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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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펠리시아라는 이름을 봤을 때 다른 게 생각났는데, 찾아보니 책 제목이 달랐다. 난 왜 거기에서 펠리시아라는 이름을 봤다고 생각했을까. 아일랜드가 나와서 그 소설을 떠올린 것 같다. 펠리시아라는 이름을 보고 생각한 소설은 《필로미나의 기적》(마틴 식스미스)이다. 필로미나와 펠리시아 이렇게 다른데. 그래도 그 소설은 아일랜드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아일랜드는 1950년대에서 1960년대에 걸쳐 가톨릭교회 지배를 받았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아이를 낳으려면 수녀원에 들어가야 하고 아이를 낳은 다음에는 그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는 각서도 써야 했다. 자기 아이를 자신이 기를 수 없다니. 그런 아이는 거의 미국으로 입양 보냈다. 수녀원에서는 아이 기르는 돈을 줄이려고 아이를 낳은 아이한테 모유를 먹이게 했다. 이 책 《펠리시아의 여정》과 《필로미나의 기적》은 다르지만 생각이 나서 잠깐 말했다. 필로미나가 자신이 어릴 때 낳은 아이 이야기를 한 건 50년이 지난 뒤다. 필로미나는 나중에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첫번째 낳은 아이도 줄곧 잊지 못했다.

 

 아이 이야기를 한 건 어쩌면 펠리시아가 아이를 가진 다음 집을 나가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에 나오는 아일랜드는 1980년대다. 그때 아일랜드는 어땠을까. 그렇게 잘 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아일랜드에는 일자리가 없어서 영국으로 가는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영국으로 간 사람에서 한 사람인 조니 라이서트를 펠리시아가 만나고 펠리시아는 그걸 사랑이다 믿었는데. 조니는 펠리시아를 사랑한 게 아니었다. 어머니 때문에 아일랜드에 왔다고 하고 어머니가 자신과 펠리시아가 함께 있는 걸 못 보게 하려고 무척 애썼다. 여기 나온 펠리시아 나이는 열일곱살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쯤이겠다. 조니는 펠리시아한테 영국에서 잔디깎이를 만드는 공장 창고에서 일한다고 했다. 펠리시아가 나중에 연락하고 싶으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니 피했다. 조니는 주소를 써줄 것 같은 모습을 보이다 결국 안 써주고 가 버렸다.

 

 시간이 흐르고 펠리시아는 아이를 가진 걸 알게 된다. 펠리시아는 아버지와 쌍둥이 오빠 그리고 거의 백살이 된 증조할머니와 살았다. 아버지는 펠리시아가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증조할머니를 돌보기를 바랐다. 본래 펠리시아는 육가공공장에서 일했는데, 그곳이 문을 닫아서 일자리를 잃었다. 펠리시아는 공장에 다닐 때 더 자유로웠다. 집에만 있으면 집안 일과 증조할머니를 돌봐야 했으니 자기 시간은 하나도 없었겠다. 이제는 펠리시아가 아이를 가져서 집에 있기 안 좋았다. 집을 나갈 생각을 한 펠리시아 대담한 듯하다.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영국에 가서 조니를 찾으려고 하다니. 아버지가 펠리시아한테 따듯한 말을 했다면 펠리시아가 그렇게 집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인데. 그런 거 생각해도 어쩔 수 없구나. 펠리시아는 증조할머니가 모아둔 돈을 가지고 집을 나왔으니 말이다.

 

 영국도 어떻게 보면 섬나라인데, 아일랜드를 시골로 여기기도 한 듯하다. 펠리시아는 영국으로 오고 말을 잘 못 알아듣기도 했다. 영국과 아일랜드가 영어를 쓴다 해도 조금 다르기도 하겠지. 한국도 시골에서 큰 도시로 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도 한데. 그래도 펠리시아는 힘을 내서 조니를 찾으려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식당 매니저 일을 하는 힐디치다. 힐디치 좀 이상해 보인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주는 사람도 있지만, 힐디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펠리시아를 표적 같은 걸로 삼았다. 힐디치는 펠리시아를 도와준다면서 펠리시아가 스웨터에 넣어둔 돈을 가지고 가고, 있지도 않은 아내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을 술술 하는지. 힐디치는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그저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중년 남성으로 보이지만, 마음속은 그렇게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하고 그리 잘 지내지 못했나 하는 생각만 했는데, 해설을 보니 힐디치는 어릴 때 어머니한테 성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 거였나.

