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지붕집의 마릴라
세라 매코이 지음, 손희경 옮김 / 클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어릴 때 자기 부모한테도 어린시절이 있었다는 걸 잘 생각하지 못한다. 부모는 언제나 어른이니 그렇구나. 하지만 자신이 나이를 먹으면 어릴 때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겉모습은 어른이어도 마음은 어린이기도 하구나.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 사람은 나고 자라고 살고 죽는다. 지금 어른인 사람한테도 어린시절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이렇게 썼지만 그런 거 잘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나이와 다르게 철없이 구는 사람 별로기도 하다. 나이에 맞게 사는 건 어떤 건지. 그런 것도 생각하고 살아야 할 텐데. 지금 세상에는 나이만 먹고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 많지 않나 싶기도 하다. 나도 다르지 않구나. 그런데 이런 말을 하다니.

 

 책을 여러 번 못 보는데 《빨강머리 앤》(루시 모드 몽고메리)만은 여러 번 만났다. 그걸 보면서 앤과 함께 살기로 한 마릴라와 매슈가 예전에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해 본 적 없다. 그저 예전에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겠지 생각했을지도. 나이를 먹은 사람과 그 사람이 어렸을 때는 조금 다를지도 모를 텐데. 나도 그렇구나. 나도 어릴 때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려 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게 무척 싫지만. 아니 어릴 때도 사람 사귀는 거 무척 힘들었다. 난 왜 이렇게 사람과 잘 사귀지 못할까 했다. 늘 자신없다 생각했다. 자신없다 하면서도 어릴 때는 이것저것 했던 것 같다. 지금은 하기 싫다. 예전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 했지만, 지금은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서 다행이다. 재미없는 내 이야기를 하다니.

 

 마릴라와 매슈는 나이 차이가 많았던가. 이 책 보고 처음 안 것 같다. 여기에서는 마릴라는 열세살 매슈는 스물한살부터 나온다. 두 사람 부모인 휴와 클라라는 초록지붕집을 짓고 클라라는 아기를 가졌다. 열세살인 마릴라는 앤이 만난 마릴라와 어쩐지 다르게 보인다. 이건 당연한 건가. 어린 마릴라를 보니 앤이 떠오르기도 했다. 앤하고 다 같지는 않지만. 마릴라 어머니 클라라와 이모인 이지는 쌍둥이였다. 이지 이모는 프린스 에드워드섬을 떠나 혼자 살았는데 클라라가 아이를 낳을 때가 다가오자 초록지붕집에 온다. 마릴라는 그때 이지 이모가 어머니와 같은 얼굴인 걸 보고 몹시 놀란다. 마릴라가 이지를 본 건 아주 어릴 때여서 어머니가 쌍둥이라는 건 몰랐다. 어머니와 이모가 쌍둥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친구가 없던 마릴라가 이지 이모와 에이번리 사람들이 하는 바느질 모임에서 레이철 화이트를 만나는 모습은 앤이 다이애나를 만나는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마릴라와 레이철은 앤과 다이애나처럼 맹세는 하지 않았다. 앤이 길버트를 만나고 얼마 안 되어 석판으로 길버트 머리를 치는 일이 있었지만, 마릴라가 레이철 집에서 존 블라이드를 만난 느낌은 좋았다. 존은 아들인 길버트보다 짓궂지 않고 나이도 좀 많았구나. 마릴라를 보면서 앤을 생각하다니. 그건 어쩔 수 없다. 마릴라도 존한테 마음이 기우는 듯한 모습이 보이지만 어머니 클라라가 아이를 낳다 죽고는 마음을 조금 닫는다. 마릴라는 자신이 초록지붕집을 지켜야 한다 생각했다. 누군가와 결혼하면 초록지붕집을 떠나야 하니. 마릴라라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죽어서 마음이 더 안 좋았겠지. 마릴라가 존과 소풍을 갔을 때 어머니가 아이를 낳으려 하고 아이는 죽어서 나오고 어머니는 피를 많이 흘렸다. 마릴라는 자기 집에 있었다면 달랐을지도 모른다고 죄책감을 느꼈다. 그건 아닐 텐데.

 

 스물한살 매슈는 어땠을까. ‘빨강머리 앤’에서 매슈가 다른 사람을 잘 만나지 않고 여자를 편하지 않게 여겼다. 스물한살 매슈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농사짓고 살고 싶지 않다고 하고 돈이 많은 사람과 결혼했다. 매슈는 좋아하는 사람과 잘 안 되고는 모임 같은 곳에 가지 않고 여자와도 말하지 못하게 됐다. 그럴 수 있겠지.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다시 만나기 어렵다. 매슈가 존하고는 이야기 잘 했다. 그런 모습 보고 젊었을 때 매슈는 좀 달랐구나 했다. 시대 이야기도 좀 나온다. 노예가 달아나는 것. 마릴라와 이지 이모는 그런 사람을 돕기도 한다. 캐나다에도 영국 사람이나 유럽 사람이 가서 살았던가. 지금 생각하니 그런 거 잘 몰랐다. 난 왜 미국에만 영국 사람이 갔다고 여겼을까. 노예제도는 캐나다에서 먼저 없어졌나 보다.

 

 이 이야기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쓰지 않았구나. 세라 매코이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 소설을 좋아해서 이 소설을 썼겠다. 이 이야기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좋아할까. 어쩐지 난 루시 모드 몽고메리보다 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앤이 마릴라와 매슈 이야기를 읽는 모습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나.

 

 

 

희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6-11 0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빨강머리앤을 읽어야겠군요. 읽어보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ㅎㅎ 희선님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

희선 2021-06-13 02:26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 아직 빨강 머리 앤 만나지 못하셨군요 언젠가 만나야겠다 생각했으니 만나시겠지요 앤은 참 밝고 괜찮은 아이예요 좀 엉뚱한 면도 있지만, 그런 것도 괜찮게 보입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6-11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라 매코이라는 작가분도 빨강머리 앤의 열혈 독자가 아니었을까요? 그러니 앤에서 뻗어나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거 같아요.
아! 우리의 매력적인 앤, 그 매력은 항상 파도 파도 나오는 듯합니다. ^^

희선 2021-06-13 02:30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새라 매코이는 빨강머리 앤을 읽고 마릴라와 매슈 이야기를 쓰고 버지 윌슨은 앤이 어릴 때 이야기를 썼네요 그 책은 《빨강 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로 나왔는데, 책으로 본 것보다 만화영화로 볼 때 앤이 어릴 때 저렇게 힘들었다니 하면서 조금 울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다른 거 생각하고 울었던 걸지도... 그 책은 지난해에 만화영화 원화가 담긴 《안녕, 앤》으로 나왔어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6-12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 애들도 제가 이십 대 때 사진을 보고 놀라더군요. 그렇게 젊은 적이 있었다는 게 깜놀이래요. 아니 그러면 제가 태어나서부터 아줌마 얼굴이었겠습니까. ㅋㅋ

빨강머리앤을 작년인가, 너무 늦게 읽은 1인입니다. 그래도 생각할 거리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희선 2021-06-13 02:34   좋아요 2 | URL
사람은 다 비슷하겠습니다 부모한테도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거 생각하지 못하는 거, 사진을 보면 그런 걸 생각하기도 하는군요

늦었다고 해도 빨강머리 앤을 만나셨군요 아니 그렇게 늦은 건 아닐 거예요 아주 못 만나는 사람도 있을 테니... 페크 님은 여러 가지 생각하셨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