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
마이아 에켈뢰브 지음, 이유진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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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못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못하는 건 청소 같다. 정리정돈. 집에서는 못해도 다른 곳, 보기를 들면 학교에서는 그런대로 했다. 학교에서 하는 청소라고 해봤자 쓸기 정도니 어렵지 않았구나. 가끔 유리창도 닦아야 했다. 유리창 닦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학교 교실에는 쓸데없이 쌓아둔 물건이 없으니 청소하기 어렵지 않구나. 집은 여러 가지 쌓아둬서 청소하기 어렵다. 물건 정리정돈도 청소에 들어가겠지. 바로 치우면 좋은데, 나중에 치워야지 하고 자꾸 쌓아둔다. 쌓인 게 많으면 그걸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청소, 정리정돈 배우고 싶다. 배우기보다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정리하면 물건이 쌓이지 않을 텐데. 아쉽게도 정리정돈하는 버릇은 잘 안 든다.


 언젠가 텔레비전 방송에서 환경 미화원 시험 보는 걸 잠깐 봤다. 시험 보는 게 나온 건지 그 방송에 나온 사람이 환경 미화원 시험을 본 건지. 그건 시에서 뽑는 거겠다. 시험은 체력을 보는 거였던 것 같다. 청소는 어느 정도 힘이 있어야 하겠다. 청소 일자리도 괜찮을까. 나도 모르겠다. 청소가 세상에서 가장 밑바닥 일은 아닐 거다. 젊은 나이에 청소를 하고 그걸 그림으로 그린 사람도 있던데. 그 책은 못 봤다. 청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자유가 있는 것 같다. 아파트 같은 곳은 주민이 뭔가 안 좋은 말 할지도. 일하러 가는 시간과 일 끝나는 시간은 정해졌겠다. 어디든 그렇겠지만, 일찍 일터에 가야 하거나 늦게까지 일하는 데도 있다. 청소 일 돈은 어느 정도나 받을지. 회사나 아파트 길거리 여기저기를 깨끗하게 만드니 돈 많이 주면 좋겠다.


 요즘은 전문 청소를 하는 곳도 있지 않던가. 특수 청소던가. 그런 곳은 청소를 잘 하면 큰 일이 들어오고 다음 계약으로 이어질지도. 그런 거 잘 모르지만. 청소도 여러 가지가 있겠다. 이 책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를 쓴 마이아 에켈뢰브는 남편과 헤어지고 아이 다섯을 기르려고 오랫동안 청소부 일을 했나 보다. 여기 실린 일기에서는 아이들이 거의 다 자란 것 같다. 아이가 자라서 마이아는 야간 학교에 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마이아는 초등학교만 정규 교육을 받고 그 뒤는 야간 학교에 다녔나 보다. 공부는 때를 놓치면 하기 어렵다고 하기도 하지만, 공부 좋아하는 사람은 제 때 못해도 시간이 지나고 어떻게든 한다. 그런 거 대단하다. 아마 난 그렇게 못할 거다. 게을러서. 정리정돈도 게을러서 못하는 거구나. 학교 공부 적당히 했다. 집이 잘살지는 알았지만, 제 때 학교에 다닌 건 행운이구나.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 글을 쓴다면 좀 나을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고 일을 하면 쓸 게 더 많을지도. 난 쓸 게 없어서 쓴 거 또 쓰지만. 마이아는 청소 일이 힘들어도 불평 불만은 쓰지 않았다. 돈이 얼마 안 돼서 안 좋다고는 했던가. 여기 담긴 일기는 1965년에서 1969년까지 쓴 거다. 여기에는 몇 해 동안 쓴 게 실렸지만, 마이아는 1965년 전에도 1969년 뒤에도 일기를 썼을 거다. 마이아는 책읽기뿐 아니라 글쓰기도 좋아했다. 마이아는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전쟁이 일어나거나 굶어 죽는 사람을 어떻게 하면 도울까 하는 생각도 했다. 1960년대에는 지금보다 정보가 빨리 전달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때 텔레비전이나 라디오가 있어서 정보는 빨리 전달됐을지도. 지금보다는 좀 느렸겠지.


 예전 일이 쓰였는데, 이걸 보면서 난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기저기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도 많다. 차는 1960년대보다 훨씬 많아졌다. 마이아는 개인이 차를 갖게 하면 안 된다 여겼다. 플라스틱도 안 써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한 사람이 마이아뿐이었을까. 그럴 것 같지 않은데. 플라스틱을 덜 써야 한다거나 다른 걸 쓰자고 한 사람이 더 많았다면 지금과 같은 세상이 안 됐을까. 기후변화가 심한 지구. 빙하와 얼음은 빠른 속도로 녹는다. 마이아가 지금 세상을 본다면 깜짝 놀라고 한탄할 것 같다. 이런 세상이어도 마이아는 희망을 찾아내고 살았을 것 같다.


 청소는 마음을 닦는 거기도 하다고 한다. 그걸 일로 하면 좀 다를까. 꼭 그렇지 않을지도. 청소 하는 사람이 있어서 세상이 쓰레기로 덮이지 않겠다. 그 쓰레기는 어딘가 한곳에 모여 있을지라도. 쓰레기 덜 나오게 해야 할 텐데.




희선





☆―


 책……. 책을 곁에 둔다면 외롭지 않다. 독방에 갇혀도 고독하지 않다. 책을 가지고 다녀서 책과 함께 하지 않아도 내면에는 책이 있는 셈이다. 책의 세계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바라는 곳 어디든지 갈 수 있다.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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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8-28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소는 매일 해야하는 루틴인데 그게 쉽지 않죠. 집 안에서는 각자 청소를 하지만 바깥에서는 누군가가 해 주는거잖아요.
청소는 마음을 닦는 것인데 사실 귀찮기도 해요.

희선 2023-08-29 01:51   좋아요 1 | URL
날마다 못해도 날을 정해놓고라도 하면 괜찮겠지요 잘 안 보여도 먼지는 날마다 쌓이겠습니다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바깥에서 조금씩 들어오겠지요 버릴 건 바로 버리는 게 좋은데, 나중에 한번에 버려야지 하다가 큰일이 되기도 하네요 쓰레기는 모아서 버려야 하지만... 청소로 마음을 닦는다면 좋을 텐데, 쉽지 않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8-28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소는 조금만 미루면 해야 할 양이 늘어나서 괴로워지더라구요^^; 그래서 사실 매일 하는게 좋은데 매일은 커녕 한 주에 몰았다가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ㅠㅠ
그래서 정리나 이사, 청소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이 무척 대단하게 느껴져요.
저도 책이 곁에 있을 때 외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ㅎㅎㅎ

희선 2023-08-29 01:55   좋아요 0 | URL
가게 같은 데는 시작하기 전에 청소부터 하겠지요 그러니 날마다 하고 먼지가 덜 쌓이겠습니다 집은 그렇게 날마다 하기 어렵군요 어려운 게 아니고 게을러서 못하는 거군요 제가... 조금일 때 바로 하는 게 좋기는 한데, 몰아서 하네요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청소를 하면 하루가 좋을 것 같은데... 알아도 그러지 못하네요 책이 세상에 있어서 다행입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