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 어느 작가의 생
캐롤 스클레니카 지음, 고영범 옮김 / 강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볼까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다 보았습니다. 처음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더 걸렸지만. 제가 게으름을 피워서 그렇습니다. 집중해서 잘 봤다면 하루쯤 줄였을지도 모를 텐데, 책을 보고 어떤 말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 잘 못 봤습니다. 잘 못 봤다는 말을 이렇게 했네요. 누군가 만들어 낸 사람 삶을 보는 것과 실제 있었던 사람 이야기를 보는 건 조금 다르기도 하네요. 누가 자기 삶이 책으로 나오리라는 걸 알고 살까요.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요. 아니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조금 생각할까요. 스스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쓰는 사람도 있군요. 자기 삶 모두를 되돌아보고 그것을 쓰는 건 쉽지 않을 듯합니다. 이 책이 그런 건 아닌데 이런 말을 했네요. 자신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과 남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데는 차이가 있겠지요.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거 보통 사람한테도 필요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어렵고 힘들다 해도. 저는 별일 없어서 되돌아봐도 아쉬움만 남을 듯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 좀 우울하네요. 아직 남은 삶을 아쉬움 없이 지내면 될 테지만 그것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레이먼드 카버를 어떻게 알았는지 생각나지 않네요. 언젠가 김연수가 《대성당》을 우리말로 옮겼다는 말을 보고 알게 된 것 같기도 하고, 그 책을 본 사람이 쓴 글을 보고 안 것 같기도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 《잡문집》에서도 봤네요. 이 책을 보다보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레이먼드 카버와 하루키 다른 것 같기도 한데 생각나다니. 하루키가 카버를 찾아간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건 《잡문집》에도 나왔군요. 카버가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한 것도 이 책을 보고 알았습니다. 앞부분에 실린 사진 밑에 테스 갤러거와 카버는 1988년 6월 7일에 결혼하고 그해 8월 2일에 카버가 숨을 거뒀다는 말을 보고는 (두번째지만)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죽다니 했습니다. 그 말만 보고는 좀 안타까웠는데 카버의 삶을 따라가보니 그때 카버한테는 결혼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어쩌면 테스 갤러거한테 그랬을지도). 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부터 함께 살고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카버가 바라는 집도 얻었더군요. 짧은 시간일지라도 다른 때보다 좋은 때가 있었다는 거 괜찮은 삶 아닐까 싶습니다. 죽을 때까지 일이 잘 안 풀려서 고생한 사람도 많잖아요. 죽은 다음에 이름 알려지는 사람도 있네요.

 

이런 책, 한 사람 삶이 담긴 책에서는 마지막에 그 사람 죽음을 만납니다. 책 한권을 보는 건 죽음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는 말도 있지만. 이야기 하나가 끝났다고 해서 그게 아주 끝난 건 아니기도 하지요. 그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기를 바라기도 하잖아요. 제가 늘 그런 걸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군요. 앞에서 카버가 죽었다는 말을 벌써 해서일지도. 카버가 쓴 소설 한권 봤는지 두권 봤는지 잘 모르겠네요. 확실하게 봤다고 기억하는 건 《대성당》입니다. 그저 보기만 했습니다. 카버가 쓴 소설을 좀 본 다음에 이 책을 봤다면 더 나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봤다 해도 잘 몰랐을 것 같습니다. 카버는 자기 삶을 소설로 많이 썼다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아주 똑같게 쓴 건 아니겠지요. 아들과 사이가 좋아졌는데 소설은 반대로 쓰기도 했다네요. 그저 소설로 받아들이면 괜찮을 테지만, 자기 이야기 같은 게 사실과 다르게 쓰인 걸 보면 기분 안 좋을 것 같습니다. 카버는 진짜 있었던 일일지라도 그것과 다르게 써서 다른 걸 나타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소설은 그런 것이기도 합니다.

 

