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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の海 迷宮の岸 十二國記 (新潮文庫) (文庫)
小野 不由美 / 新潮社 / 2012년 9월
평점 :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내가 가장 괴로울 때는 학년이 올라가서 모르는 아이들 틈에 있는 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기분이 된 게 언제부터였는지 잘 모르겠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해진 듯하다. 새학년 새 반에 적응하는 시간은 거의 한달이 걸렸다. 새학년이 되면 한달쯤 가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해서, 그쯤 걸렸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한달이 지났다고 해서 내가 친구를 사귀었느냐 하면 그러지 못했다. 내가 다른 아이한테 말을 먼저 했던 적은 거의 없다. 다른 아이가 나한테 먼저 말을 걸어주기를 바랐다. 그다음에 친구가 되었는지 어땠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는 동네 친구가 있어서 다른 친구를 별로 사귀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중 · 고등학생 때는 학교에서만 친구고 학교가 아닌 곳에서는 거의 만나지 않았다(만날 시간이 없었던가). 그런 친구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아주 친한 친구는 없었다. 이런 말을 하다보니 《달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에 나온 요코가 생각나기도 한다. 요코와 나는 좀 다르지만. 나는 요코처럼 누구한테나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 눈치를 본 건 비슷한가. 나는 이상하게 선생님이 무서웠다.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이 부러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선생님을 무서워한 건지, 어른을 무서워한 건지. 어릴 때만 그렇게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한 건 아니다.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선생님 같은 어른과 편하게 지내지 못한 건 왜였을까. 어렸을 때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했다. ‘자신 없다’고. 어떻게 하면 자신이 생길까 했는데, 이건 지금도 그렇다. 사람은 어릴 때 만들어진 성격이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가보다. 아니 아주 잠깐 활발해지려고 애쓴 적도 있다. 그게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아서 본래대로 돌아갔는지도.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가 아주 어릴 때는 활발했다. 학교에 다니기 전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면 절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했는데, 커갈수록 그런 모습에서 멀어졌다. 남 앞에 서는 게 싫고 창피하게 생각하게 된 건지도. 내가 성격을 바꾸려고 한 때는 중학교 2학년 땐데 별로 바뀌지 않았다. 그때 같은 반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편지로는 말을 잘 했지만 학교에서 보면 한마디도 못했다. 그래도 그 친구가 그런 것을 아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지금 생각났는데, 중학교 다닐 때 학교에 가다가 개를 만나고 뒷걸음치다 뒤로 넘어진 적이 있다. 그게 3학년 때였는지, 1학년 때였는지. 그때 나는 정신을 잃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일으켜줘서 학교에 갔다. 넘어져 있던 게 그렇게 오랫동안은 아니었나보다. 학교에 늦지 않은 걸 보면. 그런데 내가 어떻게 학교에 갔는지 그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 뒤에 이상해졌다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전과 다르지 않았다. 자신 없는 것과 이건 별로 상관없겠다.
사회생활(우리는 모두 사회인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지만, 일을 해야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을 할 때도 나는 같이 일하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나는 그냥 아는 사람이 아닌 친구가 되기를 바랐다. 그럴 때마다 한사람을 사귀기는 했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괜찮았다. 친하게 지냈다고 했는데, 정말 친했던 걸까. 내가 상대한테 기댔던 건 아닐까. 잘 모르는 사람 틈에 있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 부럽다. 나는 왜 그것을 못하는 걸까. 무엇이 그렇게 자신 없는 건지. 잘못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잘못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었는데, 나는 잘못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이것은 다른 사람한테 나쁘게 보이지 않으려고 한 것일까.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아는데, 그렇다고 내가 완벽해지려고 애쓰는 건 아니지만. 답도 안 나오는 생각을 했다. 지나간 일이라 여기고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할까. 역사를 알아야 그때 잘못한 일을 되풀이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지난 일을 생각하고 이제는 그러지 않아야겠다 하는 건 아니지만.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예전과 지금 나는 그렇게 다르지 않다. 사람을 편하게 대하지 못하는 거. 억지로 바뀌려고 하는 것은 안 좋을 듯하다. 지금 생각하니 나는 여러 사람 사이에 있을 때 더 쓸쓸했다. 그건 남들은 둘씩 셋씩 짝을 지었는데 나는 그러지 못해선지도. 바보 같은 생각이다. 바보 같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 여러 사람 사이에 있으면 여전히 쓸쓸할 것 같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냥 지금처럼 살면 괜찮겠지. 재미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제 책 이야기를 해야겠다.
