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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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은 《소년과 개》인데, 개는 처음에 나오고 소년은 나중에 나온다. 소년과 개 하면 생각나는 거 없나. 난 《플랜더스의 개》(위더)가 떠오른다. 파트라슈. 주인이 죽은지 모르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하치도 있다. 어떤 개는 사람이 남극에 데리고 가서 썰매를 끌게 하고는 개만 남겨두고 사람은 그곳을 떠났다. 개 사슬이라도 풀어주고 가지. 거기 남은 개에서 두 마리만 살아 남았다. 개는 사람한테 온 마음을 다하는데 사람은 그런 개 마음에 보답하지 못하는 것 같다. 늑대개와 함께 산 이야기 본 적도 있다. 길을 걷다가 커다란 개가 보이면 무섭기도 하다. 개가 사람을 보고 으르렁대는 건 사람이 그렇게 만든 건지도.

 

 며칠전에는 차 조수석에 탄 흰 개를 보았다. 그 개는 꽤 컸다. 머리가 차창 크기과 거의 비슷했으니. 내가 그 개를 본 건 차창이 내려와서였다. 개한테 바람 쐬라고 차창 열었을까. 난 그걸 보고 개가 창으로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 잠깐 했다. 개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 개는 사람과 자주 차를 타고 어딘가에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개와 산책하려고 어딘가에 간 걸지도. 이 책에 개가 나와서 이런저런 개 이야기를 잠깐 했다. 이런 거 말고 개와 있었던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예전에 거의 시골에 살아서 개를 자주 보기도 했는데. 그때는 개를 아주 무서워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사람이 버린 개가 더 많을지도. 그런 개가 무리지어 다니면 무서울 것 같다. 개를 기르다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여기 나오는 개 이름은 다몬이다. 다몬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뒤 다섯해 동안 이와테 현에서 구마모토까지 간다. 일본 동쪽끝에서 남서쪽끝으로 갔다고 해야 할까. 다몬은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잘 알았다. 이렇게 똑똑한 개가 있다니. 다몬을 잠시 동안 만난 사람은 모두 다몬을 좋아했다. 자신을 지켜주는 개로 여긴 사람도 있었다. 귀금속품을 훔치다 폭력조직한테 쫓기게 된 미겔은 다몬을 자기 나라 스페인에 데려갈 생각도 했다. 그건 미겔이 어릴 때 만난 개 쇼군 때문이었다. 미겔은 쇼군이 있어서 죽지 않았다. 어릴 때 개와 좋은 기억이 있는 사람은 개를 좋아하겠다. 그래도 미겔은 다몬이 어딘가에 가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다몬을 보내주었다.

 

 처음에는 다몬 목에 걸린 목걸이에 이름이 있어서 처음 만난 사람은 다몬이라 했는데, 나중에 만난 사람은 다몬한테 다른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래도 다몬은 똑똑해서 사람 말을 잘 알아들었다. 이런 개 정말 있을까. 개가 똑똑하다는 건 알지만, 다몬은 사람 말을 아주 잘 알아듣는 것 같았다. 다몬은 사람이 말하는 걸 잘 들어줬다. 다몬 한자는 多聞인데 한자 뜻만 보면 ‘많이 듣는다’다. 한국말로 읽으면 다문이지만. 다몬은 다몬천에서 따온 건가 보다. 다몬은 도둑을 만나고 어느 부부를 만나고 매춘부 그리고 노인을 만나기도 한다. 부부는 다몬한테 서로 다른 이름을 지어준다. 그렇게 마음이 안 맞다니. 아니 내가 보기에 아내가 남편한테 말을 안 해서인 것 같다.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불만은 없었을 테니. 자신이 바라는 걸 상대가 다 들어주지 않을지 몰라도 말은 하는 게 좋을 텐데. 그랬다면 좀 나았을 텐데. 이런 말했지만 나도 말 안 할 것 같다. 아내는 다몬을 만나고 개를 길러야겠다고 생각한다.

