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어서 그래 1
심모람 지음 / 레진코믹스(레진엔터테인먼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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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심함과 수줍음은 다를까요. 저는 그렇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아주 조금은 다를지도. 저는 수줍음도 있지만, 소심함은 더 큽니다. 그건 나이를 먹어도 바뀌지 않아요. 누군가는 나이를 먹으니 좀 달라졌다던데. 이 말 언젠가 한 것 같기도 하네요. 제가 달라지지 않는 건 사는 게 바뀌지 않아서겠습니다. 사람 안 만나고 남한테 아쉬운 마음 말하지 않으려 해서. 이건 집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 그런 저를 융통성 없다고 하더군요. 맞는 말입니다. 비가 와도 다른 사람한테 우산 빌려달라고 못합니다. 빌릴 데도 없는데 어떻게 빌리나 싶네요. 친구 집에 갔다가 돌아올 때 비가 온다면 그때는 우산 빌려달라고 할 거예요. 그런 일은 거의 없었군요. 지금은 늘 우산 가지고 다녀요. 어쩌다 한번 우산 안 가지고 간 날 비가 온 뒤로는 늘 갖고 다녀요. 우산은 볕과 사람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겨울은 빼고).

 

 저는 사람 눈치 잘 봅니다. 남이 저를 안 좋게 여기면 어쩌나 해요. 그런 거 마음 안 쓰려고 사람 안 만나는군요. 그것도 있지만 말을 아주 안 해서. 요새 제가 말을 아주 안 해서 친구가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만화를 그린 심모람은 수줍음이 많아도 친구는 여럿 있더군요. 그거 부러웠어요. 친구와 있었던 일 많이 말해요. 오빠나 사촌 언니도. 사촌인데도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군요. 저는 친하게 지내는 사촌도 없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길에서 우연히 사촌을 만나도 못 알아볼 거예요. 어릴 때도 친척집에서 만나면 별로 말 안 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전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네요. 무척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어쩐지 어렸을 때 차별받은 느낌이 듭니다. 그때는 그런 것도 잘 몰랐군요. 이제와 생각하니 그랬구나 싶습니다. 제가 말을 잘 하지 않아서, 저도 다르지 않지만 사람은 거의 말 잘 하는 사람 좋아하잖아요.

 

 이 책 보면서 소심한 저를 더 많이 떠올렸군요. 작가보다 제가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거 꼭 바꿔야 할까요. 지금 생각하니 초등학생 땐가 좀 바뀌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요. 초등학생 때가 아니고 중학생 때였던가. 그저 힘들었다는 기억밖에 없습니다. 사람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성격도 다르지 않은 듯. 그냥 마음을 잘 다스리려고 애쓰는 게 좋을 듯합니다. 어디나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가게는 ‘뭐 찾으세요?’ 같은 말 묻기도 하죠. 전 책방에서 그런 말 들었군요. 책방에서도 내버려두면 좋을 텐데. 책 찾다가 못 찾으면 물어볼지도 모르잖아요. 빨리 책 사 가기를 바라는 건지. 저는 그런 데서는 일 못하겠습니다. 손님이 찾는 게 뭔지 관심 없을 테니. 물어보면 그게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기는 하겠네요. 그렇게 물어주는 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저는 별로 안 좋아해서 다른 사람도 그럴 것 같은데,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모르는 사람뿐 아니라 아는 사람한테도 말 잘 안 해요. 앞에서 말 못한다고 했는데. 창피하군요.

 

 친구는 이름이 아니고 별명으로 썼어요. 그게 또 재미있어요. 갱미, 오리, 너굴, 쵱이에요. 사람 모습인 건 오린데 입은 오리처럼 그렸어요. 갱미는 상자 모양 같고 쵱은 펭귄 모습이에요. 심모람과 갱미 너굴 쵱은 길을 잘 모르는데 오리는 잘 알았어요. 길 잘 아는 친구가 하나라도 있어서 다행이네요. 심모람은 오리와 일본에 놀러가요. 어디에 갈지 계획은 오리가 다 세우고 심모람은 따라다니기만 해요. 둘이 마음이 안 맞아서 싸울 일은 없었답니다. 심모람은 일본에 공부하러 갔던가 봐요. 심모람은 일본말 알아듣고 말했어요. 심모람이 도움이 되기도 했네요. 한국에서는 수줍어서 말 잘 못했는데 일본에서는 이것저것 다 물어봤어요.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곳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전 어디 가는 거 안 좋아해서. 어딘가에 같이 갈 친구도 없군요. 꼭 누군가와 함께 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만화가 일기 같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걸 적어두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답니다. 저는 적어두는 거 잘 못해요. 요새는 일기도 잘 안 쓰는군요. 늘 비슷한 말만 써서. 언젠가 일기 잘 써 보고 싶다고 했는데. 저는 일기 잘 써 본 적 없어요. 자주는 썼지만 그저 제가 하고 싶은 걸 썼어요. 그렇게 쓰기만 하고 실제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일이 일어난다면 그런 걸 쓸지. 안 쓸 것 같아요. 그런 거 써두고 나중에 보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어떤 거든 안 쓰는 것보다 쓰는 게 좀 나을까요. 심모람은 자신이 그린 그림 보고 이런저런 거 떠올리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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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1-01-23 01: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희선님.

