 일은 잘되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뿐 아니라 프랭크와 게리를 많이 때렸다. 게리가 잘못하면 프랭크까지 맞았다. 마이클이 태어난 다음에 게일렌은 찬밥신세가 되었다. 다 같은 자식인데 손바닥 뒤집듯 바뀌다니. 마이클만은 세 형과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나이를 먹고 조금 달라진 거겠지. 아버지는 자기 부모한테서 사랑받지 못했다. 그게 아버지 삶을 안 좋게 했을지도. 아버지가 죽었을 때는 다들 슬퍼했다.

 

아버지가 죽고 게리와 게일렌이 달라지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게리는 소년원에서 나쁜 짓을 배우고, 감옥에서도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 게일렌은 집을 나가고 몸이 아주 안 좋아졌다. 네 형제에서 가장 먼저 죽는다. 게리는 그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러지 못했다. 감옥에서 오래 지내서 바깥에 적응하지 못한 건 아닐까 싶다. 게리가 자유를 얻는 방법은 죽는 거였다. 사형을 받으려고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죽인 걸까. 식구나 다른 사람을 생각했다면 그런 일은 하지 않았을 텐데. 약을 먹은 탓도 있겠지. 미국은 약을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다. 술은 어린이도 마신다. 부모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든 그건 자식한테 영향을 미치겠지. 자기 자식만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 안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안 좋은 집안 환경에서 자란다고 모두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다. 게리는 소년원에 갔다 오고 감옥에 자주 들어갔다 나온 것 때문에 더 나빠진 건 아닐까 싶다. 그곳에서 살아남으려고 남을 괴롭혔을 거다. 남한테 상처를 입히는 건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어서기도 하단다. 게리나 게일한테는 그런 충동이 있었다. 아니 많은 사람은 그런 충동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안으로 삭이겠지. 첫째 프랭크는 그런 것 같다.

 

자기 집안 이야기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거의 모든 사람은 그걸 알려 하지 않기도 한다. 마이클은 게리가 사람을 죽여서 알고 싶어한 거겠지. 맏형 프랭크가 가장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프랭크가 집에서 떠나려 한 적이 있는데 어머니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 어머니가 죽고 프랭크는 모습을 감추었다. 프랭크는 동생 마이클이 잘 살아가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동생한테 폐끼치지 않으려 했다. 한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며칠 보면 기분이 이상한데, 한 가정 역사를 보는 것도 다르지 않다. 바뀌지 않는 일을 바라보는 건 어쩐지 슬프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겠지. 죽음을 맞기 전에 그동안 쌓인 응어리를 푸는 부모 형제가 얼마나 될까. 많지 않을 것 같다. 다들 때를 놓칠 거다. 프랭크와 마이클 둘은 형제로 살아서 다행이다 생각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게리와 게이렌한테는 어떤 꿈이 있었을까. 젊은 어머니는 잘 살고 싶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겠지. 프랭크와 게리 그리고 게일렌은 어릴 때 아버지한테 맞은 게 상처가 됐을 거다. 사람 삶은 한번뿐이다. 남을 아프게 하고 미워하기보다 좋게 지내는 게 좋겠지. 그러려면 남보다 먼저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한테 사랑받은 자식은 자존감이 높고 자신을 좋아하겠지. 자란 다음에는 자신이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릴 때 겪은 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면 남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까 싶다.

 

 

 

희선

 

 

 

 

☆―

 

“나는 게리가 한 짓이 무척 싫었어.” 프랭크가 말했다. “그 애가 저지른 짓은 매우 끔찍하니까. 하지만 게리가 당한 일들도 끔찍하기는 마찬가지야.

 

넌 어떻게 생각하니? 만일 게리가 22년 동안 감옥에서 지내지 않았더라면, 게리가 한 사람 머리 뒤통수에 총을 쐈을까? 그것도 그 사람 임신한 아내와 어린 자식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이야. 또 다른 사람한테는 어땠을 거 같아? 게리는 주유소에서 그를 쐈지. 그 사람은 몇 시간 동안 숨이 끊어지지 않고 살았대. 그러니까 그 사람은 몇 시간 동안을 죽지도 못하고, 괴로움 속에서 몸부림 쳤다는 얘기야. 그렇게 괴롭게 천천히 죽어간 거야. 그 짐승 같은 감옥사회에서 받은 교육이 게리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난 확신해. 그 짐승 같은 사회가 게리가 그런 비극을 저지르게 만든 거야.”  (5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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