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작을 땐
세상이 무서웠어요
폭풍우 치는 밤엔 더
이튿날 비가 그치면
나무는 물을 듬뿍 마셨어요
나무는 조금씩 오랜 시간 자랐어요
이제 나무는 세상이 덜 무서웠어요
여전히 폭풍우 치는 밤은 두려웠지만,
그런 날도 있는 거지, 하고 나무는 생각했어요
나무는 비와 바람과 햇볕을 좋아하고
나무를 찾아오는 새와 동물도 반겼어요
나무는 늘 그곳에 있는 게 조금 우울했지만,
기다리는 즐거움을 누렸어요
그 나무 한번 만나러 가 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