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개정판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2020년은 젊은작가상이 열한번째 되는 해였습니다. 열해째에는 열번째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걸 처음부터 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지난 열번째까지는 해를 넘기지 않고 봤는데, 이번에는 해를 넘겼습니다. 어쩌면 여기에 먼저 본 소설이 두편이나 있어설지도 모르겠네요. 두 편 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소설 보다’에서 만났습니다. 지난해에는 그것도 별로 못 봤네요. 가을이나 겨울 건 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는데. 지난해도 그렇고 여전히 책을 빨리 못 봅니다. 아니 책을 오래 못 봅니다. 이 책도 며칠에 걸쳐 봤습니다. 책을 조금 오래 본 날은 겨우 하루고, 세시간 조금 넘었습니다. 지난해에 책 하루에 다섯시간 봐야지 생각한 적도 있는데, 그 뒤로 그만큼 본 날은 며칠 안 됩니다. 앞으로는 하루에 서너 시간 책 보고 싶은데 지킬 수 있을지.

 

 젊은작가상이나 소설 보다로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기도 합니다. 강화길도 젊은작가상으로 알았던가, 했는데 아니군요. 예전에 악스트에서 먼저 알고 그 소설이 젊은작가상 받았습니다. 강화길은 작가가 되고 올해(2021)로 아홉해째가 됐네요. 젊은작가상은 작가가 되고 열해째까지인 사람한테 준다고 하더군요.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 나온 걸 들으니, 젊은작가상 대상 받으니 다음에는 김승옥문학상이 마음 쓰인다고 하더군요. 김승옥문학상은 작가가 되고 열해이상된 작가한테 줘요. 작가보다 소설이 먼저일지. 소설가가 상을 생각하고 소설 쓰지는 않겠지만, 상 받으면 기쁠 듯합니다. 자신이 한 게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었구나 생각할지도. 아니 상 받지 않아도 소설가는 소설 쓰기를 바랍니다. 글쓰는 사람은 글로 상 받는 것보다 언제나 글쓰기를 더 바랄 것 같습니다.

 

 제가 여기 실린 소설에서 먼저 본 걸 생각했더니 재미있는 걸 알았습니다. 그건 두 소설이 처음과 맨 끝에 실렸다는 거예요. 강화길 소설 <음복 飮福>과 장희원 소설 <우리(畜舍)의 환대>. 두 소설에 같은 점 하나 있네요. 제목에 한자를 함께 쓴 겁니다. 예전에 장희원 소설은 한자를 봤는데, 강화길 소설은 이번에 ‘음복(飮福)’이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그 말 소설 안에도 나오는데, 보고도 그냥 지나쳤나 봅니다. 음복은 제사를 지낸 뒤 모두가 함께 그 음식을 먹으면 복이 온다는 말입니다. 어렸을 때 친척 집에서 제사 지낸 적 있는데, 그런 건 하나도 몰랐습니다. 아무도 저한테 그런 걸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제사 지내고 음식 먹은 기억은 없습니다. 차례 지내고 아침은 먹었군요. 강화길 소설에서는 결혼하고 얼마 안 된 세나가 남편 정우 할아버지 제사에 가서 지금까지 몰랐던 걸 알게 돼요. 정우는 할머니, 고모 그리고 어머니 사이를 하나도 몰랐습니다. 제사에도 마음 안 써도 됐어요. 이 부분은 저와 다릅니다. 저는 딸이어서 제사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었어요. 이건 이것대로 차별 아닐지. 그렇다 해도 안 가도 돼서 다행이었습니다. 난 안 가도 되는구나 하고. 저는 집안 여자가 모든 걸 세세히 알아야 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이것도 어느 집이나 같은 건 아닐 듯합니다. 그래도 여성이 더 눈치 잘 보는 건 맞는 듯해요. 어머니는 왜 정우가 아무것도 모르기를 바랐는지. 그 마음 잘 모르겠네요. 정우가 여러 가지 일을 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서였을까요.

 

 이제는 집에서 제사 지내지 않으려는 사람이 더 많을 듯합니다. 그래도 한동안은 ‘음복’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어지겠습니다. 어머니는 딸한테 네가 나를 이해해야지, 하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는 아들한테 그런 말 안 하는 것 같은데. 장희원 소설에서 우리는 동물을 넣는 우리, 축사예요. 영재 부모는 호주에서 공부하는 영재를 만나러 호주에 가서, 집주인인 흑인 노인과 갓 스물이 된 민영이 영재와 산다는 걸 알고 조금 놀랍니다. 아니 그런 걱정은 호주에 가기 전부터 했을지도. 감자 샐러드에는 뭐가 들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못 먹는 걸 넣은 건 아니겠지요. 어머니 아버지는 영재가 호주에서 다른 식구를 찾은 것 같았을까요. 그런 느낌도 들었습니다. 영재가 동성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영재는 한국에서 어머니 아버지와 살 때보다 지금 모습이 더 좋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서로 연락 끊고 살지는 않겠지요. 부모는 아직 영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합니다.

 

 좀 알기 어려웠던 건 <다른 세계에서도>(이현석)예요. 낙태죄가 법에서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알겠는데 다른 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게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듯해요. 지수 마음인가. 그동안 임신중절이 법으로는 안 되는 거였더군요. 법으로 안 된다 해도 그걸 한 사람은 많았습니다. 그 법을 만든 사람도 그런다는 거 알았을 것 같은데. 2021년부터는 낙태죄가 없어졌나 봅니다. 그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산부인과의사뿐 아니라 임신중지를 결정한 사람은 죄책감을 덜 느낄까요. 임신중지가 안 좋다는 말은 아닙니다. 꼭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은 있겠지요. 그것보다 다른 걸 먼저 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이런 문제 별로 생각 안 해 봤습니다. 낙태죄가 없어진 건 다행입니다.

 

 김초엽 이름은 들어봤지만, 소설은 여기 실린 단편 <인지 공간>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인지 공간은 상상하기 어렵더군요. 외장하드 같은 건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여기 나오는 곳에는 인류가 그리 많지 않은가 봅니다. 이 소설을 보고 많은 사람도 중요하지만 한사람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가 했습니다. 모두가 같은 걸 기억하면 좋을지. 한사람 한사람도 중요하지요. 최은영 소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와 장류진 소설 <연수>에서는 나이 많은 여성을 ‘나’보다 작다고 말하더군요. 이야기는 조금 다르지만.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희원은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가는 강사가 언제나 자기 앞에 있기를 바랐지만, 시간이 가고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희원이 누군가의 빛이 될지.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겠네요. ‘연수’에서 주연은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 도움은 받아도 그 사람처럼 살지는 않겠다 생각해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하는 말과 비슷하네요. 그래도 한순간은 서로 좋은 사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건 좋게 보였습니다. 사람이 사는 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희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1-08-24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도 책이네요. 8월에나왔으니, 올해도 나왔거나, 아니면 곧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여러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된 책들도 좋은 것 같아요. 그 중에서 좋아하는 내용을 잘 만나면 더 좋고요. 희선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희선 2021-08-25 00:10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본래 4월에 나오는데 지난해에 조금 문제가 있어서 개정판이 8월에 나왔습니다 2021년 것도 4월에 나왔어요 그것도 샀지만 아직 못 봤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보면 좋을 텐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희선

서니데이 2021-08-25 00:11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나중에 한번 더 찾아봐야겠어요. 희선님 감사합니다.

희선 2021-08-25 00:3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좋은 밤 보내세요 곧 잘지도 모르겠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