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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の海神 西の滄海―十二國記 (文庫, 新潮文庫)
小野 不由美 지음 / 新潮社 / 2012년 12월
평점 :
동쪽 바다 신 서쪽 파란 바다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세번째 이야기지만 네번째로 보았습니다(차례대로군요). 《마성의 아이》는 영(0)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을 세번째로 만났군요. ‘마성의 아이’를 보고 난 다음에 바로 다음 책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보니 생각했을 때와 다른 마음이 들더군요. 이번 이야기가 재미없어서 그런 건 아니고, 조금 어려워서 그랬습니다. 우리말로 나온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예요. 제가 잘 모르는 말이 좀 있어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다음 이야기까지는 만화영화로 만들어서 거의 알아요. 이것은 차례는 다르지만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안주국(안국) 왕과 기린이 중심이라고 해야겠네요. 안국인데 왕은 연왕이라고 해요. 경왕은 그대로 경왕인데, 글자가 다릅니다. 연왕 쇼류는 앞에 세권에 다 나왔습니다(다음에도 잠깐 나올지도). 이것을 생각하니 재미있더군요. ‘마성의 아이’에는 곧 연왕이 온다는 말만 나오고 모습은 나오지 않았네요. ‘달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에서는 연왕이 경왕이 될 사람을 도와주었습니다(경왕이 누군지 아직 말 안 하는 게 나을 듯).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에서는 대국 기린 다이키를 위해 잠시 연극을 했지요. 그렇게 조금씩 나오다 이번에는 중심이 되었군요. 안국 왕이 되고 스무해가 지난 때, 왕이 되기 전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곳과는 다른 세계 열두 나라가 있는 곳에서는 기린이 하늘 뜻에 따라 왕을 고르고, 왕은 하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나라를 다스려야 합니다. 아주 어린 기린도 왕을 고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오래전(오백년 넘을 듯) 안국과 봉래(일본)는 모두 나라가 어지러웠습니다. 그때는 일본을 왜라고 했겠군요. 이제 네살인 로쿠타를 아버지와 엄마는 버렸습니다. 살기 위해서 그랬죠. 아버지는 네살밖에 안 된 로쿠타가 무엇이든 잘 알아서 무섭다고도 하더군요. 로쿠타는 안국 기린 엔키였습니다. 로쿠타가 죽기 바로 전에 봉산에서 로쿠타를 데리러 왔습니다. 봉산에서 지내던 로쿠타는 자신이 왕을 골라야 한다는 것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로쿠타는 왕이 있기에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안국을 위해 왕을 골라달라는 여선도 있었는데. 로쿠타는 봉래로 달아났습니다. 봉래에서 돌아다니다 세토우치에서 왕을 만나요. 왕이 그곳에 있어서 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어요. 로쿠타가 만난 사람이 바로 안국 연왕 쇼류예요. 그때는 코마츠 집안을 이을 사람이었는데, 다른 집안 사람과 싸우다 백성과 땅을 모두 잃었습니다. 로쿠타는 싫어하면서도 왕을 구했습니다. 로쿠타가 싫어하는 건 쇼류가 아닌 ‘왕’이라는 자리예요. 기린은 왕을 거스르지 못한다고 합니다. 기린 그렇게 좋은 건 아니군요. 사람이 아니니 어쩔 수 없지만. 안국은 기린과 왕이 모두 태과예요(열두 나라가 있는 곳에서는 사람이 나무에 열리고 태어납니다. 그것은 난과예요). 이것을 보면서 보통 사람이 식(자연재해)에 휩쓸려 봉래에 오는 일은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왕이나 기린은 저쪽에서 찾으려고 하지만, 보통 사람은 누가 찾지 않잖아요. 이쪽에서 어쩌다 가는 사람은 나오지만, 그 반대는 나오지 않아요.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이기 때문이군요.
열두 나라가 있는 곳은 신기합니다. 나라에 왕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아주 다르거든요. 왕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라가 좀 나아집니다. 아주 좋아지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나라에 왕이 없으면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요마가 나타나서 사람이 살아가기 어려워요. 안국에 왕이 없어서 사람들은 굶주렸어요. 그때 가장 해를 입는 건 아이예요. 먹는 입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버리는 거죠. 이런 일 오래전에 진짜 있었군요. 안국에는 로쿠타처럼 부모한테 버림받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를 요마가 길렀습니다.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소설에는 요마와 다니는 코야가 나오지 않아서, 본래는 없는 건가 했는데 여기에 나오더군요. 코야라는 이름은 로쿠타가 지어준 거예요. 예전에 만화영화 보면서는 그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에 책을 보면서는 했습니다. 무슨 생각이냐구요. 아주 어릴 때 엄마한테 버림받고 요마와 살았는데 어떻게 말을 할까 한 거예요. 그런 말 나오더군요. 코야가 하는 말은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고 새 울음소리였다고(코야를 기른 건 새처럼 생긴 요마예요. 천견이라고 하더군요). 기린이나 왕 그리고 선인은 어떤 말이든 이해합니다. 기린인 로쿠타는 코야가 요마 말로 하는 것을 알아들은 거예요. 그렇게 만나고 스무해가 지나서 로쿠타와 코야는 다시 만납니다. 코야는 어른이 됐을까요. 이런 말하니 좀 우습지요. 코야는 이제 사람 말을 하고 선인이어서 나이도 먹지 않습니다(열다섯살쯤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로쿠타는 열세살 모습이라는군요. 로쿠타, 엔키는 다른 나라 기린보다 어린 모습입니다.