카버는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카버가 열일곱일 때 열다섯이 다된(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말하지 않지만) 메리앤을 만나고 두해 뒤에 결혼했습니다. 카버뿐 아니라 메리앤도 이른 결혼이군요. 어려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메리앤은 카버가 대단한 작가가 되리라는 걸 믿고 돈을 벌고 자기 공부를 뒤로 미뤘습니다. 책을 보면서 카버가 사람들과 잘 지낸 건지 잘 지내지 못한 건지 잘 모르겠더군요. 친구와는 잘 지냈습니다. 카버는 딱부러지는 성격은 아닌 듯합니다. 작가 가운데는 그런 사람 별로 없기는 하네요. 어렸을 때부터 술을 마시고 학생을 가르치게 됐을 때는 더 많이 마셨습니다. 알코올 의존증이 된 미국 작가 많군요. 이름 아는 사람 그렇게 많지 않지만, 그것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작가도 있잖아요. 그래도 카버는 술을 끊었습니다. 아니 알코올 의존증이었지만 알코올에 기대지 않은 시간이 십년이 되었군요. 이건 고칠 수 없는 건가봐요. 술을 먹지 않다가 한번이라도 마시면 다시 돌아가겠지요. 카버가 술 마시는 건 참았지만 담배는 엄청 피웠습니다. 테스 갤러거 아버지가 암이라는 걸 알았을 때 담배를 끊어야겠다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알코올 의존증은 유전되는 것이기도 한가봐요. 카버 아버지에서 카버로 카버에서 딸 크리스틴한테 이어졌거든요.

 

술을 마시지 않는 카버는 테스 갤러거와 만났습니다. 메리앤은 카버를 위해 애썼는데 결국 헤어졌네요. 그래도 친구로 지냈습니다. 메리앤과 살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 카버는 그 환경을 힘들어한 듯합니다. 조용한 곳에서 글을 쓰고 싶어했으니까요. 마음 한쪽에서는 좋은 아버지도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카버가 자유롭게 글을 쓰고 돈 걱정하지 않은 건 다섯해쯤 되는군요. 더 늘이면 십년. 메리앤은 카버한테 영감을 주고 테스 갤러거는 같은 작가로서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었네요. 두 사람 말고 더 있을지도. 이런 말을 하다니. 카버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어머니, 메리앤 그리고 딸과 아들한테 돈을 주기도 했습니다(아들은 스스로 잘 지냈군요). 카버는 그렇게 하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언제까지 돌보아야 할까 하기도 했네요. 많이 도와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쉬웠던 건지도. 카버가 장편소설 쓰려고 했는데 그건 끝내 쓰지 못했군요. 카버가 암으로 그렇게 죽지 않고 더 살았다면 장편소설 썼을지.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네요. 카버와 친한 사람은 카버가 암을 이겨내리라고 여겼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워했습니다. 카버가 죽은 뒤 유산 때문에 좀 시끄럽기도 했나봅니다. 그런 이야기도 쓰다니. 그런 이야기 보니 어쩐지 슬펐습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할 테지만.

 

편집하는 사람은 작가 글을 마음대로 잘라도 될까 싶기도 합니다. 카버 소설을 많이 편집한 사람은 고든 리시인데, 카버가 쓴 것을 많이 잘랐다고 하네요. 고든 리시가 편집자 가운데서는 뛰어나나다는 말도 있지만(다른 사람 글은 그렇게 했으면서 자신이 쓴 건 다른 편집자한테 맡기지 않았다고 하네요). 카버는 리시와 좋은 사이를 이어가기 위해 별 말 안 했더군요. 시간이 지나고서는 자신이 쓴 것을 그대로 발표하고 싶어했습니다. 편집이 중요하다 해도 작가 마음을 존중해야 하지 않을지. 앞으로 카버 소설 볼 수 있을지. 카버가 시도 많이 썼군요. 이렇게나마 카버를 만나서 좋았습니다.

 

 

 

희선

 

 

 

 

☆―

 

글을 쓰려면 “먼저 살아 남아야 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낸 다음, 날마다 열심히 써야 한다.”  (699쪽)

 

 

 

카버는 자신의 삶에서 바랐던 것을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일이었다. 카버는 실제로 아들과 형제로, 친구, 아버지, 남편으로 두번, 그리고 작가로 사랑받았다.  (8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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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5-12-1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꼭 읽어보고 싶어요. 카버는 작품 한편도 못 읽어봤는데, 저는 작가에게 익숙해질즈음 단편을 읽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러면 약간 알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거든요. 카버는 너무나 미국적인 작가라 저는 부러 멀리하고 가까이하지 못한 면이 있는데 이 책을 먼저 읽어 작가를 아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희선님은 카버를 좋아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면을? :)

희선 2015-12-19 01:46   좋아요 0 | URL
예전에 우연히 카버 책을 보기는 했는데... 카버 좋아하는 사람 많은 듯하더군요 어떤 점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 듯합니다 몇달 전에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을 알고 한번 봤습니다 여기에서 책 이야기도 하더군요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니,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야기가 자주 나와요 이 책으로 카버가 잘 알려졌더군요 카버가 쓴 건 다 단편이네요 이걸 먼저 보고 소설 보면 좋을 듯합니다 저는 언제 소설을 만날지... 잘사는 사람보다 못사는 사람 이야기를 해설까요 그런 사람 이야기를 한다고 한 듯하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