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이라고 바닷가에 가 본 적은 없다. 아니 내가 기억 못할 뿐 아주 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금도 바다가 가까이 있는 곳에서 살고 있는데 더 어렸을 때도 바다가 가까운 곳(남쪽)에서 살았다. 어렸을 때 바다에 간 일은 사진으로만 남았다. 하나 생각나는 게 있다. 비가 멀리에서 내리기 시작해서 내가 있는 곳까지 내리게 된 일이다. 얼마전에 횡단보도에서 하늘을 보니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났다. 내가 서울 고모 집에 갔던 때다. 그때 여름이었다. 여기에 나온 초등학교 5학년인 에사키 교헤이도 부모님이 일 때문에 다른 지방에 가게 되어 바닷가에서 여관을 하는 고모 집에 가게 되는데, 서울 고모 집에 갔을 때 혼자 다녔다. 길을 알고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랬다. 혼자 갔던 곳은 여의도다. 길을 몰라서 오래 걸었다. 다리도 건넜다(버스를 내린 곳이 다리 건너편이었다). 그렇게 간 곳은 MBC 방송국과 가까운 곳(사실 바로 앞)이다. 멀지 않은 곳에는 KBS 방송국도 있었고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빌려주는 곳도 있었다(언제 적 이야기). 지금 생각하니 그때 겁이 없었구나 싶다. 길도 모르는 곳을 혼자 다니다니. 차를 탄 것보다 오래 걸은 게 더 생각난다. 혼자 다니다 고모 집에 잘 돌아갔다. 다른 많은 일은 잊어버렸는데 그것은 잊어버리지 않다니 신기하다. 나중에 남산에 간 것도 생각났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만들어낸 사람 가운데는 경찰 가가 교이치로와 데이토 대학 물리학과 부교수 유가와 마나부가 있다. 가가 교이치로는 형사로 사건을 해결한다. 가가는 사람을 생각한다. 유가와는 물리학자인데, 경시청 수사 1과에 대학 때 친구 구사나기가 있다. 구사나기가 유가와한테 풀기 어려운 문제를 물어보고 해결해서 갈릴레오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책 《한여름의 방정식》은 갈릴레오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유가와가 나온 책을 본 지 좀 돼서 유가와가 예전에는 어땠는지 거의 잊어버렸다. 아니 그때는 제대로 못 봤을지도 모르겠다. 책보다 드라마로 조금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도 유가와가 나올 때는 유가와 역을 한 후쿠야먀 마사하루가 떠오르기도 했다(후쿠야마 마사하루는 료마도 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내가 이름을 외우는 얼마 안 되는 일본 연기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가가 교이치로는 아베 히로시). 이 사람 이름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편지》에 나온다. 왜 나왔는지 잊어버렸지만, 소설에 텔레비전 보는 게 나왔을지도. 드라마에서 본 유가와는 사람이 죽은 일과는 상관없이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지에 더 관심을 갖고 실험하는 데 마음을 썼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바뀌었다. 사람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은 소설을 보아도 알 수 있을지 모를 텐데.

 

갈릴레오 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성녀의 구제》다. 여기에 나오는 유가와는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가와가 어디에서 달라졌느냐 하면 《갈릴레오의 고뇌》에서다(이게 이 책 앞인 듯하다. 갈릴레오 시리즈는 더 나왔다). 두 권 다 읽어보고 시간이 흘러서 다 생각나지 않지만. ‘갈릴레오의 고뇌’에서 유가와는 사람 마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했던 것 같다. 소설 한권에서 사람이 달라져가기도 하는데 유가와는 여러 권이 나오면서 달라졌다. 유가와가 본래 아는 것은 많았지만 사람 마음은 거의 모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유가와가 구사나기와 연이 닿아 이런저런 사람을 보다가 조금씩 알게 된 게 아닌가 싶다. 과학자여서 그런지 본래 사람이 그런지 유가와는 보통사람이 갖는 욕심은 없다. 유가와는 세상에 넘쳐나는 수수께끼를 푸는 일을 즐길 뿐이다. 어쩌면 세상을 안 좋게 만드는 것은 과학자가 아니고 그 둘레에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과학자는 그저 알고 싶은 마음으로 이것저것 연구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하면 돈으로 바꿀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과학자는 돈벌이가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아. 과학자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어느 쪽이 인류한테 더 유익하냐는 거야. 유익하다고 판단되면 설사 자신한테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그 길을 가야 해. 물론 유익하면서 이득도 되면 완벽하겠지.”  (84쪽)

 

 

