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얼지 않게끔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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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오면 춥고 움직이기 싫어서 사람도 겨울잠을 자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도 있어. 잠시만. 바로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생각했어. 언제부턴가 겨울 하늘이 맑지 않았는데, 어렸을 때 겨울 하늘은 맑았어. 겨울 냄새는 좀 맵기도 한데, 이제 그걸 느낄 수 있는 날이 적어졌어. 학교 다닐 때 한국 겨울은 삼한사온이라고 배우잖아. 사흘 춥고 나흘 따듯한. 그렇다고 아주 따듯한 건 아니지만. 추위가 조금 풀린 것 같고, 차가운 겨울 바람에서 봄기운을 느끼기도 했어. 추운 겨울이어도 파란 하늘이고 어쩌다 눈이 오면 좋았는데. 지구온난화로 괜찮은 겨울은 사라졌어. 아주 옛날에는 겨울 더 추웠을지도.

 

 몇달전에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있었어. 내가 아픈 건 아니었어. 난 병원 싫어하고 아파도 그냥 나을 때까지 기다려. 다행하게도 자주 아프지 않아. 어쩌다 한번이야.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에 들어갈 때는 체온을 재야 했어. 그때 내 체온은 좀 낮았어. 35.6인가 35.7이었어. 어쩌면 일어나고 얼마 안 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어. 사람 체온은 36.5가 정상이라는데, 꼭 그렇지는 않대. 그것보다 1도 낮아도 이상한 게 아니래. 체온이 조금 낮아서 더 추웠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책에 춥거나 더운 게 나오면 나도 그걸 조금 느끼기도 해. 이 책 《부디, 얼지 않게끔》을 볼 때는 어쩐지 추웠어. 난 체온이 바뀌지 않는데. 난 여름 아주 힘들지 않아. 인경 만큼은 아니지만, 걸으면 땀이 나고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더울 때 체온 재니 1도 올랐어).

 

 여행사에서 일하는 최인경은 일로 베트남에 가게 돼. 여행사 사람은 함께 가는가 봐. 회계를 맡은 송희진도 같이 가. 인경과 희진은 말을 자주 나눈 사이는 아니었어. 희진은 더운 여름을 아주 싫어해서 베트남에 안 가겠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가야 했어. 회사 사람은 희진이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서 여름을 싫어한다는 말도 해. 잘 모르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인경은 다른 사람이 덥다고 해도 더위를 느끼지 않고 한국보다 더운 베트남은 지내기 편했어. 희진이 그런 인경을 봐. 인경은 희진이 왜 자신을 볼까 해. 얼마 뒤 인경은 기분이 나빠서 희진한테 따져 물어. 그랬더니 희진은 인경한테 인경이 땀을 흘리지 않는다고 말해. 희진이 본 게 그거였다니. 인경도 그제야 자신이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

 

 사람은 다 더우면 조금이라도 땀을 흘려. 땀이 체온을 조절하잖아. 인경 몸은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아. 천천히 바뀌었겠지. 그걸 자신은 몰랐다니. 인경은 그저 자신이 남보다 여름을 잘 견디나 생각했을지도.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 변온동물, 아니 변온인간이 되어 버렸어.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시간이 더 지나고 인경이 그걸 깨달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 해도 난 인경이 어떻게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해. 여기에서는 희진이 먼저 알아채고 인경한테 도움을 줘. 혼자보다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견디기 더 낫겠지. 희진이 있어서 인경이 아주 쓸쓸하지 않았을 것 같아. 혼자였다면 힘들었겠어.

 

 여름에 인경은 달리기를 해. 운동 같은 거 잘 안 했는데, 겨울 날 준비를 여름부터 하게 된 거야. 지금 생각하니 나중에 알았다면 좀 힘들었겠어. 준비는 빨리 하는 게 좋잖아. 인경은 회사 사람 누군가 한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는데 희진과는 친해졌어. 그런 것은 좋은 거겠지. 난 이런 건 소설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생각하지만. 이야기 세상에라도 그런 게 있어서 다행이기는 해. 여름은 인경이 지내기에 좋았지만, 가을이 올 때쯤부터 인경은 차가운 기운을 느껴. 그런 때는 차가운 것도 못 먹다니. 가을 장마가 찾아오기도 했어. 인경은 겨울을 나려고 난방 기구도 사지만, 첫눈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쯤에는 일상생활을 거의 못했어. 전기요금을 내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회사에는 휴직계를 냈지만 다음에 돌아갈 수 있을지.

 

 변온동물은 겨울잠을 자. 인경도 겨울잠을 자기로 해. 그 준비는 희진이 해줘. 인경은 눈을 감으면서 희진을 만나려고 봄에 꼭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해. 인경은 봄이 오면 일어나겠지. 인경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여름에는 희진과 다시 제주도에 갔으면 해. 난 겨울잠 자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겨울잠 자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못했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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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8-10 0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맘에 들어요. 겨울잠을 자는 인간이라니. 발상이 발칙합니다. 전 죽을날이 앞당겨지고 있어 겨울잠 거부!!!^^;;

행복한책읽기 2021-08-10 01:31   좋아요 3 | URL
아 글고 겨울의 맵싸한 냄새. 희선님도 아는군요. 코끝을 때리는 그 매운내 저 넘 좋아해요. 지난겨울 모처럼 추웠고 그 냄새에 취해 밤산책을 날마다 했다지요. ^^

희선 2021-08-12 00:08   좋아요 1 | URL
언젠가 그런 사람이 나타날지... 인류가 그렇게 진화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을 것 같기도 하네요 사람이 잠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면 아쉽기도 하겠습니다 여기 나온 사람은 몸이 그렇게 돼서 어쩔 수가 없기도 하네요

겨울이 따듯하기도 해서 맵싸한 냄새를 맡지 못하는군요 지난 겨울에는 추운 날이 있기도 했네요 그때 행복한책읽기 님은 밤산책을 하셨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1-08-10 0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겨울잠 자고싶습니다. 아니 지금은 더위를 피해서 여름잠을....
우리 인간이 모두 겨울잠을 자야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무척 재밌을거 같아요. ^^

희선 2021-08-12 00:11   좋아요 1 | URL
여름잠... 이번주부터는 덜 덥다고 하는데 한낮에는 여전히 덥네요 그래도 아침에는 좀 선선한 듯해요 열두시 넘으면 덥지만... 모두가 겨울잠을 자면 그동안 목숨을 지키는 장치 같은 걸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새파랑 2021-08-10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특한 소재군요. 변온인간이라니! 그래서 땀이 안나는 거군요. 저도 겨울잠을 자고 싶어요 ㅜㅜ

희선 2021-08-12 00:16   좋아요 1 | URL
여기 나온 사람은 여름 온도가 살기에 아주 좋은 온도였어요 땀 많이 안 흘리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아주 안 흘리지는 않겠지요 추운 겨울에는 잠 더 자고 싶기도 하죠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