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문학동네 시인선 171
서효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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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효인 시인 시집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를 만났는데, 시작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이런 말로 시작했네요. 서효인 시인 시집은 처음입니다. 이름은 진작에 알고 있었어요. 시집을 만나면 늘 하는 말인데, 이번엔 처음부터 말해야겠어요. 이 시집 어렵네요. 시집을 한번 죽 보고 한번 더 봐요. 그게 버릇이 돼서 한번만 보고 쓰지 못합니다. 두번 본다고 잘 쓰지도 못하는데, 두번 보고 씁니다. 겨우 두번입니다. 이 시집을 처음 죽 읽은 느낌은, 어쩐지 시인이 화가 난 것 같았어요. 무엇에 화가 난 건지는 뚜렷하게 모르겠습니다. 제가 잘못 느낀 걸지도.


 여기 실린 시에서 소개할 만한 시 못 찾았어요. 시집을 만났으니 시 한편이라도 소개하는 게 좋겠지요. 책 제목인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이 말 인상 깊네요. 자신을 좋아해도 자신을 싫어하고 미워하기도 하겠지요. 두 가지 감정을 다 느끼다니. 자신을 많이 좋아하는 것만큼 자신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저를 좋아한다는 말 안 하지만. 제가 저를 아주 많이 싫어하고 미워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건 다행스러운 일이겠지요. 제가 저를 좋아하고 싶기도 한데 여전히 잘 안 됩니다.




주말 아침부터 구몬 선생님이 전화해

남의 교육관에 참견이다

국민교육헌장을 외는 것처럼

열심인 어머니 남의 어머니 헌신하는 어머니

저희는 생각이 없습니다, 하니 진짜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어머니

한글과 영어를 배우기에는 우리 아이는 아직

어리…… 말이 끊어진 자리에

순간

어머니가 절버덕 주저앉는다

우리 엄마가 보험을 했었다 보험을 파는

엄마에게 많은 사람들이

저희는 생각이 없습니다, 했다

기실 교육관이랄 것은 없고

주말 아침이면 짜파게티를 끓여줄 정도로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 뜨끔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엄마는 대답이 없고 엄마, 엄마

어머니는 다시 몸을 곧추세워 열심이다

한글과 영어를 배우는 데에 아직이란 없다 아직

우리 엄마에게서 든 보험 납기일이 아직

교육헌정 끄트머리 몇 문장이 아직

생각이 없어요 생각이 없고 아직

전화를 끊지 않은 우리 어머니, 엄마 아직도

생각이 난다 보드라운 슬픔이

학습지처럼 배달된다 해답을 보는

순간

엄마는 층계참에 주저앉아

소리 죽여 울고 있었지

아파트 모든 벽에 소리가 부딪쳐 타올라

재가 되었다 나는 기침을 하였다 익은 면에 재를 뿌리며

오늘은 내가 요리사인데 어머니는

울고 우리 아이는 이제 곧

늦은 조기 교육을

시작하기로

아직


-<교육관>, 48쪽~49쪽




 앞에 시는 왜 옮겼느냐고요, 그냥이에요. 잘 모르지만 그냥. 이 시집에 담긴 시는 모두 시인의 경험일지, 아닐지. 경험도 있고 아닌 것도 있겠지요. ‘부음’은 네 편이나 돼요. 그 안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어요. 그런 결정을 한 사람. 그러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한데.


 시집 잘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네요. 뭔가 멋진 말로 쓰고 싶었는데 그것도 못했습니다. 시가 어려워서. 서효인 시인은 하고 싶은 말을 시에 담았을 텐데, 제가 그걸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네요. 아주 조금 안 것이 있기도 할 텐데, 그게 어떤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서효인 시인 시를 또 만날 날이 올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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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5-08-07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민교육헌장, 예전엔 외웠을까요. 저도 외워본 적은 없는데, 이전 세대는 잘 모르겠어요. 요즘엔 아마 보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가끔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세대의 차이 라는 것을 느끼게 될 때가 있어요. 동세대에서 경험한 것들은 다른 세대와는 조금씩 달라지니까요. ^^

희선 2025-08-08 05:44   좋아요 0 | URL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게 한 때 있었을까요 그런 건 학생은 외우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학생이 아니고 앞에 쓰인 건 국민이군요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생각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그것도 예전 거여서 지금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 들겠습니다 그렇겠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