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세상의 봄 상.하 세트 - 전2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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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가 소설가가 되고 서른해가 넘었다. 이 책 《세상의 봄》은 미야베 미유키가 소설가가 되고 서른해 기념으로 나왔던가. 에도시대 이야기 많이 만나기는 했는데, 그걸 다 말하기는 어렵겠다. 미야베 미유키는 시대 소설뿐 아니라 지금 이야기도 쓴다. 소설 쓰는 사람은 어느 시대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할까. 옛날은 옛날대로 좋고 지금은 지금대로 좋을까. 지금 시대 이야기를 쓰려고 해도 공부하고 자료를 찾아보겠지만, 옛날은 더 많이 찾아야 할 것 같다. 옛날 이야기라 해서 꼭 그 시대만 말하지는 않는다. 옛날을 빌려 지금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건 판타지나 SF도 다르지 않구나. 내가 그런 걸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그럴 것 같다.

 

 기타미 번이라는 곳 6대 번주 기타미 시게오키가 정신 착란을 일으켜 가신들은 시게오키를 기타미 집안 별장 같은 곳인 고코인에 가두기로 한다. 겉으로는 시게오키 몸이 안 좋아서 요양한다고 했지만. 시게오키 정신이 이상한 걸 이용한 수석 요닌 이토 나리타카는 배를 가르고 죽었다. 그것도 죽었다고 한 거고 실제로는 살아 있었다. 이토 나리타카는 옛날에 이즈치 촌에 살던 쿠리야 신쿠로였다. 신쿠로는 열여섯해 전에 이즈치 촌 사람을 누가 죽였는지 알아보려고 번주 시게오키 눈에 띄고 높은 자리에 올랐다. 시게오키가 이상한 걸 신쿠로는 사령 때문이다 여겼다. 신쿠로가 살던 이즈치 촌에는 사람 영혼을 조종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쿠리야 집안 여자로 그건 미타마쿠리라 한다. 신쿠로가 가로한테 그 미타마쿠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시게오키 병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신쿠로는 죽임 당하지는 않았다.

 

 수석 요닌인 이토 나리타카가 사람들한테 잡히자 하녀는 나리타카 아들을 데리고 가가미 가즈에몬 집으로 온다. 가즈에몬과 나리타카는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나리타카는 가즈에몬이 토목청 감독일 때 만나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나리타카는 자기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하녀한테 가즈에몬을 찾아가라고 했다. 가즈에몬 딸인 가가미 다키는 결혼하고 세해가 안 되고 남편과 헤어지고 친정으로 돌아와 아버지 가즈에몬을 모셨다. 다키 어머니 사에는 본래 이즈치 촌 사람으로 신쿠로 어머니 동생이었다. 다키와 신쿠로는 사촌 사이였다. 그렇게 이어지기도 하는구나. 이런 거 정리하기 힘들구나 여기까지 쓴 거 보고 무슨 이야긴지 알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많이 나오고 얽히고 설켰구나. 6대 번주인 시게오키가 정신이 이상해서 고코인에 갇히고 여러 사람이 시게오키 병이 낫게 하려는 거다. 가로나 다음 번주가 시게오키를 죽이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지금은 물러났지만 지난 번 번주여서 그렇겠다.

 

 시게오키는 본래 자신일 때도 있지만, 어린이 같은 고토네가 되기도 하고 여자가 되거나 무서운 남자가 되기도 했다. 신쿠로는 이즈치 촌 사람을 번에서 높은 사람이 모두 죽여서 복수하려고 죽은 사람 혼이 시게오키한테 들러붙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서양 의술을 배운 시게오키 주치의 시로타 노부로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시게오키는 해리성장애로 인격이 여러 개가 된 것 같았다. 시게오키가 어렸을 때 안 좋은 일을 당해서 그렇게 됐다고. 지금은 정신의학이 많이 알려져서 그런 거 쉽게 알겠지만, 에도시대에는 그러지 않았겠지. 그래도 주술이나 저주가 있던 시대였다. 의사 노보루가 시게오키를 만나 이야기 듣는 건 심리치료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던 일을 누군가한테 말하면 상처가 낫기도 하겠지. 시게오키 인격이 하나가 되려면 말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구나. 시게오키가 어릴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이제 그런 일은 없다는 것도 알게 해야겠다.

 

 이즈치 촌 사람이 모두 죽임 당한 것뿐 아니라 남자아이 넷이 사라진 일이 일어났다는 것도 알게 되고 고코인 앞에 있는 호수에서 어린이 뼈를 찾는다. 그 두가지 일은 상관있는 거였다. 하지만 아케노 영 가게마와리인 틈새를 이용해서 지난 번주 나리오키와 아들인 시게오키를 힘들게 한 사람이 누군지는 알아내지 못한다. 기타미 집안 사람에서 한사람일지 여러 사람일지. 시게오키가 어릴 적 겪은 일로 받은 상처가 나은 것만이라도 좋게 여겨야 할까. 그렇다 해도 있었던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주술에 걸린 아버지 나리오키가 시게오키를 괴롭히고 시게오키가 다른 인격을 만들고 그게 아버지를 죽인 일은. 그 일은 시게오키뿐 아니라 다키도 잘 알았다. 지난 일이니 들추어내기를 꺼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둠은 그걸 제대로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나아가려면. 시게오키는 다키나 고코인에서 자신을 돕는 사람이 있어서 지난날과 마주할 용기를 냈다. 다키도 시게오키 일을 그대로 받아들였구나.

 

 길고 차가운 겨울이 가면 따스한 봄이 온다. 시게오키한테도 봄이 오겠지. 벌써 왔나. 다키도 첫번째 결혼은 잘 안 됐지만 이번에는 괜찮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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