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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종 눈물귀신버섯 ㅣ 문학동네 시인선 199
한연희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평점 :

제가 외우는 시는 한편도 없습니다. 학교 다닐 때 시를 외워야 했는데, 그때 외운 시는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누구 시를 외웠는지 생각나지 않네요. 정말 시를 외우고 검사도 받았는지, 그걸 한 사람 말을 들어서 저도 했다고 생각한 건지. 시를 외워야 했던 적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외우려 한 시는 있었던가. 잠시 외우고 잊어버렸을 것 같아요. 시는 외우기 어려워도 노랫말은 잘 외웠군요. 노랫말은 음이 있어서 잘 외우는 거겠네요. 그러고 보니 시를 노래로 만든 것도 있군요. 김소월 시로는 많이 만든 것 같습니다.
한연희 시인 시집은 이번에 처음 만났어요. 한연희 시인은 2016년 창비신인문학상을 받고 시인이 됐습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희귀종 눈물귀신버섯》은 두번째 시집인 듯해요. ‘희귀종 눈물귀신버섯’은 정말 있을까요. 귀신버섯은 있는지. 버섯 이름 아는 거 별로 없습니다. 광대버섯은 있네요. 독버섯. 시집 제목이 버섯이어선지 버섯을 말하는 시도 몇 편 있어요. 그저 버섯이 들어간 시가 있다는 것만 봤습니다. 그 시를 잘 읽지는 못했어요. 앞에서 시 외우기를 말하다가 다른 말로 흐른 듯하군요. 한연희 시인 이번 시집을 보니 시 외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인 자신도 자기 시 못 외우겠네요. 시가 길어서.
시는 아니어도 글을 쓸 때 오백자 이상은 써야 한다고 하네요. 리뷰나 산문. 시는 몇 자 이상 써야 한다고 하지 않는군요. 저는 시를 백자도 못 쓸 때 많아요. 그걸 알고 백자 이상은 쓰자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산문은 천자 이상 쓰고 싶지만, 천자 안 될 때도 있는 듯합니다. 책을 본 다음 쓰는 감상글은 천자 넘기도 하고 천자가 안 될 때도 있습니다. 요즘 시인은 시를 길게 쓰지요. 한연희 시인은 거의 다 깁니다. 천자 넘는 시 많은 것 같아요. 이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군요. 시에도 여러 가지 담고, 길게 말할 수 있겠지요. 저도 좀 길게 쓰고 싶습니다. 잘 못 써도, 어떤 글이든. 길게 쓴다고 꼭 좋은 건 아닐지 몰라도.
내가 아는 어른은
한여름에 태어났다
여름에 뻗어나가는 잡초처럼
너무나 잘 자라났다고 했다
어른은 아름답게
뭐든 빨라 일찍 사회에 나가 일을 했고
밤낮없이 일했다
유리 돔 안에는 친구도 있고 일과도 있고
무엇보다 먼지와 소음과 간섭이 없다고
분명 밖이 훤히 보이는데
밖에선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고
비밀이 생긴 것 같아
어른은 좋아했다
이제 정말 어른이 된 줄 알고 풀쩍 뒤곤 했는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돔 안에 든 건 방부제에 절어버린 꽃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드라이플라워나 방향제의 쓸모
최선을 다해 몸안의 생기를 쓰고 나면
버려지는 결과로
한여름에 죽었다
내가 사랑하는 어른은
다른 어른들은 그저 하릴없이 잔디밭에 무성했다
뿌리가 뜯긴 개망초를 바라봤다
공중으로 날아오르니 깃털을
썩지 않는 몸과 뒤섞인 몸의 사체를
걷어버리면
세상에 태어난 흔적도 없어져버릴 테지
미드웨이섬에는 미처 떠나지 못한 앨버트로스가 있다고 한다
내부에 먹지 못할 것으로 가득 쌓여서 죽고 만 것들이다
그들이 부패하고 남은 것은 빨갛고 파란 플라스틱 조각뿐이다
이른 죽음을 맞닥뜨린 어린 새는 섬에서 태어나
한 번도 바깥으로 가보지 못하고 섬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렇지만 다음 여름에도 앨버트로스는 다시 새끼를 낳으려고
쉬지 않고 날아와 미드웨이섬에 도착한다
죽음 위에 생명을 낳고 어른이 되도록 돌본다
여름에 죽은 어른은 성큼 겨울로 간다
내가 모르는 아이로 돌아온다
섬에 오고 또 오는 새처럼
다시 자라나고 자라난다
쓰레기 위에서 움튼 가짜 꽃 하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생을 뽐내고 있다
-<미드웨이섬>, 140쪽~142쪽
앞에 옮겨쓴 시 <미드웨이섬> 잘 모릅니다. 그냥 옮겼습니다. 어른과 앨버트로스는 같은 걸지. 멸종위기인 앨버트로스. 좋아하는 어른과 앨버트로스는 사라졌다 같은. 그런 생각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집 4부에서는 지구 환경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다지 좋지 않은. 이건 그저 제 느낌일 뿐입니다.
이 시집 보기 전에 인문책을 보고 거기에서 알게 된 걸 글로 쓰면 어떨까 했는데. 이 시집에는 그런 게 참 많더군요. 어떤 말을 쓰고 그걸 어디에서 가져왔는지가. 그 책을 보고 자신이 쓸 걸 찾아낸 거겠습니다. 책과 시는 별로 상관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앞으로도 다른 거 잘 못 볼 것 같네요. 아주 가끔 자주 보던 책과 다른 걸 보려고 해야겠습니다. 시집도 자주 안 보는 거군요. 한달에 한권 보기도 어려운. 한국에는 시를 쓰는 시인이 많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