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
시가 아키라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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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버는데도 돈이 없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이 번 돈을 대체 어디에 쓰는 건지. 조금이라도 저금 안 할까. 저금을 해두면 무슨 일이 있을 때 그 돈을 쓰면 될 텐데. 내가 잘 모르는 걸까. 돈을 벌어도 쓸 곳이 많으면 남는 돈이 없고 어딘가에서 빌려야 할지도. 난 돈이 없어서 잘 안 쓴다. 돈을 빌리지도 않는다. 사람한테서든 은행에서든. 큰돈 들어갈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야 할지도.


 이 소설 《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에서 누마지리 다카요는 어린 나이에 남자를 만나고 아이가 생기고 결혼했다. 남편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건 만날 때 알아보지 왜 못 못 알아본 건지. 말을 잘해서 거기에 넘어간 거구나. 말을 잘하는 게 좋아 보이지만, 그게 진짜인지 어떤지는 잘 살펴봐야 한다. 다카요 남편은 사업을 한다면서 다카요 친정에서 돈을 빌리는데, 그게 잘 안 되고 빚더미에 앉게 된다. 그 일로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는 치매로 언니와 산다. 남편은 다카요한테 폭력을 쓰기도 했다. 다카요는 그게 무서워서 딸 아야나와 함께 집을 나간다.


 아이가 있으면 할 만한 일이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돌보기도 해야 하니, 혼자 아이 기르는 건 쉽지 않은가 보다. 다카요는 콜센터 일을 했는데 전화를 받다가 정신이 아주 안 좋아진다. 그 일을 못하게 되자 돈이 들어올 곳이 없었다. 집 월세가 밀리자 독촉장이 날아온다. 다카요는 소비자 금융이나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리려 했는데, 지금 하는 일이 없어서 빌리지 못한다. 다카요는 SNS에서 개인 사채업자를 찾아보고 거기에서 돈을 빌리기로 한다. 미나미라는 여성 이름이어서 안 좋은 일은 없겠지 했다. 실제로 개인 사채업자 있을까. 일본에 있으면 한국에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곳에서 돈을 비리면 원금보다 이자가 더 많지 않나. 꼭 돈이 있어야 하는 사람은 그 생각은 많이 못할지도. 다카요도 그랬다.


 돈을 빌려준 미나미는 다카요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좋은 말을 해주었다. 아니 그게 좋은 말일까. 내가 보기엔 좋은 말이라기보다 돈을 더 빌리게 하려는 말 같았다. 다카요도 그런 느낌이 아주 없지 않았는데 급할 때는 미나미한테 의지했다. 말은 문자로 주고 받았다. 돈을 빌릴 사람뿐 아니라 어디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면 사채업자도 부처로 보일까. 다카요는 친척이나 친구와도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 사채업자가 해주는 말에 속는 것처럼 보였다. 다카요도 미나미가 자신한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 하기는 하는데. 다카요는 성매매 일까지 할 뻔했는데 그 일은 하지 않는다. 다카요는 남편과 헤어지고 한부모 수당을 받으려 했는데, 어디서 알았는지 남편이 다카요한테 전화를 하고 이혼한다면 아야나 친권을 자신한테 달라고 한다. 다카요는 빚을 진 것뿐 아니라 남편과 알았던 사람한테서 자꾸 전화가 와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 전화는 안 받으면 될 텐데.


 이 책 보다가 어떤 생각을 한 게 있는데, 그런 일이 있을까 하면서 끝까지 봤더니 그 생각이 맞았다. 세상엔 놀랄 말한 일이 일어나기는 하겠다. 역시 난 돈은 빌리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는 일이 있어서 갚을 수 있다면 은행에서 빌리는 게 낫지 않나. 큰돈은 집 살 때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난 그런 돈도 빌린 적은 없구나. 생활비나 갑자기 있어야 하는 돈을 은행에서 빌리기도 할까. 편의점 포인트를 쌓으려고 카드를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그건 신용카드 기능도 있었다. 나라면 그런 건 만들지 않을 거다. 신용카드로 뭔가 사는 것도 빚인데 그런 생각 못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나. 신용카드 없어서 잘 모르지만. 돈을 빌리는 것도 버릇인 듯하다. 돈이 없으면 안 써야 하는데. 아이한테도 참으라고 하는 건 미안한 일일까. 돈이 없으면 빌리지 하기보다, 돈을 벌면 아주 조금이라도 저금하는 게 좋다. 이 말은 앞에서도 했구나.


 어쩐지 책 제목 ‘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는 책을 읽는 사람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하다. 난 반반이었다. 사람은 누군가한테는 아주 나쁜 사람이기도 하고 누군가한테는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기도 하다. 두 사람 이야기는 한사람 말만 들으면 안 될지도. 자신한테 무서운 사람은 언제까지나 그렇다. 갑자기 이런 말을.




희선





☆―


 “고객이 경찰에 찌르지만 않으면 잡혀갈 걱정은 없다는 얘기야. 옛날 사채업자는 지독하게 추심을 했지만, 요즘 소프트 사채업은 돈 때문에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을 친구처럼 식구처럼 대해주는 게 요령이야. 돈을 갚겠다는 의지만 보이면 웬만한 연체는 눈감아 주고 개인사도 잘 들어주면서 고객과 말랑말랑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거지. 이래저래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니까 카운슬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잖아. 식구 같은 마음으로 대해주면 고객은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보다 오히려 마음 편히 언제든 손 벌릴 수 있는 내 편이다 착각하거든.”  (193쪽~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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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진 2025-02-04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면서 돈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은 없는듯 해요. 나은 삶을 위해 돈을 버리만 나아지지 않은 삶은 어디서 메꾸어야 할까요? 책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희선 2025-02-05 01:08   좋아요 0 | URL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없으면 살기 어렵겠습니다 뭘 하든 돈이 있어야 하니... 돈을 빌리는 것도 부추기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것에는 넘어가지 않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저는 가난하게 살지, 하는 생각이 있어서... 저와 같은 생각으로 사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합니다 사람들이 돈 때문에 아주 힘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