여기 알라딘에 자주 들어오지는 못 하지만, 들어오면 항상 글을 찾아 읽고가는 분들 중에 희선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희선님 특유의 문체가 저는 좋더라구요.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소심함과 수줍음은 완전히 다르다고 봅니다. 남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의외로 저는 조금 수줍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소심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수줍음이 있어도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뭔가를 하는 걸 오히려 좋아합니다. 태생적으로 내성적이고 혼자인 시간을 즐기기도ㅠ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또 엄청 즐겨요.

암튼 제 기준에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기준은 늘 바뀔수 밖에 없음을 또 알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에겐 또 그들만의 기준이 있을테니까요.

scott 2021-01-23 16:36   좋아요 1 | URL
저는 희선님에

팬이에요
겸손함이 뭍어나는 문체
그리고 댓글 맨끝에
희선
이라는 발자국 남겨주시는것도 ʕ•ﻌ•ʔ

희선 2021-01-24 01:48   좋아요 1 | URL
어쩐지 좀 부끄럽네요 괜찮을 때보다 우울한 이야기 할 때가 많은 것 같기도 해서... 책 보고 쓸 때는 그런 거 덜 쓰려고 하는데, 쓸 때는 그냥 쓰는데 나중에 그걸 보면 왜 썼지 할 때 많습니다 그래도 잘 안 고치고 올리는군요 이것도 마찬가지예요

소심함과 수줍음은 다르겠지요 다른 사람 앞에서 수줍음을 느낀다 해도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 하는 걸 할 때는 다르겠습니다 현실에서는 못 봤지만, 소설이나 만화에는 그런 사람 많이 나오더군요 실제로도 있겠습니다

감은빛 님은 친구하고 잘 어울리고 사람들 앞에서 뭔가 하는 걸 좋아하시는군요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뿐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도 좋아하는 듯해요 어떤 걸 더 좋아하는지 사람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기도 하네요 그런 건 어쩌다 한번만 생각하지만...


희선

희선 2021-01-24 01:55   좋아요 1 | URL
scott 님이 먼저 답글을 쓰셨군요 여기 남겨주신 말씀을 보니 기분 좋네요 고맙습니다 가끔 우울한 것도 쓰지만... 2021년에는 괜찮은 거 쓰면 좋을 텐데, 일월부터 게으르게 지내서...


희선

페크(pek0501) 2021-01-23 14: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심함의 동의어는 신중함이라고 봐요. 신중해지면 생각이 많아져서 소심해지거든요.
반대로 소심하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 신중해지고요.

저는 소심한 면이 있기도 하고 수줍어 할 때도 있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을 때가 있어 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반반이에요. 반반치킨처럼. ㅋㅋ

scott 2021-01-23 16:35   좋아요 1 | URL
페크님 말씀애 동감!합니다.
조직 사회에서 소심함이 대형 프로젝트가 떨어졌을때 신중하게 해결하는 이들이 많더군요
코로나 팬더믹때 더욱!


희선 2021-01-24 01:51   좋아요 2 | URL
소심해서 뭔가를 정하지 못하면 그걸 안 좋게 여기기도 하지만, 그게 신중함이 되면 나아 보이겠습니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때를 잘 알아야 할 텐데, 어떤 때는 서두르기도 하네요 그러고 나서 왜 그랬지 하는...

소심하고 수줍은을 갖고 있다 해도 다른 자신을 만날 때도 있을 거예요 자신도 모르는 뜻밖의 자신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그런 건 중요한 때 나타날 듯합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