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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수업 - 사계절 나뭇잎 투쟁기
고규홍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2월
평점 :
추운 겨울엔 나무에 잎이 하나도 없다. 아니 나뭇잎을 사철 내내 달고 있는 나무도 있기는 하다. 그래도 많은 나무는 가을에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을 난다. 그런 거 참 신기하지 않은가. 나무, 식물은 어떻게 그렇게 철이 바뀌는 걸 알까. 오랜 시간 살아서 기억하는 걸지도. 나무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 어린 나무가 없지는 않겠지만, 어린 나무도 오래된 나무 기억을 갖고 있을 것 같다. 유전자에 새겨진 기억 말이다. 그건 어떤 생물한테든 있겠다.
나무 하면 그저 하나로만 생각했는데, 《나뭇잎 수업》에서는 나뭇잎을 말한다. 내가 평소에 나뭇잎을 잘 봤는지 모르겠다. 그냥 봤던 것 같다. 책 맨 앞에 있는 나뭇잎은 뭔가 했는데, 잘 보니 알겠다. 버즘나뭇잎이다. 플라타너스라고도 하는. 하나 더 있다. 방울나무. 내가 사는 곳 가로수로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이 말 언젠가도 했구나. 공기를 좋게 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버즘나무처럼 나뭇잎이 큰 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떤 나무든 많으면 좋기는 하겠다. 나무는 인류보다 먼저 지구에 나타났다. 아주아주 오래전 지구는 식물이 뒤덮었겠다. 그때는 잎이 넓은 나무보다 잎이 좁은 나무가 많았다 한다. 어쩌다가 넓은 나뭇잎이 나타났는지는 모른단다. 기후가 영향을 준 건 아닐까.
기후를 말하니 요즘은 걱정이다. 나무가 많이 줄어서 기후변화가 클지도 모를 텐데. 나뭇잎은 증산작용으로 더위를 식혀준다. 나무 뿌리는 물을 빨아들이고 나뭇잎은 물을 밖으로 내 보낸다. 나무 밑이 시원한 건 그 때문이다. 이런 거 잘 몰랐다. 그저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어서 시원하다고 생각했다. 도시에 나무를 많이 심어서 여름에 기온이 떨어진 곳도 있지 않나. 하지만 아무 나무나 심으면 안 되겠다. 아니 한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를 심어야 한다. 언젠가 중국 어딘가에 심은 나무 때문에 여러 가지 안 좋다는 말을 보았다. 예전에 그저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빨리 자라는 나무 하나만 심었나 보다. 그 나무에서 날리는 꽃가루(이 책을 보니 꽃가루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가 날려서 물을 덮거나 그것 때문에 불이 나기도 한다고 했다. 나무는 한가지만 있으면 안 되는데. 한국은 아카시아(아까시)라는 걸 많이 심었다가 다시 베지 않았던가.
일제 강점기에는 이토 히로부미가 좋아했다는 가이즈카향나무를 심었는데, 나중에 그 나무를 베었다고 한다. 그런 나무에 벚나무도 있지 않나. 왕벚나무는 제주도가 산지다 한다. 벚나무는 봄에 꽃을 피우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구나. 꽃이나 열매가 없으면 나무를 알아보기 어렵기도 하다. 그런 거 없어도 나무를 잘 아는 사람은 나무를 오래 봐서겠지. 나무도 오래 보아야 잘 안단다. 나무만 그런 건 아니구나. 이런 말 알아도 오래 본 적 별로 없다. 나무한테 미안하구나. 그저 지나면서 봄에 꽃이 피면 꽃을 보고, 연푸른 잎이 나면 그 잎을 봤다. 가을엔 열매를 맺는구나. 나무는 사람이나 여러 생물한테 많은 걸 준다. 나무가 있기에 하늘이 파랗단다. 세상에서 식물이 사라지면 다른 생물도 모두 살지 못할 것 같다.
앞에서 말하는 걸 잊어버렸는데, 나무는 비가 내렸을 때 물을 빨아들이고 비가 오게도 한다. 비를 내리게 하려고 구름 씨앗을 뿌리기보다 나무를 더 심는 게 나을 것 같다. 예전에 <원피스>에 비를 내리게 하는 가루를 쓰는 게 나오기도 했는데, 그건 구름 씨앗을 나타낸 걸지도 모르겠다. 만화에 나온 것처럼 구름 씨앗이 다른 곳으로 갈 구름을 끌어오지 않는다 해도 사람이 억지로 비를 내리게 하려는 건 안 좋은 것 같다. 지금은 기후위기로 비가 아주 많이 오거나 아예 오지 않기도 한다. 바다에 사는 고래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바다든 산이든 그냥 내버려두면 좋을 텐데. 여기에서는 나뭇잎을 말했지만, 난 나무 전체를 생각하기도 했구나. 꼭 나뭇잎만 말하지는 않기도 한다. 나뭇잎이 바뀐 꽃받침이나 가시 이야기도 있다. 나무는 움직이지 못하지만 자기 방어도 한다. 그런 걸 해서 지금까지 살아 남았겠다. 지구에는 사람만 살지 않는다. 사람은 모든 생물과 함께 살려고 해야 할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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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생명이 그렇겠지만 풀꽃 역시 한순간에 그의 모든 것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습니다. 더구나 느리게 살아가는 식물에게 다가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다시 보는 것밖에 없습니다. 상상화와 꽃무릇을 한번 더 찾아보고 구별하려는 것은 다른 풀꽃을 보는 데도 이어가야 합니다. (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