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1 소설 보다
서이제.이서수.한정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더운 여름이 다 갔다. 아니 2021년 여름은 짧은 장마에 칠월에 더위가 빨리 찾아오고 팔월초까지 덥다가 팔월 중순쯤 가을 장마가 찾아오고 가을이 빨리 왔다. 2020년 여름엔 비가 많이 와서 무더위가 길지 않았는데, 2021년에는 무더위가 빨리 오고 빨리 갔다. 한국은 그랬지만 다른 나라는 아주아주 더웠다고 하지. 그러면서 비가 많이 오기도 했구나. 지구가 어떻게 되려는 건지. 세상이 그래도 소설을 보는구나. 여름이 다 지나간 다음에 이 책을 펼쳐 보았다. 단편 소설 세 편이 담겼는데, 다른 때보다 길었다. 두편은 좀 길고 한편은 보통 단편소설 길이였다. 얇고 단편소설이 세 편 담겨서 가볍게 보기 좋다고 하기도 하지만, 난 그렇게 못 보는구나. 나도 그러면 좋을 텐데.

 

 첫번째 서이제가 쓴 소설 <#바보상자스타>, 이렇게 쓰다가 바보상자가 뭔지 알았다. 흔히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하지 않나. 그렇구나. 이 제목은 대체 뭔가 한 내가 바보 같다. 그렇다고 이해가 됐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사람이 달에 간 이야기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와 아이돌 이야기가 나오고, 지금 주식을 하고 잘 안 된 사람 이야기. 진호 사촌형인 재호가 아이돌이 되고 이름을 바꾸고, 진호는 대학 때 같은 동아리에 있던 사람이 아이돌이 된 사촌형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진호는 그 사람이 사촌형이다 말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진호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아이돌인 윤일오가 자기 사촌형이다 말했다면 그 사람은 뭐라 했을까. 그건 끝내 알 수 없겠다. 말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을 안다고 하기도 좀 그럴 것 같기는 하다. 나도 그런 친척이 있다면 말 안 할 것 같다.

 

 진호는 재호와 사촌이지만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다. 진호는 어릴 때 노래하기를 좋아하고 가수가 될까 했는데, 그 꿈을 접고 공부를 하기로 했다. 재호가 싱어송라이터가 되겠다고 했을 때는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 생각하니 진호는 자신은 꿈으로 끝내고 재호는 꿈을 이뤄서 부러워한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 꿈을 말했을 때 좋다 잘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꿈 이루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사람도 있다. 잘 안 된다 해도 한번 해 보는 것도 괜찮을지, 현실을 바로 보는 게 좋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지만 그걸 하지 못하고 하고 싶지 않은 걸 하는 사람이 나오는 <미조의 시대>(서이수)도 지금을 말하는 것 같다. 미조의 시대니 미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미조가 친하게 지내는 웹툰 어시스트인 수영 언니가 더 생각난다. 수영은 웹툰 작가가 되고 싶지만, 어시스트가 되어서 그리고 싶지 않은 성인 웹툰을 그린다. 자신이 그림을 잘 그려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한다. 미조라고 괜찮지는 않다. 일을 오래 하지 못하고, 새로 일을 구하려고 할 때 집을 비워줘야 했다. 서울에서 오천만원으로는 좋은 집을 얻을 수 없기도 하다. 미조 엄마는 우울증이고, 그래도 날마다 시를 써서 우울증이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미조는 오빠인 충조를 안 좋게 말하기도 하는데, 충조는 좀 낫다고 생각한다. 더 안 좋은 사람도 많으니 말이다. 엄마와 자신과 살면서 때리지 않은 것만도 어딘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가장 어두운 소설이 <미조의 시대> 같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은 것도 같다. 앞으로 살 집을 구해야 할 일이 있지만, 엄마가 아주 많이 아픈 건 아니잖아. 이런 생각을. 우울증이 심한데. 미조는 일을 하려고 하니 일자리도 구할 거다. 원형 탈모증이 있지만 친구 같은 수영 언니도 있지 않나. 어쩐지 다 나보다 괜찮다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 그렇기도 하다.

 

 한정현 소설은 예전에 한번 본 것 같다. 그때 본 소설에 운동권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5·18 광주민중항쟁이 있다. 그뿐 아니고 더 예전 일도 나오는구나. 소설 제목이 <쿄코와 쿄지>인데, 이건 한사람 이름이다. 이 이름을 보고 두 사람인가 했는데, 한사람 이름이었다. 한자가 달라서 쿄코와 쿄지가 된 거다. 5·18 광주민중항쟁도 있지만 세 여성과 여성이 되려던 사람 이야기기도 하다. 거기에서 쿄코와 쿄지는 뭔가 하겠다. 네 사람 경녀, 혜숙, 미선, 영성은 이름 뒤에 자를 붙이기로 한다. 처음에는 아들 자였는데, 나중에 스스로자(自)를 붙이자고 한다. 스스로의 공동체라는 뜻으로. 쿄코(경자京子)와 쿄지(경자京自)는 한국에서 읽는 한자를 일본말로 읽은 거다.

 

 여럿이 잘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5·18 민중항쟁 때문에 그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런 느낌이 든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거나 거기에 없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잊지는 못하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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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4-18 1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1년 코로나로 무더운 여름에도 마스크를 써야 했던 ㅜ.ㅜ
소설보다 라는 문예지가 단편작들이 수록된 문예지였네요

비가 내리지 않으니 미세먼지로 가득,
희선님 한 주 시작 건강하게 ^ㅅ^

희선 2022-04-21 01:17   좋아요 1 | URL
그때그때 보면 좋을 텐데, 늦게 봤네요 이번 삼월엔 봄이 늦게 나왔더군요 나올 때가 됐는데 안 나와서 이제 안 나오나 했어요 사월 초에 알라딘에서 온 메일 보고 <소설 보다 봄 2022>이 나왔다는 거 알았습니다 그거 보고 안 나오는 거 아니었네 했습니다 2022년에 처음으로 나오는 거여서 좀 늦었나 봅니다

요새 또 건조하다고 하더군요 미세먼지도... 가끔 비가 와야겠군요 이번주 반이 다 갔네요


희선

mini74 2022-04-18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5.18 이야기가 담겨 있군요. 일본영향으로 할머니들 이름에 자자가 참 많은데 이 책의 소설에선 또 이렇게 활용되나보네요. 희선님 올 여름은 마스크 없는 여름이면 좋겠어요 ㅎㅎ

희선 2022-04-21 01:19   좋아요 1 | URL
거리두기 없어졌다고 해도 아직 마스크 벗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변이가 또 나왔다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일본 때문에 자자를 쓰기도 했군요 언젠가 미니 님이 쓰신 글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왕실에서 쓰던 거였다는 말... 한국 사람이 쓴 건 일제강점기 때문이네요


희선

서니데이 2022-04-19 1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4.19 기념일이라고 합니다. 벌써 4월인데, 한달 더 있으면 5월이네요.
희선님, 좋은 하루 되세요.^^

희선 2022-04-21 01:23   좋아요 2 | URL
오늘도 무슨 날일까 했는데... 사월은 과학의 달로 4월 21일(오늘)이 과학의 날이네요 4월 23일인가 했는데, 다시 보니 4월 23일은 책의 날이면서 저작권의 날이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