이곳은 우리가 사는 곳과 다르죠. 왕을 기린이 고른다는 게. 그렇다고 기린 마음대로 왕을 고르는 건 아니예요. 하늘이 왕을 가르쳐줍니다. 이 일을 그렇구나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왜 왕을 기린이 골라야 할까 생각하는 사람 없을까요. 하늘을 시험해보고 싶은 사람 있을지도 모르죠. 이런 사람은 《바람의 바다 밝아오는 하늘》에 나오는군요. 여기 나온 아츠유는 좀 다르군요. 아츠유는 말로는 백성을 위해서라 하지만, 이것은 그저 겉으로만 하는 말이고 자신을 좋게 보이려고 했습니다. 사람은 잘못하기도 하는데 아츠유는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더군요. 잘못은 다 남한테 덮어씌우고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하죠. 아츠유는 왕 위에 상제를 두어서 원주를 다스릴 모든 권리를 가지려고 했습니다(원주 한곳만 생각한 건지 나라를 다 다스리려고 한 건지). 조금 이상하죠. 왕이 아닌 왕 위에 서고 싶다니. 어쩌면 자신이 하늘이 고른 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아츠유는 조금 자랑하듯이 자신은 왕이 되려고 봉산에 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욕심없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는 자신 없어서 그런 거죠. 쇼류는 왕 자리보다 백성을 생각하더군요. 왕은 나라를 평화롭고 잘살게 만들어서 백성한테 주어야 한다고 했어요. 나라가 자기 것이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라에 문제가 없어서 질리면 나라를 망하게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이 말은 다른 책에서 그것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한 거네요(앞에서 봤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책에 있더군요).
나라에 왕이 나타나고 어지럽던 나라가 진정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이것은 저도 잘 모릅니다. 왕 혼자 한 나라를 다스리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신하가 있는 거죠. 여기는 나라를 아홉주로 나눕니다. 거기에 주후를 두고 그 밑으로 또 있겠지요(이렇게 얼버무리다니). 쇼류는 예전 신하를 모두 바꾸지 않았습니다. 왕이 바뀌었다고 해서 신하까지 싹 바꾸는 건 좀 어려운 일이죠. 그것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야겠지요. 쇼류는 그것을 잘 아는 듯하더군요. 왕에 맞는 그릇인 거죠. 아니 기린이 고른 왕은 다 현명한 왕이 될 자질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에서 왕이 되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하면 오랫동안 살고 그 나라도 살기 좋은 곳이 되겠지요. 왕이라는 무게에 짓눌리면 길을 벗어나고 말겠지요(어떤 나라 왕은 법을 아주 엄하게 만들어서 작은 잘못을 저질러도 그 사람을 죽였습니다. 중국에 그런 사람 있었던 것 같군요). 백성을 괴롭히지 않고 길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는 건 왕뿐일까요. 정치를 하는 사람은 다 그래야 합니다. 왕이 길을 잃으면 기린이 병들고 기린이 죽은 뒤 왕도 죽습니다. 다른 사람은 왕이 알아내서 벌을 주겠지요. 왕은 사람을 잘 봐야겠습니다.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닌, 백성과 나라를 생각해서 올바른 말을 하는 사람을.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죠. 왕이 괜찮다고 해서 그 나라가 잘 되는 건 아니죠. 왕을 돕는 사람도 괜찮아야 합니다.
다른 책에도 왕이나 기린이 나오지만, 개인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게 했습니다. 이번에는 정치가 좀 나오는군요. 어쩌면 이것을 제가 어렵게 여긴 건지도 모르죠. 나와는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저같은 사람이 많으면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성이 나라 주인이다는 말도 있잖아요. 여기 나온 백성도 왕이 없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는 것을 알고 왕을 돕습니다. 왕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서죠.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다음 이야기에는 여자아이 셋이 나옵니다. 요코와 스즈 그리고 쇼케이예요. 곧 만나봐야겠습니다.
희선
☆―
“백성이 있어야 왕이 있어. 내가 왕일 수 있는 건 백성이 나한테 나라를 맡겼기 때문이야! 그 백성이 나라 따위 망하는 게 낫다고 한다면, 나는 무엇 때문에 여기에 있어야 하지!” (293쪽)
“누구나 굶지 않아도 되는 풍족한 나라. 추위에 떠는 일도 밤이슬에 젖는 일도 없는 집, 백성 누구나 조용하고 편안하게 굶는 걱정도 전쟁에 휩쓸리는 걱정도 없는 편안한 땅이 갖고 싶어. 나는 쭉 그게 갖고 싶었어. 부모가 아이를 버리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모자람 없고 넉넉한 나라를…….” (3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