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내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요리는?




 처음부터 이런 말 하면 재미없겠지만, 난 음식은 만들지 않는다. 그러니 잘 하는 것도 없다. 그렇다고 누가 해주느냐 하면 아니다. 해주는 사람 없다. 사다 먹지도 않는다. 사 먹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은 사 먹지 않지만 과자는 사 먹는구나. 요새는 과자도 조금 별로던가.


 밥은 할 수 있다. 밥은 어렸을 때부터 했다. 엄마가 아파서 집에 없었던 날이 오래 이어져서. 그때 좀 슬펐구나. 언젠가는 집에 쌀이 없어서 밥을 못 먹기도 했다. 내가 밥이 먹기 싫어서 안 먹은 게 아니고 쌀이 없어서 밥을 못 먹은 건데. 그런 때가 있었다니. 밥은 하고 다른 건 대충 만들어서 먹는다. 언제부턴가 밥 먹는 날보다 안 먹는 날이 더 늘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먹는 건 아니다. 밥이 아닌 다른 걸 먹는다.


 자신이 먹는 밥도 잘 해서 먹으라고 하지만, 밥 먹는 시간 조금 아깝지 않나. 한번 밥을 먹으려면 한시간 정도 걸린다. 짧으면 삼십분. 밥을 하고 먹고 설거지까지 하려면. 음식은 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먹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런 거 생각하면 조금 덧없기도 하다. 그래도 마음을 담아 음식하는 사람 대단하다 생각한다. 먹을 사람을 생각하고 이런저런 수고를 아끼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건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먹어야 한다.


 난 텔레비전을 안 봐서 잘 모르는데, 요즘은 먹는 방송을 많이 하는가 보다.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들었는데, 그런 방송을 할 수 있는 건 지금은 못 먹는 사람이 없어서란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잘 먹는다 해도 어딘가에는 밥 한끼 먹기 힘든 사람 있을 거다. 텔레비전 방송이 어두우면 안 되겠지만, 없는 사람도 생각하면 좋겠다. 내가 없어서 그렇구나. (20230313)








30 '어린 시절' 하면 떠오르는 친구가 있어?




 어린 시절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거의 연락이 끊겼다. 어릴 때 친구가 하나도 없지 않아서 다행이다 여기기도 했지만, 연락하지 않으니 다행도 아닌가. 모르겠다.


 중학생 때 친구 하나가 생각났다. 내가 어떻게 하다 그 친구와 편지를 쓰게 됐는지 생각나지 않는데, 그 친구하고 편지를 썼다.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편지만 쓰다니. 학교에서 말도 거의 안 했다. 글로만 말했다. 난 그게 이상하지 않았는데 그 친구는 어땠을지. 지금 생각하니 비밀 친구 같았구나.


 난 어렸을 때 책을 읽지 않았다. 잘 모르기도 해서. 그 친구가 책을 주었는데, 그건 바로 《어린 왕자》였다. 언젠가 어떤 선생님이 모자를 그리고 이게 뭐냐고 물어본 적 있는데, 그 선생님이 언제 선생님인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니 그 선생님은 나이를 먹고도 어린이 마음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걸 이제야 알다니. 어릴 때는 어른은 어린이와 다르다 생각하지 않나. 지금은 내가 어릴 때나 다르지 않다 느끼기도 하지만. 그 선생님 이야기를 들은 게 먼저인지 책을 받은 게 먼저인지 이것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그게 생각나서.


 친구가 준 《어린 왕자》를 바로 읽었는지, 그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한번쯤 읽고 잘 모르겠다 했을지도. 시간이 흐르고 읽기는 했다. 그때도 어떻게 읽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어린 왕자》 하면 그 친구가 생각나기도 한다. 나와 중학생 때 편지를 나눈 친구. 지금 잘 지내고 있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20230314)








 서른한번째 물음을 다른 걸로 쓰기로 했다. 본래 물음 ‘31 내가 닮고 싶은 엄마의 모습은 어떤 거야?’ 에 답을 쓰기 무척 어려워서. 신이 모든 사람한테 가지 못해서 엄마를 세상에 보내줬다고 하지 않나. 누구한테나 엄마가 있기는 하지만, 함께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갓난 아기 때 버림 받거나 어렸을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나거나 해서. 그밖에도 더 있겠다. 내가 그런 경우는 아니지만. 세상 모든 엄마는 대단하다. 그 말만 하고 싶다.




31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건 뭐야?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건 뭐냐고 묻는 데 대답하기도 쉽지 않구나. 기지개를 편다. 자고 일어났으니.


 사람이 다 아침에 일어날까. 아침에 자는 사람도 있지 않나. 내가 그렇구나. 새벽에 자려고 하는데 어쩌다 보니 이월부터 지금까지 늦게 잔다. 그렇게 자면 더 일어나기 힘든데.


 일어났을 때 바로 스트레칭 같은 거 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이런 말을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잘 몰라서 대충 몸을 움직일 뿐이다. 일어나기 싫으니 일어났을 때 잠이 깨려면 몸을 움직이는 게 좋겠다. 앞으로는 잠이 깨면 일어나서 몸을 좀 움직여야겠다. 그러면 다시 자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지.


 정말 게으르구나. (20230315)








32 오늘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번은 정말 할 말이 없군요. 할 말이 없겠다 생각한 때 많네요. 제가 누군가를 만난다면 다른 사람이 저한테 말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도 만나지 않으니 말을 듣지 못합니다. 실제 만나지 않는다 해도 이렇게 인터넷을 하기도 하는군요. 그때 들은 말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좋은 하루 보내라고, 이건 제가 하는 말이군요.