 

 다몬은 다섯해 동안이나 걸었다. 힘이 들면 잠시 동안 사람과 살면서 앞으로 갈 힘을 기른 것 같다. 한번은 노인이 죽는 걸 옆에서 지키기도 했다. 노인은 다몬이 곁에 있어서 덜 쓸쓸했겠지. 다행하게도 다몬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그게 바로 히카루다. 제목에 나온 남자아이는 마지막에 나오다니. 생각할수록 다몬 대단하다. 어떻게 다몬은 히카루가 있는 곳을 알았을까. 히카루는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말을 하지 않게 됐는데, 다몬을 만나고는 조금씩 나아졌다. 집에서 그림만 그리던 히카루가 다몬과 집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멋지면서 슬프기도 하다. 아니 슬프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다몬이 사람한테 준 마음은 아주아주 컸다. 히카루와 만나기 전에 만난 사람도 그렇게 느꼈을 거다.

 

 

 

*더하는 말

 

 마침 며칠 전에 <한국의 명견>이라는 기념우표가 나왔다. 진도개, 삽살개는 알지만 경주개 동경이는 처음 알았다. 경주개 동경이가 가장 오래된 개라 하는데 몰랐다. 진도개, 삽살개, 동경이는 다 천연기념물이라 한다. 진도개는 진도에서만 기를 수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다른 개도 마찬가지 아닐지. 개든 고양이든 함께 살게 되면 버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기를 바란다.

 

 

 

 

 

 

 일반우표 10원 50원 100원짜리도 나왔다. 앞으로는 만들지 않을 것 같기도 했는데. 이 좋은 소식을 몰랐다니. 저건 다음에 우체국에 가서 사와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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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31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오랫만에 보는 토종 한국 우표!
저 우표 수집 쟁이 인데(대를 이어서 어머니에게 물려 받은 ㅋㅋ)
수집을 멈춘지 N년째 입니다!
매년 기념 우표를 비롯해 연말에 발행 되는 우표는 반드시 손 안에 넣었는데....



희선 2021-11-02 00:14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우표를 모았지만 지금은 멈추었군요 그것도 대를 이어서 했다니... 저는 정말 편지를 쓰려고 우표를 사는 건데, 다 쓰지 못하고 새로운 우표가 나와서... 십일월이 오니 다시 편지를 더 써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할 텐데...


희선

프레이야 2021-10-31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진짜 우표 본 지가 언제인지요 ㅎㅎ
명견우표도 이쁘고 나비우표도 이쁘고요.
진짜 동물 키우다 슬그머니 갖다 버리는 사람들 ㅠ 생명을 거두는 일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니 인연 맺고 건사하며 살기 참 쉽지 않죠. 오래전에 울집 개 생각나요. 다음에 들려드릴게요 ^^

희선 2021-11-02 00:18   좋아요 1 | URL
우표가 나와도 어디서나 살 수 없기도 하네요 예전보다 덜 나와서... 사는 사람이 줄어서 그런 거겠습니다 그래도 십원 오십원 백원짜리가 다시 나와서 좋네요 우체국에 많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은 살 수 있겠지요

처음에는 좋아서 동물과 함께 살았을 텐데, 그게 귀찮아져서 슬그머니 버리기도 하다니... 슬그머니, 이 말 어쩐지 슬프게 들립니다 동물이 사람한테 주는 게 많기도 한데... 프레이야 님은 개와 살았던 적 있군요 좋은 기억이 있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10-31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속의 개는 역시 파트라슈 ㅋ 저도 어렸을때는 우표수집이 취미였는데 이젠 다 없어졌어요 다 어디로 간건지 ㅜㅜ 반려견도 사람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은 더 좋을지도~!!

희선 2021-11-02 00:20   좋아요 1 | URL
많은 사람이 파트라슈를 알겠지요 제가 어렸을 때 만화영화 봤을 때는 슬픈지 몰랐어요 나중에 다시 보고 그게 슬프다는 걸 알았습니다 마지막은 슬펐지만 그래도 네로와 파트라슈가 만나서 다행입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