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최근 나를 들뜨게 했던 일이 있었어?




 나를 들뜨게 한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했다. 겨울이 가고 따듯한 봄이 오면 조금 들뜨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겨울이 별로 춥지 않아서 그랬을까. 추운 날도 있었는데. 꽃이 핀 걸 보면 마음이 조금 들뜰지도 모르지.


 읽고 싶은 책을 살 때 조금 들뜨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게 그렇게 길지 않다. 책을 사고 그게 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만이다. 좀 짧구나. 읽고 싶어서 책을 사지만 그걸 바로 읽지 못한다. 읽어야 할 책이 많은 것도 아닌데, 내가 산 책은 뒤로 밀리기만 한다. 산 책만 그러지 않던가.


 난 책을 그렇게 많이 사지 않는다. 많이 안 사도 그게 해가 가면 늘어나니 다른 것보다 책이 많구나. 책을 살 때는 참 설레는데, 시간이 가면 그 마음이 조금 식다니. 왜 그래. 책한테 미안하구나. 샀으면 잘 만나야 하는데. 언젠가는 만나겠지. 사두고 끝내 못 보는 책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책한테는 더 미안해해야겠구나.


 새로운 책을 만나는 것도 들뜨는 일이다. 꼭 새로 나오는 책은 아니고 보고 싶어서 보는 책 말이다. (20230320)








35 사랑에 빠진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걸 물어보다니. 나도 잘 모른다. 내가 어떻게 아나.


 누군가를 좋아하면 세상이 좋아 보인다던데 정말 그럴까. 그럴지도 모르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과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서 어떤 게 더 좋을까.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도 좋겠지만,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더 기분 좋을지도.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겠지. 그렇게 만난 사람은 하늘에 고마워해야 할까. 모든 것에 고마워해야 할지도. 하지만 서로 좋아해도 시간이 가면 서로 미워하기도 하는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 텐데.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괜찮을지. 이것도 잘 모르겠다. 마음이 엇갈리는 건 어쩔 수 없을지도. 그렇게 되기 전에 서로 잘해야겠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늘 기분 좋을 것 같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지. 아니 이건 아닌가. (20230321)








36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난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




 아쉽게도 저는 어딘가에 가는 거 아주 싫어해요. 세상엔 어딘가에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예요. 아마 어딘가에 가기 싫어하는 사람보다 어딘가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요. 여행책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어딘가에 가면 가 볼 곳 같은 걸 알려주는 책도 많잖아요.


 저는 조금 걱정이 많아서 집에 아무도 없으면 큰일 날 것 같기도 해요. 실제 어렸을 때 집에 도둑이 든 적이 있어요. 별로 가져갈 것도 없는 집에 들어오다니. 그런 일 때문에 어딘가에 가는 거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저 귀찮습니다. 그래도 어릴 때 기차 타는 거 좋아하기는 했는데. 차를 타면 멀미를 하게 되고는 차 타기 싫어졌어요. 기차 타도 멀미하더군요.


 지금 바로 간다면 꿈나라에 가고 싶네요. 제 꿈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아주 좋은 꿈을 꿔 본 적도 없어요. 언젠가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꿈꾸기도 했어요. 그건 별로 안 좋은 거였어요. 꿈속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가끔 꿈속에서 멋진 풍경 볼 때 있기는 해요. 그런 거 보면 저거 찍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지만, 늘 찍지 못합니다.


 어딘가에 가기 좋아하는 사람은 가면 되고, 가기 싫은 사람은 안 가도 되겠지요. (20230322)








37 지난 시간 중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때는 언제였을까?




 이걸 보니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는 시가 떠올랐다. 제목만 알고 시가 어떤 내용인지 몰랐는데, 찾아보니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다. 시를 쓴 이바라기 노리코 자신이 가장 예뻤을 때 세상, 일본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 걸 썼으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꼭 사람이 어느 나이 때만 가장 예쁠까. 그건 아닐 것 같다. 겉모습은 그럴지 몰라도 마음은 언제든 예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가장 젊은 때는 바로 오늘이다 하는 말도 있지 않나.


 사실 난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언제인지 잘 모르겠다. 없었다. 갓난 아기였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쓸데없는 생각도 안 하고 그저 살기만 했을 테니. 난 기억하지 못하지만 갓난 아기였을 때 가장 좋았을 것 같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가장 예쁘게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20230323)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와르르 무너져 내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파란 하늘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둘레 사람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난 멋 부릴 기회를 놓쳤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건네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모르고

해맑은 눈길만을 남긴 채 모두 떠나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머리는 텅 비고

내 마음은 고집스러워지고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 졌다

그런 어이없는 일이 있단 말인가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붙이고 비굴한 거리를 느릿느릿 걸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 재즈가 넘쳐흘렀다

금연을 어겼을 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난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탐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난 몹시도 불행했고

난 몹시도 엉뚱했고

난 무척이나 쓸쓸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할 수 있다면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 무척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영감님*처럼

말이지



(*프랑스 화가 겸 판화가 조르주 루오, G. Rouault 1871~1958)








38 나에게 시간이 단 하루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굴까.

 

 난 앞날 나를 만나고 싶다.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어서. 시간이 많이 흘러도 지금하고 많이 달라질 것 같지 않기는 하지만. 앞날 나를 만난다고 해서 내가 지금 다르게 살지는 않을 것 같다. 이것저것 힘든 일이 있을 것 같지만 어떻게든 살아 가는 나를 보고 싶다고 할까. 그런 일은 언제나 있기도 하다.


 단단하게 살려면 지금부터 마음을 잘 먹어야겠구나. 쓸데없는 욕심 내지 않고 흘러가는대로 살기. 그러면 나중이 좀 낫지 않을까. 이런 건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여전히 못하는 거다.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다 괜찮아지는 건 아니구나.


 여전히 마음이 흔들리는. 다시 생각하면 다 부질없는데. 왜 그때는 그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뭐든 시간이 가면 그때 마음이 아니다. 그런 시간이 빨리 오면 좋을지,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는 게 좋을지.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도 문제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모르겠다.


 먼 앞날 난 좀 편안하게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걱정 덜 하고. 그때는 슬픔이 더 많을 것 같지만. 지금 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금 아프네. 사람 앞날은 모르는 건데, 내가 오래 살 것처럼 생각하다니. 나도 죽겠지. 난 그날이 오면 마음 편할 것 같다.




*

 난 만나고 싶지만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하루가 있다면으로 생각했는데, 이건 살 날이 하루만 남았다면으로 봐야 하는 건가. 내가 잘못 본 건가 보다. 물음을 좀 알아듣기 쉽게 해야지. 다시 생각하니 자신한테 시간이 단 하루만 있다면으로 봐도 이상하지 않겠다.




 살 날이 단 하루 남은 날 누구를 만나나. 만나고 싶은 사람 없다. 그냥 하루를 조용히 보내다 갈 거다. 그때도 늦게 일어나고 깨어 있는 시간은 아주 적은 거 아닐까. 그러면 그런대로 보내야지 어떡하나. (20230324)





 한주가 또 가는구나. 하루도 빨리 가고 한주도 빨리 가는 느낌이다. 이번주도 게으르게 지냈다. 아니 지난주보다 아주아주 조금 덜 게으르게 지냈지만 거의 비슷했다. 지난주보다 책을 좀 더 봤다고 해야겠구나. 다른 것보다 책 읽은 걸로 덜 게으르게 지냈다고 하다니. 덜 게으르게 지낼 때 책을 더 보기는 한다. 조금씩 나아지겠지. 다음주는 이번주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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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5 1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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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01: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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