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김점선 그림

  샘터  2014년 04월 30일

 

 

 

 

 

 

 

 

 

 

 

 

 

하루는 스물네 시간, 한주는 이레 다음은 한달이라고 해야겠지만, 크게 뛰어서 한해는 열두 달이야. 열두 달 안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어. 한해는 겨울에서 시작해서 겨울에서 끝나는데 사람은 봄을 가장 먼저 말해(북반구는 반대쪽은 여름에서 시작해서 여름에서 끝나겠군).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오기 때문일까. 봄은 시작을 나타내기도 해. 겨울잠을 잔 동물과 식물이 깨어나고, 새학년 새학기를 맞이하니까. 봄은 희망도 가득한 때고, ‘찬란’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때야. 아름답기에 슬프다고 하는데, 봄을 청춘에 비유하기도 하지. 청춘은 뜨거운 여름일 것 같기도 한데. 아름다움이 그리 오래 가지 않는 것처럼 청춘도 길지 않아서일지도. 봄만 아름다울까.

 

여름은 햇빛이 뜨거워. 이것을 가장 먼저 생각하다니. 나도 잘 아는 건 아닌데 여름에도 꽃 많이 핀대. 부드럽고 따스한 봄바람 속을 걷는건 기분 좋지만 뜨거운 햇빛 속을 걷는 건 좀 힘들기는 해. 여름에 꽃을 잘 못 보는 건 뜨거운 햇빛 때문일지도. 여름에는 바람도 뜨겁지. 그래도 바람이 하나도 불지 않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부는 게 나아. 땀 흘리고 맞는 바람은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지. 무엇을 하고 땀을 흘릴까. 나는 걸어서 땀을 흘려. 여름에는 장마도 찾아와. 큰 바람(태풍)도 부는군. 비가 많이 내려서 사람이 해를 입기도 하지만 이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어. 자연에 도움이 되는 일일 테니까. 큰 바람은 바닷속을 깨끗하게 만들기도 하지. 바다가 숨을 쉬게 해주는 거군. 예전에는 여름 좋아했는데. 지금은 좋지도 싫지도 않아. 어느 철이든 좋아하면 좋을지도 모를 텐데. 언젠가부터 여름이 오면 비가 많이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됐어. 이 생각은 예전에도 했구나. 해마다 장맛비 때문에 해를 입은 소식을 듣기도 했으니까. 어쩐지 여름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것만 말한 것 같아. 뜨거운 여름 햇빛 때문에 식물은 자라고 열매를 맺기도 하지.

 

어디에나 사철이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어렸을 때 학교에서 우리나라는 사철이 뚜렷한 온대기후라고 배웠어. 사철이 뚜렷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좀 달라졌지. 과학이 발달하고 자연을 해쳐서 지구는 병이 들었지. 지구 온도는 자꾸 올라가고 북극과 남극 빙하는 녹고. 우리나라 가을 하늘은 높고 파래. 봄과 가을은 많이 짧아졌어. 봄 가을 비슷하기는 해도 가을에 지내기 좀더 나은 듯해. 가을은 짙은 색으로 가득해. 벼와 과일이 익고 거둘 때가 되지. 봄에 벚꽃이 흩날리는 것처럼, 가을에는 빨갛고 노란 나뭇잎이 흩날려. 아니 나뭇잎은 흩날리기보다 땅을 뒹구는군. 그런 모습은 어쩐지 쓸쓸하네. 땅을 뒤덮은 가랑잎은 멋지기도 해. 겨울을 나기 위해 가진 것을 버리는 나무를 볼 수 있으니까. 가을은 다가올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때지(나무는 여름부터 겨울 날 준비를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어). 사람도 겨울잠 자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 적 있는데, 지금 생각하니 잠으로 겨울을 나면 안 좋을 듯해. 눈을 볼 수 없을 테니까.

