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일기 4 노견일기 4
정우열 지음 / 동그람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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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노견일기’에서 풋코를 만났을 때 풋코는 열다섯살이었어요. 시간이 흐르고 풋코는 한살 더 먹었습니다. 이번 《노견일기 4》에서 풋코는 열여섯살이에요. 사람이 한살 먹는 것과 개가 한살 먹는 건 좀 다르겠지요. 열다섯살일 때도 풋코가 오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열여섯살인 지금은 그런 생각 더 듭니다. 정우열은 누군가 찾아왔다 돌아갈 때 다음에는 풋코 만날 수 없다고 해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해야지. 그런 말 들으면 아쉽겠습니다. 아직 풋코 괜찮을지. 제가 이렇게 네번째까지 만나게 될지 몰랐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풋코 이야기 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찾아보니 다섯번째 나왔군요.

 

 얼마전에 제가 차 조수석에 탄 개 봤다고 했는데, 풋코는 정우열과 함께 조수석에 탔습니다. 대리운전기사를 불러 집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대리운전기사가 개를 싫어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대리운전기사가 풋코를 보고 얌전하다고 하자 정우열은 풋코가 열두해나 미친 개였다고 해요.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 얌전하답니다. 풋코는 차에 타면 창 열고 바람 쐬는 걸 좋아했는데, 대리운전기사는 그것도 괜찮다고 했어요. 정우열이 풋코를 차 조수석에 태우고 가면 사람마다 반응이 달랐어요. 아이는 강아지다 하면서 좋아하고 풋코를 보고 웃는 어른도 있었습니다. 정우열은 풋코한테 누군가를 웃게 해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말해요. 풋코를 보고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 사람도 있는 거겠습니다.

 

 풋코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풋코가 나이를 먹고 짖지 않아 다행이네요. 아이스크림 가게 부부는 풋코를 보면 반겨주고 아이스크림도 줬어요. 그게 갈수록 많아졌어요. 개한테 아이스크림 줘도 될지. 초콜릿은 안 된다고 하잖아요. 정우열이 누군가를 만나 팥빙수를 먹는데 어떤 사람이 정우열한테 다가와서는 말했어요.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바로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이었어요. 아이스크림하고 팥빙수를 같이 팔았다면 정우열이 거기 갔을 텐데. 정우열은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이 화난 거 아닐까 조금 걱정했어요. 가게를 하면 단골이 다른 데 가면 좀 안 좋기도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겠지요.

 

 요즘은 운동화만 빨아주는 곳도 있더군요. 저는 그런 데 맡길 운동화는 없지만. 정우열이 그 가게 손님이었는지 그저 지나다 알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운동화 빨아주는 곳에서도 풋코를 반갑게 맞아줬어요. 풋코가 오면 물을 줬어요. 다른 일 없어도 들르라고 한 걸 보면 정우열은 손님이었을지도. 어느 날은 가게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운동화 맡긴 손님이 불만을 말해서. 운동화 빤 게 마음에 안 들었나 봐요. 한정판이네 하더군요. 풋코는 그 가게 부부를 만나지 못해서 아쉬웠을지. 자주 보다 못 보고 자신한테 별로 관심 갖지 않으면 아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풋코야, 그날 어땠어. 이렇게 물어봐도 대답은 못 듣겠네요.

 

 개나 고양이와 살면 사람 말을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이런저런 말 할 것 같네요. 바로 앞에 본 《소년과 개》(하세 세이슈)에서는 사람들이 개 다몬한테 말을 했습니다. 정우열도 풋코한테 말 많이 했어요. 한 아이는 풋코를 귀여워하다 엄마가 가자고 해도 안 갔어요. 아이가 풋코를 자꾸 쓰다듬자 언니가 아이를 안고 갔어요. 그 모습 좀 웃겼습니다. 정우열은 그 모습을 귀엽게 여겼습니다. 풋코가 나이가 많아선지 정우열은 풋코와 헤어질 일도 생각해요. 이 말은 전에도 했군요. 정우열은 먼저 떠난 소리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기르던 개가 죽은 걸 생각하고, 세상을 떠난 개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정우열이 소리와 헤어졌다 해도 풋코와 헤어지는 걸 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습니다. 소리와 풋코는 다르군요. 사람과 헤어지는 것도 슬프고 개와 헤어지는 것도 마음 아프겠습니다.

 

 제가 부럽게 여기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이사하는 거예요. 정우열이 이사했어요. 풋코도 같이 갔지요. 이사하기 전에 정우열은 동네에서 만난 개 여름이랑 까미한테 인사했어요. 그 두 개는 순한 편이었어요. 예전에는 줄로 묶어두지 않았지만 지금은 줄에 묶여 있을 때가 더 많은가 봅니다. 여름이는 정우열과 함께 잠시 있기도 했어요. 무서운 개도 있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 개도 있어요. 그런 개는 사람이 무서워하지 않으면 좋을 텐데. 저도 큰 개 무섭게 여기면서 이런 말을 했네요. 제주도에 사람이 많아져서 개는 사는 게 편하지 않겠습니다. 풋코는 이사한 곳이 집인지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풋코는 예전 집으로 가기를 기다렸어요. 시간이 더 가면 풋코도 거기가 집인지 알겠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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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04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희 외삼촌의 강아지가 18살까지 살다 갔는데
인간의 언어만 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

서로 주고 받는 말에 상처 받았던 외삼촌 가족이 강아지로 인해 화목해지는 모습을 보니
강아지는 동물 그 이상인것 같습니다. ^^

희선 2021-11-06 23:31   좋아요 0 | URL
열여덟살까지 살았다니 오래 산 거겠지요 사람하고 하는 말이 달라도 마음으로 느끼면 되겠지요

외삼촌 식구들이 강아지가 함께 살게 되고는 달라졌군요 서로 말하지 않다가 동물이 함께 살게 되고는 말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 보기도 했네요 식구가 같은 걸 이야기 하면 다른 이야기도 하고 사이가 좋아지겠습니다


희선

stella.K 2021-11-04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 다롱이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막상 다롱이가 죽자 거의 한 달 반을 이 녀석이 어디로 갔을까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녀석이 생각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많이 덤덤해졌어요.
우스운 건 몸이 조금 건강해졌다는 거죠.
족저근막염으로 1년을 고생했는데 그게 서서히 낫기 시작한 거 있죠?
죽어가는 개를 돌보는 것도 기 딸리는 일이었구나 싶더군요.
내일은 가족 여행까지 갑니다. 다롱이 있으면 감히 꿈도 못 꿀 일인데.
다롱이가 없으니까 말 수가 줄긴 했는데 개를 또 키우자고 하면 지금은 노입니다.
진짜 편하더군요.ㅎㅎ

희선 2021-11-06 23:35   좋아요 1 | URL
있다가 없으면 생각이 나겠지요 꼭 어딘가에 가서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것 같고... 개는 스스로 어딘가에 갈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들 것도 같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슬펐겠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겠지만, 조금 나아져서 다행입니다

stella.K 님 몸이 나아져서 다행이네요 아픈 사람만큼은 아니겠지만, 아픈 개도 돌보는 거 쉽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끝까지 지켜보셔서 잘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식구들과 어딘가에 가시는군요 잘 다녀오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롱이는 저세상에서 잘 지낼 거예요


희선

서니데이 2021-11-05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 년이 지나면 한 살 더 많아지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문장이 되면 다른 느낌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희선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희선 2021-11-06 23:37   좋아요 0 | URL
이 책속에서 풋코는 열여섯살인데 어쩌면 이것보다 나이가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지난 일이기도 하니... 그래도 아직 살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니데이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