 

 힐디치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걸 보니, 본 적 없지만 어디선가 말을 들은 히치콕 감독 영화 <사이코>가 생각났다. 거기 나온 사람과 힐디치가 겹쳐 보였다고 할까. 거기 나오는 아들도 늘 어머니 지배를 받지 않았나. 아니 어머니는 진작에 죽었지만 아들은 어머니가 살아 있다고 여겼다. 어쩌면 그 아들이 어머니를 죽였을지도 모르겠다. 힐디치도 그랬을까. 힐디치는 펠리시아를 멀리에서 보고 다른 여러 여자를 떠올렸다. 힐디치가 여자한테 잘 해줬는데도 다 자신을 떠났다고. 정말 힐디치가 여자한테 잘 해줬을까. 어느 순간 힐디치는 자기 욕심을 보이고 여자는 힐디치 정체를 알아차린 거겠지. 펠리시아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그걸 알았다. 그때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난 다음이구나. 그전에 알았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를 텐데. 언제나 깨달음은 늦는다. 소설에서만 그런 건 아니다. 현실에서도 무언가를 바로 깨닫지 못하고 경험한 다음에야 안다.

 

 여기에는 현실과 꿈이 섞여 있다. 힐디치가 하는 건 망상인가. 그런 게 아주 없지는 않구나. 난 펠리시아가 어떻게 됐는지 나중에야 알았다. 안개가 낀 밤 펠리시아는 힐디치 차에 타지 않고 집에서 달아났다. 펠리시아가 힐디치 차에 탔다면 펠리시아는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펠리시아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 여겨야겠다. 펠리시아는 그 뒤에 거의 노숙자가 됐지만. 영국에 오고도 펠리시아는 노숙자한테 도움을 받고 공사 하는 집에서 자기도 했다. 그런 곳에서 자게 해주는 것도 고마운 일인가. 앞으로 펠리시아는 어떻게 될지. 펠리시아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젠가 아일랜드로 돌아갈 날이 올까. 아일랜드에서 아버지는 펠리시아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럴 거였다면 처음부터 펠리시아한테 좋게 말하지.

 

 집을 떠난 여자아이 펠리시아 이야기면서 여자를 여럿 죽인 힐디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영국에 실제로 많은 여성을 죽인 범인이 있었나 보다. 윌리엄 트레버는 그 사람을 모델로 힐디치를 만든 것 같다. 펠리시아가 힐디치 집에서 떠나고 힐디치는 조금 이상해졌다. 어쩌면 다른 사람과 다르게 펠리시아는 죽이지 못해서 두려웠던 걸지도. 자기 일이 다른 사람한테 드러날까봐.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하지 않나. 다른 사람보다 노숙자가 눈에 띄었다. 펠리시아가 노숙자를 만날 수밖에 없었던 건 돈이 없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노숙자가 나쁜 건 아니지만. 1980년대에 영국에는 노숙자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윌리엄 트레버는 영국과 아일랜드도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희선

 

 

 

 

☆―

 

 여자아이들은 엉망진창이 된 삶에서 달아나려고, 혹은 뭔가 다른 걸 바라고 길을 떠난다. 여정에 있는 그들을 본 이들은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큰 도시나 여자를 사고파는 일이 있을 만한 큰 동네에서는 랜드로버나 폭스바겐, 도요타의 차문이 열리고 아이들을 태운다.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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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7-31 02: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놓고 언제 읽을까 카운트다운하고 있어요. ^^

희선 2021-08-01 00:04   좋아요 2 | URL
곧 펠리시아를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어느새 팔월로 날짜가 바뀌었어요 바람돌이 님 팔월 즐겁게 지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07-31 1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가족들까지 그렇게 펠리시아한테 상처를 줬는지...있을때 잘해줘야 하는데 안타깝더라구요. 전 책 읽다가 중후반에 펠리시아가 안나와서 살해당한거 아냐? 걱정하면서 읽었어요 ㅋ

희선 2021-08-01 00:10   좋아요 2 | URL
아버지가 딸한테 안 좋은 말을 하다니, 그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옛날이어서 그런 건지... 저도 펠리시아가 힐디치 집에서 쇠꼬챙이를 떨어뜨리고 어떻게 된 건가 했습니다 펠리시아가 죽지 않아 다행이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8-06 15: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신 분들이 알라딘에 너무 많아요. 저는 안 읽음. 아니 못 읽음. ㅋ
궁금해지네요.

희선 2021-08-07 01:13   좋아요 0 | URL
책이 좋다는 말을 보고... 이 작가 책은 처음이에요 예전에 단편소설 보려다 집중이 안 돼서 못 봤는데, 이건 장편이어서 괜찮았습니다 리뷰 대회가 있다는 걸 보고 안 된다 해도 그냥 읽고 썼습니다 다른 분이 이 책을 읽고 쓰신 글을 많이 보면 대충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도... 그것도 괜찮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