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오늘처럼 늦은 밤에 비가 아주아주 많이 왔어. 겨우 일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어.

 

 늦은 밤에 그것도 비가 많이 내리는데 왜 밖에 나갔느냐고. 그건 내 마음이지. 본래 난 비 오는 날 다니는 거 싫어하는데 며칠 동안 집에만 있어서 답답해서 비가 와도 잠깐 걷고 싶었어. 내가 밖에 나갔을 때는 이슬비였어. 갑자기 빗발이 굵어지고 내가 그걸 본 건 아주 잠시였어. 어쩌면 그건 비가 보여준 환상일지도 모르겠어.

 

 집을 나가 잠시 걸었더니 가늘었던 비가 굵어졌어. 다시 돌아갈까 하려다 좀 더 걸어야겠다 했어. 빗발은 더 굵어지고 다른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땅을 때리는 빗소리만 들렸어. 그런데 한순간 그 소리가 들리지 않고 내 몸은 얼어붙은 듯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어.

 

 가위 눌리는 거 알아. 정신은 깨어 있는데 몸은 움직이지 못하는 거. 그때 그런 느낌이었어. 비도 이상하게 보였어. 내리는 것 같기는 한데 그림 같았달까. 그림처럼 멈추었다고 해야겠군. 아주 많은 빗방울이 내 둘레에 멈추어 있었어. 처음에는 좀 무섭기도 했는데 몸이 조금씩 움직이잖아. 손을 뻗어 빗방울을 만져보려 하니, 다시 비가 마구 쏟아지고 세찬 빗소리도 돌아왔어.

 

 그 뒤에 또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아니, 그때 한번뿐이었어. 한번만이라도 그 조용하고 멈춘 세계에 들어 가 보려고 비가 오는 날이면 걷는데. 아주 잠시였지만 편안했거든.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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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28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잘 쓴 글로 읽었습니당~~~

희선 2021-08-29 01:15   좋아요 1 | URL
페크 님 고맙습니다 주말이 가면 팔월 이틀 남네요 페크 님 남은 팔월 잘 보내세요


희선

서니데이 2021-08-28 2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올해 예정된 남은 장마기간을 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많이 덥진 않지만, 날씨가 비가 와서 그렇게 좋진 않은 요즘입니다.
그래도 주말은 좋은 시간이예요.
희선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1-08-29 01:19   좋아요 3 | URL
한주 더 비 오고 흐릴 듯합니다 지금 비가 오는 게 괜찮은지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갈수록 날씨가 이상해지는 느낌입니다 지난해 여름과는 또 다르니... 그래도 가을이 온다는 생각을 하니 좀 낫습니다 가을은 괜찮겠지요 그래야 할 텐데...

서니데이 님 주말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08-28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가 멈추는 영화의 한 장면이 그러지는 글이에요👍

희선 2021-08-29 01:23   좋아요 2 | URL
영화로는 비가 멈춘 걸 잘 나타낼 수 있겠습니다 새파랑 님 남은 주말 책과 함께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