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5 - 박경리 대하소설, 2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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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에 살기 어려워진 사람은 만주로 갔다는 게 생각났다. 거기보다 더 먼 곳으로 간 사람도 있겠다. 멕시코, 러시아로도 갔던가. ‘토지’에서 간도 용정이라는 말 봤을 때 생각난 사람은 윤동주 시인이다. 할아버지가 북간도로 갔던가 보다. 윤동주는 용정에 있는 학교에 다녔다. 이번 《토지》 5권에는 학교 이야기도 나온다. 간도는 오월까지 추운 것 같다. 저 위 북쪽이니 그렇겠지. 하동은 남쪽인데, 따듯한 곳에 살다 추운 곳에 간 사람들 고생 많았겠다. 고향을 떠나는 것도 마음 좋지 않았겠지만, 자기 나라를 떠나는 건 더 큰 슬픔이겠다.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겠다 생각했지만, 그 꿈을 이룬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지난번 4권에는 을사조약이 나왔는데, 서희와 의병이 됐던 길상이 영팔이 용이와 여러 사람은 간도 용정으로 왔다. 어느새 1911년이 됐다. 시간이 훌쩍 가다니. 길상이도 서희도 거의 어른이다. 서희는 열아홉살인데 대단하다. 서희 마음엔 복수가 있었다. 최참판집 재산을 빼앗은 조준구한테 하려는. 그걸 이루려고 서희는 돈을 많이 모으려 했다. 독립운동가가 군자금을 달라고 했을 때 서희는 주지 않았다. 서희는 자신이 평사리로 돌아가려면 그런 걸 하면 안 된다 여겼다. 서희는 딱히 친일을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절에 시주한 걸 김훈장은 친일이다 했다. 나였다면 복수 같은 거 생각하지 않고 조용히 살다가 세상이 잠잠해지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엿봤을지도 모를 텐데. 아니 난 아예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을지도. 이렇게 되면 소설이 재미없겠지.


 이번 《토지》 5권은 조선 사람이 많이 사는 용정촌에 큰불이 나는 걸로 시작한다. 본래 거기는 불이 잘 나는 곳인가 보다. 서희는 불이 난 것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도 했다. 그나마 독하게 하지는 않았다(내 생각일 뿐인가). 월선이 삼촌인 공노인이 서희와 여러 사람이 용정에 자리잡는 데 도움을 주었다. 서희는 할머니인 윤씨가 남겨준 재물과 양반이어서 좀 나았지만, 농사를 짓고 살던 용이나 영팔이는 용정에서 사는 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영팔이는 청나라 사람 땅에 농사를 짓고 겨울엔 나무를 베는 일을 했다. 용이는 월선과 임이네와 함께 용정으로 왔지만, 이도저도 아닌 듯했다. 마음은 월선이와 함께 하고 싶어도 임이네는 자기 아들을 낳아서 버리지 못했다. 용이는 월선이한테 얹혀 사는 것 같아서 싫었던가 보다. 임이네는 월선이 하는 국밥집에서 일을 했는데 돈을 빼돌렸다. 그런 일을 하고도 시치미 떼고 남한테 돈을 빌려주다니. 불이 난 날 용이는 임이네가 돈을 넣어둔 베개를 불속에 던져버렸다.


 길상이는 어느새 스물일곱살이 됐다. 어릴 때와 지금 다르구나. 본래 그런 거겠지만 어린 길상이가 훨씬 나은 것 같다. 남자는, 나도 잘 모르겠다. 길상이가 서희를 생각하는 것 같기는 한데 신분 차이가 있어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건지. 어떤 걸까. 그저 혼자가 된 서희를 도와야 한다 생각하는 건지도. 서희는 이동진 아들인 이상현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지. 아내가 있는 사람이니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서희는 길상이한테는 말하지 않았는데, 이상현한테 자신은 길상이와 혼인하겠다고 한다. 그때 길상이는 다른 사람한테 조금 마음이 갔구나. 길상이는 길상이 대로 마음이 편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신분 차이가 없어진 세상이지만, 거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었다.


 용정에는 김평산(서희 아빠 최치수를 죽인 사람) 첫째 아들 거복이도 있었다. 지금은 김두수로 일본 밀정이었다. 그런 일을 하다니. 동생은 괜찮은 아이였는데. 거복이는 어릴 때 남의 물건, 먹을거리를 훔치기도 했구나. 어떤 아버지는 딸을 술집에 팔고 두수(거복)는 그 여자를 샀다. 이름은 금녀다. 이때도 자기 딸을 술집에 파는 사람이 있었다니. 용정에서 학교를 하는 송장환은 독립운동에 뜻이 있어 보인다. 인재를 기르려고 하는 건가. 그때 실제 교육이 힘이 된다 생각한 사람 있었겠다.


 월선이와 용이는 헤어질 것 같다. 용이가 떠난다고 해야겠다. 용이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겠다 했는데, 그게 남 탓일까. 용이가 월선이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용이 자존심이 더 커 보인다. 용이는 자신이 마음 편하게 살려고 월선이를 떠나는 거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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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17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는 우리나라의 가장 어렵고 핍박받는 시기가 배경이라 읽기가 쉽지 않을 듯 해요. 장대한 내용도 그렇지만 배경에서 오는 슬픔도 많을 것 같아요^^

희선 2023-07-18 02:20   좋아요 1 | URL
저는 고향을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지만, 토지에 나오는 사람은 고향을 그리워하더군요 그때는 다 그랬을 것 같아요 자신이 살던 나라를 떠난 사람도 있으니... 가난해서 다른 나라로 간 사람도 있군요 속아서 간 사람도 있고...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