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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ㅣ 문학동네 청소년 51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요즘은 잘못된 일이 일어나면 지난날로 돌아가 지금을 바꾸는 이야기가 많은 듯하다. 그런 것뿐 아니라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에 태어나는 이야기도 있구나. 삶은 한번뿐이다. 한번뿐이기에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바꾸고 싶다 생각하고 그런 이야기를 쓰는 걸지도. 이 책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을 보다보니, 만화영화 <나만이 없는 거리>가 생각났다. 이건 예전에 드라마 먼저 보고, 몇 달 전에 만화영화를 봤다. <나만이 없는 거리>는 후지누마 사토루가 초등학생 때 엄마한테 학대 당하고 누군가한테 죽임 당하는 반 친구 하나즈키 카요를 지난날로 돌아가 구하는 이야기다. 카요를 구하는 건 사토루 엄마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구하는 거였다.
여기에는 부모한테 학대 당하는 아이 우영과 은재가 나온다. 우영은 엄마한테 말로 상처받고 은재는 아빠한테 맞았다. 말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마음을. 말뿐 아니라 몸을 때리는 것도 안 될 일이지. 자기보다 힘 없는 아이를 때리다니. 은재 아빠는 왜 그렇게 아이를 때리고 은재가 하고 싶은 것도 못하게 했을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우영이 엄마는 자신이 잘못된 걸 남편 탓을 했다. 뭐가 잘못됐다고 여긴 건지. 우영이 엄마는 우영이가 잘되어야 자신도 잘된다 여겼다. 실제로 이런 부모 있겠지.
우영과 친하게 지내는 형수는 집안에 별 문제 없어 보이는데. 엄마나 아빠나 형수를 생각했다. 여덟살 어린 동생이 있어서 그런 건지. 사춘기여서 그런가. 형수와 우영은 우연히 은재가 자기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아빠한테 맞으면서 집을 뛰쳐나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모습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학생 아이는 그럴 때 친구한테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잘 모르는구나. 형수는 은재를 걱정한다는 말을 한다. 그런 말이 은재 마음을 조금 따듯하게 해줬다. ‘나만이 없는 거리’에서도 사토루는 처음에는 카요가 늦은 밤에 혼자 놀이터에 있는 걸 보고 크게 마음 쓰지 않았다. 그날 카요는 살인범한테 죽임 당했다. 사토루가 다시 초등학생으로 돌아갔을 때는 달랐다. 한번 살아봐서 그렇다고 해도. 여기에서 형수와 우영이는 은재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해도 관심을 가졌다. 난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힘을 내는 거 실제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일까. 꼭 그렇지는 않을 거다. 다른 아이를 심하게 괴롭히는 아이도 있겠지만, 그런 아이만 있지는 않을 거다. 힘든 친구가 있으면 도우려 할 거다. 학교 폭력도 문제고 가정 폭력도 문제구나. 은재는 아빠한테 맞고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 여기고 거기에서 벗어나기보다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형수와 우영과 반장 그리고 축구하는 친구를 만나고 조금 달라진다. 아이들이 은재한테 손을 내밀고 은재는 그 손을 잡았구나. 은재는 이제 자기 삶을 살려고 한다. 그것도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은재는 괜찮겠지. 좋아하는 축구도 만나고 친구도 만났으니 말이다.
소설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건 행운이다. 처음에 난 형수와 우영 둘이 아닌 다른 친구가 하나 더 있나 했다. 행운은 아이들 둘레에서 자신을 부르기를 기다렸다. 행운이 부른다고 올 것 같지는 않지만. 아주 가까운 곳에 행운이 있다고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저 행운이 다가오기를 바라면 안 되겠지. 그게 다가오게 자신도 뭔가 해야 한다. 뭔가는 뭘지. 그걸 제대로 알아야겠구나. 나도 잘 모른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괴로운 것에서는 벗어나려 하기.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우영은 엄마가 심한 말을 하지만, 우영을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하는 반장 지영이를 만났다. 그것도 다행이구나.
희선
☆―
내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인생이 마구 장난을 쳐 대는데도 견디는 방법밖에 모르는 사람들. 인생에게 걷어차여 정신을 못 차리면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어떻게 해서든 인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 (12쪽)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는 거다. 살을 조금 더 빼면, 키만 조금 더 크면, 말을 조금만 더 잘하면, 공부를 조금만 더 잘하면……. 끝없이 모자란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모든 것을, 그 모두를 좋아해 주는 것. 그런 것이어야만 한다. (105쪽)
“아무것도 못 하지. 근데 그냥 우리가 여기 있다고 얘기해 줄 수 있잖아. 세상 사람들이 다 외면하는 것 같아도 우린 널 이렇게 지켜보고 있다고. 네 걱정하고 있다고.” (159쪽)
“나는 내가 뭐가 되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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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웃게 만들었으면 그걸로 충분히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거 아냐?” (195쪽~1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