 듣고 싶은 말은 뭘까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네요. 잘 지내지, 잘 지내. 이런 말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안 좋은 말을 듣는 것보다 괜찮겠지요.

 좋은 하루 즐거운 하루길 바랍니다. (20230316)








33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어?




 이번 주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만 있는지. 쓰기는 하지만 뭐라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난 지금까지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순간이 한번도 없어. 나이만 먹고 어른은 되지 못하는구나 싶어.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다 어른이다 하기도 하는군.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어른, 쉽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어릴 때 어른을 봤을 때는 대하기 어려웠는데, 그건 지금도 다르지 않아. 아니 난 모든 사람이 다 어렵군.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어른 안 되면 어때. 미안해. 어른이 되지 못해서. 아마 앞으로도 못 될 거야. 그렇다고 해서 아이처럼 떼를 쓰거나 하지는 않아. 그저 조금 철이 없을 뿐이야. 조금이 아니고 많인가.


 나이가 어려도 어른스러운 사람도 있군. 부모가 철이 없거나 부모가 없는 사람은 어쩐지 철이 빨리 드는 것 같아. 어릴 때는 나름 철 모르게 살기도 해야 할 텐데. 아니 꼭 그런 때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


 마음과 다르게 어른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그것도 그렇게 쉽지 않겠지. 그런 사람은 가끔 그 어른이라는 말을 잠시 내려놓기도 해야 할 텐데, 그런 시간 있겠지. 있기를 바라. (20230317)







 한주가 또 가는군요. 이번주 뭐 하고 지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은 조금밖에 못 보고. 이월부터 죽 이러는군요. 그러면서 저를 아주 한심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꼭 해야 할 건 별로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꼭 해야 하는 건 없다 해도 안 하면 안 되는 것도 있군요. 그건 그저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거라도 잘 하면 좋을 텐데.


 지난주는 많이 따듯했는데, 이번주는 좀 쌀쌀하기도 했네요. 봄이 그렇죠. 변덕스러운 봄. 그런 거 때문에 아주 좋아하지 못하는 건지. 예전엔 봄이 올 때쯤 기분 좋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저 그래요. 이건 게으른 제 탓이군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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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3-18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때부터 밥을 계속 먹어와서 그런지 밥과 반찬, 국, 찌개의 조합이 언제나 좋아요.
밖에서는 다른 걸 먹지만 집에서는 되도록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요즘 딸아이가 없어 저도 빵으로 끼니를 때울때가 많아요~~
엄마라는 단어속에는 왜이리 많은 것이 담겼을까요^^

희선 2023-03-19 01:57   좋아요 1 | URL
누군가와 함께 먹는다면 이것저것 챙겨서 먹겠지만, 혼자면 그런 거 잘 안 하게 되겠습니다 저는 늘 혼자 먹어서... 어릴 때는 그러지 않기는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제가 이상한 거겠지요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어요

많은 사람이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이런저런 감정이 들겠습니다


희선

stella.K 2023-03-18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음식해서 먹는 거 웬지 시간 낭비고
대충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원래 그렇게 살아오질 않아서 먹는 즐거움을 포기 못하겠더군요.
그러다 보니... 그 다음부턴 말 안해도 알겠죠? ㅎㅎ

이런 질문을 계속 이어가시는군요.^^

희선 2023-03-19 02:00   좋아요 0 | URL
stella.K 님은 저녁에는 안 드시잖아요 그건 좋은 거죠 저녁에 안 먹으면 잠도 편하게 잘 것 같습니다 몸도 잠을 잘 때는 쉬어야 한다고 하잖아요 장기라고 해야겠군요 음식 하는 걸 즐기고 즐겁게 먹는 것도 좋은 거죠

처음엔 하면 괜찮겠다 했는데, 조금 어렵기도 하네요 쓰고 싶지 않은 게 있기도 해서... 그러면 안 쓰면 될 텐데...


희선

책읽는나무 2023-03-18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끼라도 굶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하기 싫어도 억지로 밥상을 차려 먹다가, 아이들 개학하고 나면 혼자 밥을 먹게 되다 보니...이것 참~ 나 혼자 먹으려고 막 지지고 볶고 모든 게 하기 싫어져 대충 먹거나, 배가 많이 안 고프면 건너 뛰기도 하고, 라면이나, 빵으로 때우게 되는 삶으로 되돌아갔네요.
엄마라는 존재는 뭘까요?
참 아이러니 합니다.
그래도 희선님. 잘 챙겨 드세요.
덧 없어도 일단은 잘 챙겨 드셔야 합니다.
이것 참...요즘같은 저의 일상을 봤을 땐,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요ㅋㅋㅋ

희선 2023-03-19 02:15   좋아요 1 | URL
다른 사람이 있으면 뭔가 만들기도 하겠지만, 자기만 먹으려고 하는 건 귀찮기도 하죠 아침이나 저녁은 함께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은 학교에서 늦게 올지도 모르겠네요 학교가 아니고 다른 데서 공부를 할지도... 방학 끝나고는 주말에나 식구가 모여서 밥을 먹겠습니다 다 모이지 못하는 날도 있겠군요

책읽는나무 님도 잘 드셔야겠네요 저는 게을러서 그렇기도 해요 책읽는나무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주말이군요 주말이니 즐겁게 보내세요 밥 혼자 드시지 않아도 되겠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