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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방송국 : 초콜릿 살인 사건 ㅣ 고래동화마을 16
김희철 지음, 산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3년 12월
평점 :

언제부터 사람은 경쟁하게 됐을까. 누가 더 잘 하고 못 하고가 그렇게 중요할까. 잘 하면 좋은 점수를 받고 좋은 학교 좋은 일자리를 얻기는 하지. 원시시대에 누가 사냥을 많이 하고 누가 채집을 많이 할까를 겨뤘을까. 지금 생각하니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아. 그때는 많이 하기보다 먹을 만큼만 사냥하고 여러 가지를 땄겠지. 자본주의 사회가 되고 경쟁이 심해지지 않았을까 싶어. 돈이 많아야 많은 걸 살 테니. 돈이 없을 때는 서로 나누고 바꿔서 썼을 텐데. 지금이라고 그런 게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경쟁이 심한 곳은 학교가 아닐까 싶어.
이 책 《호러 방송국 : 초콜릿 살인 사건》이 경쟁과 상관있냐고. 당연히 있지. 호러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건 라디오 방송이겠지. 주파수가 나오니. 누군가 이 방송을 듣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많이 듣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해. 여기에도 자본주의가 나타나다니. 사람만 그런 걸 생각하는지 알았는데. 사람이 풀지 못한 사건을 호러 방송에서 다루고 그 방송을 열세번하면 사건이 풀려. 이 방송을 하는 건 사람이 아니야. 유령이다 해야 할까. 올뺑인 올빼미나 독서하는 소녀상인 독소상은 그래도 주 기자는 사람 같기도 한데. 모습만 그런 건가.
대한예술학교 음악실에서 사건이 일어났어. 아주 추운 겨울 한달동안 두 사람이 음악실에 갇혔어. 한사람은 그랜드 피아노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한사람은 혼수상태로 병원에 실려 갔어. 두 사람은 대한예술학교 학생으로 신난나와 기도도야. 신난나가 죽고 기도도는 겨우 살았어. 음악실에 하루 이틀 갇힌 게 아니고 30일이나 갇히다니. 이런 거 믿기 어렵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니 그런가 보다 해야지. 둘은 모스크바음악원 캠프에 뽑혀서 러시아에 간다고 해서 부모가 걱정하지 않았어. 연락이 없으면 이상하게 여길 텐데 말이야.
도도는 난나가 전학 오기 전에는 피아노를 가장 잘 치는 아이였어. 난나가 전학 오고는 도도는 난나한테 밀렸어. 피아노 전공 담임과 교장 선생님은 난나와 도도를 경쟁하게 만든 것 같기도 해. 도도 엄마도 다르지 않았군. 난나는 엄마가 일찍 죽어서 피아노를 칠 때면 엄마를 생각한 듯해. 그것 때문에 난나 실력이 좋았을까. 도도는 난나가 자기보다 피아노 실력이 좋아서 난나를 시샘하고 미워했나 봐. 두 사람이 음악실에 갇힌 일을 처음엔 사고처럼 말했는데, 시간이 흐르고는 살인사건이 됐어. 신난나를 죽인.
난나를 죽인 용의자는 꽤 많았어. 두 사람의 경쟁을 부추긴 엄마론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 순찰을 게을리 한 경비원, 이러저런 보험을 든 난나 아버지, 도도 그리고 도도 엄마. 호러 방송국도. 모두한테 책임이 있기는 하겠어. 어른은 두 사람을 경쟁하게 만들었으니 말이야. 난나는 딱히 그런 마음이 없어 보였는데. 도도는 아니었군. 누가 더 잘 한다고 예술을 평가할 수 있을까. 악기 연주는 사람마다 다른 듯한데.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연주를 하는 사람도 있군. 자기만의 연주는 안 될까. 글은 어떨지. 글도 다르지 않겠어. 그러면서 나도 잘 쓰고 여러 사람이 좋아하면 좋겠다 생각하는군.
어린이가 읽는 책인데도 좀 어둡군. 어린이책이라고 다 밝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가 펼쳐지는 건 어둡지 않지만, 누군가 죽는 일이 일어나는 게 말이야. 재미있게 하려고 삼삼칠 박수가 나오는 건지. 이 책을 보고 여기 나온 것처럼 하면 안 되겠다 생각할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되기를 바라.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