드라마에서 본 유가와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다(소설에서도 그런 말을 한 적 있을까). 그런데 여기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인 에사키 교헤이와 잘 지냈다. 드라마가 원작과 아주 똑같지 않기는 하다. 교헤이는 바닷가 마을(하리가우라)에서 여관을 하는 고모 집에 가는 기차 안에서 해저 금속 광물 자원 개발 설명회 자리에 참여하러가는 유가와와 만난다. 유가와는 교헤이 고모네가 하는 여관 로쿠간소에 머물기로 한다. 그날 그 여관에는 쓰카하라 마사쓰구라는 사람도 머물렀다. 그런데 다음날 쓰카하라는 제방에서 떨어져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다. 쓰카하라는 도쿄 경시청 수사1과 형사였던 사람이다. 현경에서는 사고로 처리하려고 했는데 도쿄에서 쓰카하라 후배가 와서 시체를 보고 사고가 아니라고 여겼다. 도쿄에서 조사하는 사람은 유가와 친구 구사나기와 우쓰미 가오루다. 지금 일과 열여섯 해 전에 일어난 일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드러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일을 알게 되는 건 아니다. 몇 사람만이 알고 묻힌다. 그게 좋은 걸까. 어떤 일은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바로잡아야 한다. 시간이 많이 흘러버리면 어렵다. 다른 사람을 위해 죄를 뒤집어쓰는 건 좋은 걸까. 죄를 지은 사람한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건 아닐까. 어떤 소설에서는 당신이 진짜 아버지라면 자식이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 맞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보다 자신이 죄를 뒤집어쓸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런 일은 형사한테 큰 죄책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죄를 짓고 죗값을 치르면(감옥에 갔다 오는) 그걸로 끝이다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무엇보다 무거운 죄는 사람을 죽인 일이다.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거다. 여기에도 있다. 바다를 지키고 살아가는 게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모든 게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게 옳을까 그를까, 잘 모르겠다. 하나를 덮으면 자꾸 덮어야 하는 게 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여기에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멋대로 생각한 거구나. 그렇게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한테 자기도 모르게 큰일을 저지르게 만들다니(이 말은 안 해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오래전에 일어난 일은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그 일이 지금 자기 자리를 흔들 수도 있다고(미야베 미유키 소설 《진상》에도 그런 말이 나왔다). 사람 일이 언제나 문제없이 잘 흘러가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될 때도 있다. 살면서 엄청난 일은 저지르지 않는 게 좋겠다.

 

이 소설에서 재미있게 보이는 것은 유가와와 교헤이가 실험하는 거다. 교헤이는 유가와한테 왜 이 지역이 하리가우라인지 설명해준다. ‘하리’는 수정이라는 뜻으로, 해가 머리 위에 올라오면 바다 밑까지 비쳐서 바다에 색깔 있는 수정이 잠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것을 보려면 배를 타고 바다 멀리까지 나가야 하는데 교헤이는 뱃멀미를 해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유가와는 교헤이한테 바닷속 수정을 보여주려고 한다(페트병 로켓으로). 유가와는 교헤이와 불꽃놀이를 하면서도 불꽃반응을 가르쳐준다. 마치 과학은 재미있는 거야, 하는 것 같았다. 교헤이는 이제 과학을 좋아할까. 이런저런 생각은 많이 할 것 같다. 여름에 있었던 일도. 교헤이한테 유가와를 만난 일은 도움이 됐을 거다. 앞으로도 답을 찾아가겠지.

 

 

 

희선

 

 

 

 

☆―

 

“이과를 싫어하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지. 모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다가는 언젠가 큰 잘못을 저지르게 돼.”  (89쪽)

 

 

“현대 과학으로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많아. 하지만 과학 발전과 함께 언젠가는 그런 수수께끼도 풀리겠지. 그렇다면 과학에 한계라는 것이 있을까? 있다면 무엇이 한계를 만들어 내는 걸까?”

.

.

.

 

“그건 바로 사람 자신이야.”  (547쪽)

 

 

“어떤 문제라도 반드시 답은 있어.”

 

유가와는 교헤이를 똑바로 봤다.

 

“하지만 답을 바로 찾아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삶도 그래. 금세 답을 찾지 못하는 문제가 앞으로도 많이 생겨날 거야. 그때마다 고민하는 건 뜻있고 가치 있는 일이지. 하지만 조바심 낼 필요는 없어. 답을 찾아내려면 너 자신을 연마해야 하는 거지.”

.

.

.

 

“네가 이번 일에 답을 찾아낼 때까지 나는 너와 함께 같은 문제를 껴안고 앞으로도 고민할 거야. 잊지마, 너는 절대 혼자가 아니야.”  (548~549쪽)

 

 

 

 

 

                   

 

                   

 

페트병 로켓, 영화에 나온 것은 멋지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