 

이제 겨울을 이야기해야 해. 겨울 바람은 맵고 차갑지. 어떤 철이든 그 나름대로 냄새가 나는데 겨울 냄새를 가장 잘 맡는 것 같기도 해. 여름 가을은 잘 모르겠어. 봄은 무엇인가 타는 것 같은 냄새가 나는데, 이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겨울은 추워서 좀 안 좋지만 눈이 내려서 좋아. 여전히 눈 좋아해. 눈이 많이 내린 날 눈사람 만들어본 적 없지만. 냇물이 꽁꽁 얼어서 미끄럼을 탄 적 있어. 지금은 그렇게 냇물이 꽁꽁 어는 겨울은 오지 않는 것 같기도 해. 오래전 우리나라 사람은 한강이 얼면 그 얼음을 잘라서 빙고에 넣어두고 여름에 쓰기도 했다지. 지금은 냉장고가 있군. 차가운 물과 얼음은 언제든지 얻을 수 있군. 나무가 가을에는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겨울에는 어떨까. 그저 서 있을까. 나뭇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쉬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는 바쁘게 움직일거야. 그건 새봄을 맞기 위해서지. 이렇게 말하니 나무는 언제나 다음을 위해 준비하는 것 같네. 사람도 다르지 않지.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준비하잖아.

 

멋지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이야기했다면 좋았을 텐데 떠오르는 게 얼마 없군. 제목은 ‘열두 달 노래’라고 했는데 사철 이야기가 되었네. 열두 달 안에 사철이 있으니까.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한해를 모두 좋아하면 좋을 텐데. 지금, 오늘을 좋아하면 그렇게 되겠군. ‘날마다 좋은 날’이라 해도 늘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야. 살다보면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있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닌데. 늘 좋기만 한 것도 안 좋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야. 봄 여름 가을 겨울도 돌고 도는군. 철은 돌아오지만 같은 때는 아니야. 오늘도 그래. 시간이 흐르는 건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어서 안타깝지만, 아쉬워하기보다 하루가 갈수록 조금씩 자란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이건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건 아닐지도. 늘 자라도록 애써야겠군. 언젠가 지금까지 잘 살았다 할 수 있으면 좋겠어.

 

 

 

 

새해 일월

 

 

 

새해 새날 새마음

시작은 희망으로 가득하네

늘 그 마음이길

 

 

 

 

 

이월

 

 

 

부드러운 바람속에서

살짝 얼굴 내민 봄냄새

 

 

 

 

 

설레는 봄 삼월

 

 

 

봄바람은 마음을 들뜨게 하지만 그뿐이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추운 겨울이 가고 조금 따듯해졌으니까 많은 게 깨어나는 때 나도 깨어나길

 

 

 

 

 

벚꽃 사월

 

 

 

그거 아세요

벚꽃 속에는 별이 숨어 있어요

 

 

 

 

 

푸른 오월

 

 

 

연두연두연두연두연두

풀빛풀빛풀빛풀빛풀빛

맑아지는 눈

편안해지는 마음

 

 

 

 

 

여름으로 유월

 

 

 

봄 지나 여름,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은 너를 생각하는 마음

너무 싫어하지 마.

 

 

 

 

 

눈물 나는 칠월

 

 

 

너를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

울고 싶을 때는 너를 보면 될까

 

 

 

 

 

뜨거운 팔월

 

 

 

매미처럼

온힘을 다해

노래하지 않았네

 

 

 

 

 

가을 구월

 

 

 

편지를 써야 할 것 같은 가을

선선한 바람과 풀벌레 소리,

단풍은 아직이지만 새파란 가을 하늘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시월

 

 

 

깊어가는 가을 많이 느낄 수 있기를

너도 나도

 

 

 

 

 

십일월이야

 

 

 

겨울로 가는 길목

감기 조심하세요

 

 

 

 

 

십이월

 

 

 

매운 바람속에 숨어 있는

당신을 생각하는 따듯한 마음

 

 

 

희선

 

 

 

 

☆―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메리 R. 하트먼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웃음과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주리.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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