집에서는 할머니가 별로 좋아하지 않고, 학교에서는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남자아이 다카사토 카나메는 열살 겨울에 다른 세계로 간다. 사람들은 다카사토를 다이키라 하고 그곳에 돌아온 것을 기쁘게 여겼다. 다이키는 대국 기린이었다. 열두 나라가 있는 곳에서는 기린이 왕을 골라야 한다. 책임이 무거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왕을 고르는 것을 하늘(천제)이다. 하늘이 왕에 어울리는 사람을 기린한테 알려주는 거다. 하지만 다이키는 기린이 태어나는 봉산이 아닌 봉래(일본)에서 오래 살아서 자신이 기린이라는 것을 몰랐다. 자신이 기린이라는 말을 들어도 그게 어떤 건지 모른다. (다이키는 자신을 돌봐주는 여선이 자신이 기린이라는 것을 알려줬을 때 그것을 목이 긴 기린으로 생각한 듯하다. 나중에 경국 기린 케이키가 기린이 된 모습을 보여줬을 때 그 기린과 다르다는 것을 안다.) 모두 다이키가 기린이니 왕을 만나면 저절로 알 수 있다고만 말한다. 자신이 사람이 아닌 기린이라는 것을 안 것도 얼마 안 되었는데, 한 나라 왕을 골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다이키는 힘들어한다. 그런 자신이 진짜 기린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기도 하다. 다이키는 다른 기린과 다르게 검정 기린이다. 아니 기린은 여러 색이 있는데 많이 있는 게 금색 갈기에 연한 노랑에 가까운 기린이다. 검정 기린은 아주 가끔 나온다고 한다. 다이키가 가진 힘은 아직 다 나타나지 않았고, 다 자라지 않았다.
본래 기린으로 태어나야 했다지만, 어린이가 지금까지 살던 집을 떠나 아주 모르는 곳에서 살게 되면 엄청 불안할 듯하다. 다이키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여괴 산시가 있어설지도 모르겠다. 여선들은 모두 다이키한테 잘해주었다. 어린 다이키는 여선들한테 보답하고 싶어했다. 마치 어린이가 부모한테 사랑받고 싶어서 무엇인가 열심히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다이키는 자신을 지켜주는 사령을 만든다거나 기린 모습이 되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왕을 만나고서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이키는 자신이 고른 왕을 가짜라 생각했다. 자신을 믿으면 자신이 한 일도 믿을까. 다른 기린은 자신을 잘 알았던 것 같다. 기린은 기린이 무엇인지 누가 가르쳐주는게 아니고 스스로 깨닫는 건가보다. 다이키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어쩐지 다이키가 안됐다. 마지막에는 웃었지만.
이 책보다 먼저 나온 게 《마성의 아이》다. 나는 그 반대인지 알았다. 이것을 먼저 쓰고 나중에 ‘마성의 아이’를 썼다고 생각했다. 오노 후유미는 ‘마성의 아이’를 쓸 때부터 십이국기를 쓰려고 했나보다. 다이키는 다시 일본에 돌아가고 자신이 기린이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기린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기린으로 살아가는가보다 했는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바랐는지도. 여기에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볼 수 있겠지. 다이키한테는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요코도 미련이 있었지만, 일본보다 경국에서 살아가는 게 더 중요했다. 요코와 다이키는 처지가 다르다. 하지만 둘 다 한 나라에 없으면 안 된다. 다이키는 언젠가 다시 기린으로 돌아갈까. 내가 사람과 잘 지내지 못하는 것과 다이키 이야기는 별로 상관없구나. 그냥 그게 생각나서 먼저 적었다. 나는 다이키처럼 책임 무거운 일을 해 본 경험도 없다. 하나, 자신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나 자신을 믿는 것. 다이키도 그게 모자랐다. 모자란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좋겠지.
희선
☆―
드디어 이해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자신’이라고 믿은 범위를 크게 뛰어넘은 생물이라는 것. 그것은 하늘에 직결되어 하찮은 자신의 껍질 속에 큰 힘을 불어넣어준다. (27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