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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길다 해도 소설은 재미있기도 해서 시작하면 책장이 잘 넘어가기도 하지만, 소설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토지》는 그렇게 안 넘어가는 건 아니고, 그저 내가 게을러서 하루에 책을 조금씩밖에 못 봤다. 그렇게 빨리 안 봐도 되기는 할 텐데, 마음이 바쁘기도 하구나. 책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야 할 텐데. 생각 별로 못했다. 1권 뒤에 인물소개가 나오는데 그걸 보고 누가 어떻게 될지 알았다. 이번에 본 2권에도 같은 인물소개가 담겼다. ‘토지’는 모두 5부던가. 갈수록 사람이 늘어나겠지. 그런 사람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실제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살기는 한다. 역사란 그런 한사람 한사람이 만들어가는 거구나. ‘토지’는 최참판집이 중심이기는 해도.
어떤 사람 이야기를 먼저 할까. 어머니가 무당이어서 헤어져야 했던 용이와 월선은 여전히 서로를 좋아했지만, 용이한테는 강청댁이 있었다. 용이가 월선을 만나러 가지 않자 월선이 어머니가 살던 집에 찾아오고 월선과 용이는 만난다. 월선이 새벽에 돌아가는데 이웃인 임이네를 마주치고 용이와 월선이 만난 게 들킨다. 강청댁은 화가 나 월선을 찾아가고, 그 뒤 월선은 그곳을 떠난다. 용이는 왜 월선이 떠났는지 몰랐는데, 강청댁이 말해서 알게 된다. 결혼을 안 했다면 모를까 왜 마음을 못 잡는 건지. 예전엔 그런 게 애틋해 보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뭐야’ 싶다. 실제 그런 건 없다는 생각도 들고. 용이 때문이지만 강청댁은 임이네를 질투한다. 질투보다 의심인가. 임이네는 남편이 있는데 왜 그럴까. 이해하기 어려운 마음이다. 사람이 한사람만 좋아하기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 징조도 없이 1권에서 구천과 최참판집 별당아씨가 달아났다.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몰랐다 해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구천(본래는 환)은 윤씨, 그러니까 최치수 어머니가 남편이 죽고 절에 갔다가 거기에서 만난 김개주한테 겁탈 당하고 낳은 아이였다. 최치수는 서희 엄마인 별당아씨를 멀리한 것 같다. 그러니 마음이 떠날밖에. 구천과 별당아씨가 떠나게 윤씨가 도와주었단다. 최치수는 둘을 찾으려고 힘쓰는 것 같지 않았는데, 강포수와 사냥하러 가서는 둘을 쫓는다. 최치수는 어렴풋이 알았다. 구천이 윤씨가 낳은 아이라는 걸. 그런 걸 마음에 담아두고 어머니인 윤씨를 원망했던가 보다. 윤씨는 최치수한테도 구천한테도 제대로 어머니 노릇을 못했다. 시대가 그랬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윤씨는 잘못이 없는데. 다 자기 잘못이다 여긴 것 같다. 윤씨는 최치수한테 잘 해주지도 구천이를 기르지도 못한 걸 미안하게 여겼나 보다.
김평산과 귀녀 그리고 칠성이는 나쁜 짓을 꾸몄다. 귀녀와 칠성이 아이를 갖게 하고 그 아이를 최치수 아이다 할 생각이었다. 최치수가 귀녀를 강포수한테 보낸다고 했더니 귀녀는 김평산한테 최치수를 죽여야 한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까. 그런다고 뜻대로 잘 되고 잘 살까. 최치수는 김평산과 귀녀 음모로 죽는다. 윤씨는 최치수를 죽인 사람이 다른 사람이다 여겼다. 많은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최치수를 죽였다고 생각했다. 불을 질러서 그렇게 보였겠다. 윤씨는 봉순네한테 귀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듣고 귀녀한테 묻는다. 칠성이와 김평산이 함께 계획했다는 걸 알고 둘도 잡고 관아로 넘긴다. 김평산 부인인 함안댁은 목을 매달고 죽는다. 지금까지 남편 때문에 고생했는데 그렇게 죽다니. 칠성이 처인 임이네는 아이들과 어디론가 떠난다. 사실 김평산이 최치수를 죽이려고 마음 먹은 건 조준구가 그렇게 하게 말을 해서다.
세상은 뭔가 난리가 날 것 같다. 그런 세상과 함께 최참판집 아들이 죽었구나. 양반집뿐 아니라 서민도 가부장제가 두드러진다. 조상을 모시는 것도. 용이는 월선과 멀리 떠나고 싶지만, 부모 제사를 지내야 한다 생각한다. 간난할멈은 자신과 남편 제사를 친척 아이한테 부탁한다.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사람만 힘들지. 간난할멈은 윤씨한테 말해서 땅을 쓰게 해주겠다고 한다. 자기 땅은 아니어도 그런 게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르겠지. 마을 사람은 그 집을 부러워하면서도 시샘했다. 비밀이 없는 마을 같기도 하다. 지금과 다른 모습이구나. 이웃이 참 가까운. 그게 좋기만 하지는 않다.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난 이렇게 생각해도 그런 거 좋아하고 그리는 사람 있겠다.
책 제목이 바로 ‘토지’구나. 예전 사람한테 땅은 중요한 거였다. 이제 두권밖에 못 봤다. 남은 건 집중해서 봐야 할 텐데. 아직 갈 길이 멀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