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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코교쿠 이즈키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09/pimg_7987151334597879.png)
우리는 오랫동안 불치병에 걸렸습니다. ‘언젠가 책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고 고민하는 병입니다. 신기하게도 이 병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만 걸립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두려워하고, 걱정하고, 앞날을 비관하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책에 관심이 없는 이들은 그저 시대의 흐름이겠거니, 하고 별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책의 죽음을 두려워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럴 리 없다.’ 고 결론 내렸습니다. 설사 전자책이 아무리 위세를 누려도 종이책을 전멸시키지는 못할 거라고요. (<작가의 말>에서, 317쪽)
책 좋아하고 도서관에 가는 거 좋아하세요. 이런 말 처음이 아니군요. 책과 도서관이 나오는 책을 보면 말했을 겁니다. 책이 많은 곳이 바로 도서관이죠. 저는 어릴 때는 책을 읽지 못하고 도서관도 몰랐습니다. 지금은 학교에 작아도 도서관(실)이 있겠지요. 어디나 있을지. 그런 거 부럽네요. 제가 다닌 학교에는 없었어요. 시간이 흐르면 종이책은 사라질까요. 저는 앞에 쓴 작가의 말처럼 종이책이 없어지면 어쩌나 걱정합니다. 옛날엔 책을 부자가 봤네요. 인쇄술과 종이 그리고 도서관이 생겨서 누구나 책을 쉽게 보게 됐습니다. 도서관도 처음에는 돈이 많은 사람이 갔군요. 지금은 누구나 가도 되는 곳이네요.
이 책 《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는 시대가 지금보다 앞날입니다. 세계 3차 전쟁이 일어난 뒤인가 봅니다. 조금 디스토피아 같기도 하지만, 사에즈리초(시보다 작은 읍 정도 동네)는 좋아 보입니다. 가끔 정전이 되기는 하지만. 전쟁 때 사람이 많이 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는 책이 사치품이에요. 책 한권이 아주 비싼가 봅니다. 그런 시대에 사립인 사에즈리 도서관이 있고, 책을 그냥 빌려줍니다. 책이 더러워지거나 찢어져도 꼭 돌려줘야 해요. 책을 돌려주지 않으면 사에즈리 도서관 대표 특별 보호 사서관 와루츠 유이가 어디까지고 찾으러 간다고 합니다. 특별 보호 사서관 와루츠는 책에 심은 마이크로칩으로 책이 있는 곳 정보를 볼 수 있어요. 그건 와루츠만 가진 권한이에요. 와루츠는 왈츠기도 합니다. 이름 뜻은 아니고 발음이.
어디에 책이 있는지 알다니. 와루츠 뇌에 뭔가 넣었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것 때문에 아는 건지도. 단말기 같은 걸로 확인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는 종이와 펜을 잘 쓰지 않는군요. 저는 종이와 펜이나 연필이 없으면 안 되는데. 그런 거 쓰는 사람도 어딘가에 있겠지요. 많은 사람이 단말기로 보는데, 아직 종이책을 좋아하고 보는 사람 있어요. 종이책을 한번도 읽지 않은 사람도 있더군요. 책이 귀하고 사치품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회사원인 카미오도 지금까지 종이책 안 봤는데, 우연히 도서관에 가고 와루츠와 도서관에서 책을 자주 빌리는 이와나미 그리고 코토 선생님을 만나요. 도서관에서 책뿐 아니라 사람도 만났네요.
저는 도서관에 가면 책만 빌리고 바로 집으로 옵니다. 코로나19 뒤로는 자주 못 가게 됐는데, 그게 지금도 이어지고 얼마전에 한달 반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 않기도 했어요. 그나마 읽을 책이 있어서 괜찮았군요. 도서관에 가면 책을 조금만 빌려야지 하는데 그 생각보다 더 빌려요. 책을 보면 보고 싶으니. 사에즈리 도서관에 가는 사람은 서로 알고 지내기도 합니다. 도서관 대표인 와루츠와 일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설지도. 코토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에요. 초등학생은 책을 잘 모르더군요. 와루츠는 언제든 책을 봐도 괜찮다 생각하지만, 코토는 초등학생한테 책은 이르다고 생각하는 듯했어요. 코토는 와루츠를 만나고 그 생각이 좀 바뀐 것 같았어요. 코토 자신도 어릴 때 책을 보고 좋아한 걸 떠올렸습니다.
할아버지가 책만 좋아했다고 여긴 모리야는 할아버지가 사에즈리 도서관에 기증한 책을 살펴보러 와요. 그 책에 할아버지가 쓴 글이 있었는데, 그건 특수한 펜으로 써서 보는 것도 특수 안경으로 봐야 했어요. 모리야는 할아버지를 조금 오해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할아버지가 책을 좋아하고 나중엔 치매 때문에 자신이 한번 산 책을 여러 번 샀어요. 그것도 아주 안 좋게 여겼어요. 할아버지가 뇌수술을 받은 건 소중한 걸 잊지 않으려고였는데. 책이 사치품이니 책을 많이 사면 식구가 싫어하겠습니다. 그런 때 사에즈리 도서관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여기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런 도서관이 더 있다면 좋겠네요.
누가 책을 훔쳐가는 일이 일어나요. 와루츠는 그 책을 찾으러 멀리까지 갑니다. 도시부라는 곳은 폐허 같아요. 사람도 얼마 살지 않고 위험해 보입니다. 거기에서 와루츠는 도서관 책을 가져간 이누즈카 온을 만나요. 어쩐지 나중에 이누즈카 온이 사에즈리초에 올 것 같기도 합니다. 배 속에 아이가 있거든요. 온은 태어날 아기한테 이모가 쓴 그림책을 보여주고 싶어했어요. 본래 온한테도 그 책이 있었는데, 불에 타고 사라지고 사에즈리 도서관에 딱 한권 있었어요. 세상에 책이 한권밖에 없다면 그건 정말 귀하겠습니다. 그런 걸 사에즈리 도서관에서는 돈을 받지 않고 빌려 주는군요.
사에즈리 도서관은 와루츠 아버지인 와루츠 요시아키라 박사가 짓고 책과 함께 와루츠한테 물려줬어요. 와루츠는 도서관 책을 자기 거다 말하기도 합니다. 그 말 맞기는 하겠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그걸 빌려주는 거군요. 초등학교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하루 자는 체험활동을 해요. 이런 건 지금 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한권으로 끝나지 않아요. 일본에선 두번째가 나왔더군요. 다음엔 일본말로 만나 볼까 생각했는데, 지금 한국말로 옮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