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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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왜소 소설》을 만났는데, 이번에 만난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추리소설가와 출판사 편집자가 나오는 게. 이 소설을 먼저 쓰고 ‘왜소 소설’을 나중에 썼다. 지난번에 책 보면서 어이없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까 했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독서기계 살인사건>은 언젠가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 같기도 했다. 평론가나 작가한테 책을 읽고 글을 쓰게 하거나 소설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알려주는 기계가 팔릴까. 팔릴 수도 있고 팔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 같은 기계를 써서 글이 같은 일도 일어났다.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책은 스스로 보는 게 더 좋은데. 그 책을 잘 소화하지 못한다 해도.

 

 책 읽고 평론이나 감상을 쓰는 기계나 소설 쓰는 기계가 나오면 사람은 무얼 해야 할까. 소설이 잘 팔리면 세금도 많이 내야 하는가 보다. 그런 얘기는 만화가가 나온 이야기에서 잠깐 봤는데. 만화와 소설은 팔리는 게 다르지 않을까 싶다. 아주 잘 팔리는 건 어느 정도일까. <세금 대책 살인사건>에서 작가는 다음에 자신이 내야 할 세금을 알고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소설을 썼다. 소설을 쓰려고 쓴 돈은 세금에서 빠질까. 이런 거 잘 모르는구나. 어쨌든 자신이 쓴 돈을 소설을 쓰려고 쓴 것처럼 하려고 해서 소설이 무척 억지스러워졌다. 그런 소설을 쓸 바에는 안 쓰는 게 낫겠다. 그런 소설 읽는 사람 있을까.

 

 맨 앞에 나온 <세금 대책 살인사건>과 비슷한 건 <장편소설 살인사건>이다. 여기에서는 편집자가 작가한테 원고지 장수를 늘리게 한다. 본래 그리 길지 않았는데, 짧으면 잘 팔리지 않는다면서 억지로 늘리게 했다. 그렇게 늘린 소설은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소설은 더 많이 늘리고 무게까지 나가게 해서 책이 우스운 모습이 됐다. 실제 그런 일 있을까. 짧은 걸 늘려쓰는 일 말이다. 가끔 소설 보다 보면 안 써도 되는 거 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건 늘리려고 한 건 아니고 정보를 주려는 거였겠지. 정보가 없으면 이야기가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난 말이 적어서 문제다). <범인 맞히기 소설 살인사건(문제편 · 해결편)>은 인기 작가한테 원고를 받으려는 이야기로 마지막에는 진짜 살인이 일어난다. 여기 실린 소설은 거의 다 액자 형식이다. 이걸 이제야 말했구나.

 

 소설 속에서 추리소설을 모방한 범죄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예고소설 살인사건>에서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 소설이 그랬다. 그 소설이 화제가 되고 팔렸다. 그 뒤에 범인이 작가한테 전화해서는 자신이 죽이는 사람을 소설로 쓰라 한다. 범인이 전화했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할 거 아닌가. 작가는 신고하지 않고 소설을 썼다. 실제 그런 일은 없어야 할 텐데. <고령사회 살인사건>은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치매에 걸린 소설가가 소설을 쓰고 치매에 걸린 편집자가 원고를 받는다. 앞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줄고 나이 많은 사람만 책을 보면 그런 일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마카제관 살인사건(최종회 · 마지막 다섯 장)>은 끝내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건 작가가 갑자기 죽어서다.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겠다.

 

 여기 담긴 소설은 가볍게 봐야 할까, 뭔가 다른 걸 생각해야 할까. 추리소설가나 출판계 책 읽는 사람을 비꼬는 것 같기도 하다. 출판사는 그런 거 안 좋아하지 않을까. 그래도 이렇게 책이 나왔구나. 이 이야기는 진짜와 가짜 사이에 있을지도. 원고 늘리는 이야기 보니, 나도 이런 거 늘리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무슨 말을 더 쓰면 좋을지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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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29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찍어내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출판계를 비꼰다는게 신기하네요 ^^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안읽었는데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희선 2021-10-29 23:57   좋아요 1 | URL
개정판이 나오는 가운데 새로 나오는 책도 있어요 이것도 그런 거네요 얼마전에는 소설가가 되고 서른다섯해 기념으로 쓴 소설 《백조와 박쥐》가 나왔어요


희선

stella.K 2021-10-29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치매에 걸린 소설가가 소설을 쓰고 치매에 걸린 편집자가 원고를 받는다.
좀 웃프네요. 치매 걸린 독자가 읽으면 또 어떻게 되는 걸까요?ㅋㅋ
아, 이거 웃으면 안 되는데...ㅠ

희선 2021-10-30 00:00   좋아요 2 | URL
작가 편집자 독자까지 치매에 걸리면 슬프겠네요 책을 보고 앞뒤가 안 맞아도 잘 모를지도...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아주 없어지지는 않겠지요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으니...


희선

scott 2021-11-02 15: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책 히가시노 게이고 이천년 이전에 쓴 작품 중 가장 현실을 냉소적으로 풍자한 작품입니다
게이고가 워낙 다작을 해서 게이고 소설 가이드 북을 팬들이 펴낸 적이 있는데 초기작들이 게이고의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겪은 일들이라고 하더군요
버블 경제 시대와 단카이 세대들은 그래서 게이고의 엄청난 팬층이라고 !

저는 예전엔 문고본 기다리기 힘들어서 하드커버 나오자 마자 읽었는데 몇년 전 부터는 문고본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에는 가끔 영풍에서 1년에 한번 일본어 서적 폭탄 세일을 해서 천원에 한가득 구매 한적 도 있었는데 ....

희선 2021-11-03 00:44   좋아요 1 | URL
전에 작가가 되고 서른해 됐을 때 여든 권 넘었다고 한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은 그것보다 더 늘었겠습니다 얼마전에 나온 책은 작가가 서른다섯해 기념으로 썼군요 그게 2021년인지... 그런 건 빨리 나오기도 하니 그럴 것 같기도 합니다 팬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가이드 북을 만들기도 하다니, 히가시노 게이고 좋아했겠습니다

영풍에서 일본어 책을 싸게 팔기도 했다니, 그런 거 알아도 갈 수는 없겠지만 좋은 걸 하기도 했네요 어떤 건 문고가 빨리 나오기도 하지만, 긴 건 거의 세해 걸리더군요(그것보다 더 걸릴 때도 있겠습니다 아예 안 나오는 것도 있겠군요) 가가 형사 시리즈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한국에는 늦게 나왔지만...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