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전화
야쿠마루 가쿠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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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보면 경찰은 조직을 먼저 생각한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니 그런 소설이 나오기도 하는 거겠지. 다른 곳은 몰라도 경찰만은 깨끗하면 좋을 텐데, 경찰은 정치가가 잘못한 일을 숨겨주거나 경찰이 잘못해서 일어난 일을 숨기려 한다. 그걸 하려고 사건을 꾸며 내기도 한다. 그런 거 하고 양심에 찔리지 않을까.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평범한 사람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산다. 피해자가 되면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피해자나 피해자 식구는 되고 싶지 않구나. 그게 자기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경찰조직 사람이 다 사건을 숨기고 거짓으로 꾸며내지는 않을 거다. 정의를 생각하고 피해자를 생각하는 경찰이 더 많다고 믿는다. 피해자나 피해자 식구를 생각하고 범인을 잡거나 진짜 일어난 일을 알리려는 경찰.

 

 이상하다. 법률가나 경찰은 다른 누구보다 윤리, 도덕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는 것은 같은데. 그런 기대를 하면 안 될지도. 선생님이나 정치가한테도 그런 걸 바라는구나. 그런 일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이 반듯해야 한다고 여기지 않을까. 처음에는 그런 마음이어도 나이를 먹고 높은 자리에 앉으면 잘못된 일에 눈을 감기도 하던가. 경찰조직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진짜 마음은 자신이 비난 받지 않으려는 거 아닐까. 한번 잘못한 일을. 처음부터 잘못을 하지 말지. 아사쿠라 장인이 그래 보였다. 뜬금없이 이런 말을. 세해 전에 형사였던 아사쿠라 신지는 폭력조직한테서 돈을 받았다는 걸로 경찰에 잡히고 아내와는 헤어지고 혼자 살았다. 그때 아사쿠라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폭력조직한테 돈을 받았다는 건 누명이었다. 혼자 아니다 해 봤자 조직에 이길 수 없고 아사쿠라가 가진 정보를 경찰에 줄 수도 없었다. 아사쿠라는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이었지만 경찰을 믿지 않게 됐다.

 

 모르는 번호에서 아사쿠라한테 전화가 오고 아사쿠라는 ‘아빠’라 하는 걸 들은 것 같았다. 아사쿠라는 세해 전에 헤어지고 한번도 연락하지 않은 아내 나오미한테 전화했다. 나오미는 딸 아즈사는 친구와 디즈니랜드에 갔다고 한다. 나오미가 아즈사 친구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아즈사는 아파서 디즈니랜드에 함께 가지 않았다고 했다. 나오미가 집에 가니 아무도 없었다. 나오미는 아사쿠라한테 연락하고 함께 아즈사를 찾아보았다. 얼마 뒤 나오미는 모르는 사람한테서 온 전화를 받는다. 그 사람은 아즈사를 유괴했다면서 돈 1억원을 준비하라고 했다(일본 소설 보면 엔으로 나올 때가 많은데 원으로 나와서 좀 이상했다). 나오미는 그 일을 아사쿠라한테도 알렸다. 나오미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니 아사쿠라는 경찰한테 전화하지 마라 한다. 그 일 때문에 경찰이 아사쿠라가 아는 정보를 또 말하라고 할까봐서였다.

 

 몸값을 유괴범한테 주는 방법이 무척 복잡했다. 돈은 마약으로 바뀌었다. 범인은 세해전에 일어난 교통사고를 말했다. 그 일은 마약을 한 사람이 차로 교사 둘과 유치원생 다섯을 치여 죽인 사고로 보도됐다. 차를 운전하던 사람도 죽었다. 겉으로 알려진 건 그랬지만 실제는 아니었다. 아사쿠라는 세해 전에 차를 운전한 아라리 도시히코가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제보를 받고 그 사건을 혼자 알아보다가 누명을 쓰고 경찰을 그만두었다. 경찰이 무언가를 숨기려 했다. 차에 치여 죽고 다친 피해자 식구는 실제 일어난 일을 알면 좀 나을까. 마약을 한 사람이 운전한 차에 치여 죽었다고 아는 것보다는 좀 나을지도. 경찰이 잘못한 일은 숨기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떤 일을 밝히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그리 좋지는 않다. 개인이 경찰 조직에 맞설 방법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이가 유괴된 부모 마음도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세해 전에 정치가를 협박해 돈을 빼앗으려 한 사람도 있었다. 그것도 경찰이. 안 좋은 일이 안 좋은 일을 낳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피해를 입기도 하는구나. 다행한 건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이 세상은 무척 어둡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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