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훔치고 싶은 것 미래의 고전 20
이종선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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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는 집

 

 

학교에서 즐겁게 공부하고,

동무와 재미있게 놀아도

마음은 쓸쓸합니다

 

재미있는 만화영화를 보고,

맛있는 밥을 먹어도

마음은 쓸쓸합니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고,

꿈속에서 하늘을 날아도

마음은 쓸쓸합니다

 

엄마 없는 집은 쓸쓸합니다

 

 

 

(예전에 그냥 썼던 것인데 조금 어울릴 듯하여)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들 여진, 여경, 민서, 선주. 책을 보면서 나는 또 생각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를. 떠오르는 일은 없는데 내가 그때는 지금보다 감정이 무디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 짜증나는 성격이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과 지금 내가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기 어렵겠다고 느꼈다. 그것보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어른은 되지 못해도 마음은 자라기를 바란다. 아이들만 아프면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어느 때나 아프면서 자란다. 아이들이 더 크게 아픔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반대가 되었다. 어렸을 때는 조금 바보였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다 생각나지는 않는데 아마 나도 학교가 끝나고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온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모르겠다. 요새는 정말 나 자신이 지난 날로 돌아가서 나 자신을 보고 싶기도 하다. 여기 나오는 여진이는 학교가 끝나면 아무도 없는 집에 왔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엄마가 일을 했다. 쓸쓸함을 채우기 위해서였을까. 여진이는 학교에서 주인 없는 물건을 주워오고는 했다. 그런데 6학년이 되어서는 친해졌으면 하는 민서 물감을 가지고 와 버렸다.

 

여경이는 5학년 때 민서와 같은 반이었는데 민서 엄마 때문에 안 좋은 일을 겪었다. 여경이는 자기가 받은 상처에 대한 보상이라며 민서 돈을 훔쳤다. 여경이는 그게 나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민서는 집도 부자고 공부도 잘했다. 하지만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지 잘 몰랐다. 엄마가 나서서 친구한테 선물을 주었다. 민서는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더 사서 친구한테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경이는 친구 마음을 돈으로 사려 한다고 생각했다. 여진이는 민서와 여경이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했다. 여진이는 민서와 함께 여경이가 민서 돈을 훔치는 모습을 보고, 여경이는 여진이가 민서 물감을 가져간 일을 말했다. 그런 세 아이를 보며 선주가 말했다. “서로 자기가 더 상처받은 척, 피해자인 척하는데, 친구들끼리 이게 뭐야? 서로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이렇게 탓만 하고 있으면 되니!” (128쪽) 하고. 여경이는 민서 엄마만을 보았지 민서 마음은 몰랐다. 책속에서는 이렇게 싸우기라도 하는데 현실에서도 그렇게 서로 말할 수 있을까. 말을 해서 풀어야 한다고 쓴 적 많은데 그것을 진짜 할 수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니,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진이는 여진이대로 집에서 엄마와 언니가 알게 되었다. 여진이가 다른 사람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일은 한꺼번에 터진다더니 정말 그랬다. 여진이는 엄마와 언니가 자기 마음을 알아준 것만으로도 그동안 얼어있던 마음이 녹았다. 민서와 여경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선주가 양궁 경기에서 동메달을 받아서 여진이, 여경이, 민서 세 사람을 집에 불렀는데 갔을까. 여진이는 갔다. 지금 바로는 껄끄럽더라도 앞으로 사이가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나는 마음을 터놓고 말을 한 다음에도 친구로 지낸 사람은 없다. 아니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도 뭣도 아닌 사이가 된 것인지도. 어쩌다가 이렇게 썼을까.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날도 있는 것이지.

 

 

 

희선

 

 

 

 

☆―

 

여진이는 둘 사이에서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작 이렇게 싸워야 했다고 생각했다. 감추지만 말고 처음부터 털어놓았으면 이렇게까지 복잡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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