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 모비 딕 - 허먼 멜빌
크리스토프 샤부테 각색.그림, 이현희 옮김, 허먼 멜빌 원작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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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에는 고래기름을 얻으려고 고래를 많이 잡았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고래를 잡아도 고래가 줄어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겠지요. 고래만 그렇게 생각했겠어요. 지금은 지구온난화와 바다로 떠내려간 플라스틱 때문에 고래나 물고기가 죽기도 합니다. 고래가 죽은 걸 보고 왜 죽었는지 모른다고도 하는데, 정확한 까닭은 몰라도 보면 알잖아요. 사람이 많이 잡은 게 첫번째고 다음은 먹으면 안 되는 걸 먹어서지요. 이 책을 보고 이런 말을 먼저 하다니. 좀 더 다른 걸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래전에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겠습니다. 넓은 바다에서 고래를 보면 작은 보트를 띄우고 작살로 고래를 찔러서 잡다니. 아주 큰 고래를 잡을 때는 배가 부서지고 작살에 이어진 밧줄이 다리나 팔에 감겨 바닷속에 끌려가기도 했을 것 같아요. 고래 잡다 죽은 사람 많겠지요.

 

 사람이 바다에서 오래 지내지 못하던 때도 있군요. 비타민C가 없어서. 시간이 흐르고 바다에서 채소를 먹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는군요. 그걸 몰랐을 때는 많은 사람이 죽었겠습니다. 바다에 갈 때 채소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걸 안 뒤로는 커다란 배를 더 만들고 멀리까지 갔겠지요. 대항해 시대라고 하던가요. 그때 고래잡이 배도 많이 늘었겠습니다. 바다에서 조용히 살던 고래는 사람이 나타나서 무서웠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고래 마음을 아는 건 아니지만. 아니 무섭다기보다 배를 보고 그저 커다란 물고기나 자기 동료로 생각했을 것 같네요. 이것도 사람인 제 처지에서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소설 ‘모비 딕’은 무척 두껍습니다.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책이 어떤지 본 적은 있어요. 두꺼운 책을 그래픽노블로 만들었습니다. 소설로 만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그래픽노블은 한번 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걸 보면 다는 아닐지라도 ‘모비 딕’을 조금 느낄 듯합니다.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도 나오는데 그저 그림만으로 말하기도 해요. 시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 없이 그림만으로 된 이야기가 없지는 않군요. 저는 그런 건 별로 못 봤습니다. 그림책도 많이 못 만났네요. 말이 없는 그림만 봐도 이해가 되는 게 있기는 하겠지요. 화가가 그린 그림은 거기에 여러 가지를 담겠습니다. 그걸 다 알기는 어렵겠지만. 이걸 보니 소설은 어떨까 하는 마음이 조금 생겼습니다. 언젠가 소설로 만날지, 평생 못 만날지. 이 책은 죽기 전에 읽어야 하는 책 1001권에서 한권이기도 하네요. 그게 다 맞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모비 딕’이 한번 만나봐도 괜찮은 책은 맞겠지요.

 

 허먼 멜빌 하면 《필경사 바틀비》가 생각납니다. 이 책도 아직 못 봤지만. 허먼 멜빌은 실제 고래잡이 배를 타기도 했더군요. 자신이 경험한 걸 소설로 썼어요. 바틀비도 다르지 않았을지. 허먼 멜빌은 필경사보다 서기로 일했던데. 허먼 멜빌이 살았던 시대에도 필경사가 많았을까요. 아주 없지는 않았겠지만. 식인종과 함께 지낸 적도 있어서 여기에 식인종이 나오는가 봅니다. 식인종 퀴퀘그. 겉모습은 그래도 사람을 잡아먹지는 않아요. 퀴퀘그는 작살잡이로 고래잡이 배에 타려는 남자와 함께 같은 배 피쿼드 호에 타요. 피쿼드 호 선장이 예전에 향유고래한테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해브 선장이에요. 에이해브 선장 이름은 들어봤어요. 에이해브가 쫓는 흰 고래는 한 마리뿐일까요. 고래는 많을 텐데 같은 걸 다시 만나기도 할지. 이런 생각하면 안 될까요. 여러 사람이 그 고래를 보기도 했으니 같은 고래가 맞겠지요.

 

 자기 다리 한쪽을 물어뜯어간 흰 고래를 에이해브는 원수처럼 생각하더군요. 악마라고도 해요. 그건 자신이 잡고 싶지만 잡지 못한 걸 말하는 걸까요. 자연일지. 에이해브 선장은 흰 고래한테 미친 듯해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갈 때 선원들한테 자신과 그 고래를 잡자고 하고 고래를 만나자 나흘이나 쫓아가요. 선원은 선장 말을 들을 수밖에 없겠지요.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에이해브 선장한테 이제 그만두자고 말하기도 하는데. 고래가 작살에 맞고 바닷속에 들어가거나 사람 팔이나 다리를 물어뜯는 건 본능이지요. 자기도 살아야 하니. 작살에 맞으면 아프니 날뛰고 그러다 배에 몸이 부딪치기도 하겠지요. 에이해브 선장이 쫓던 흰 고래는 피쿼드 호를 부수고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에이해브 선장과 선원은 모두 죽고 단 한사람만 살아 남아요. 이슈미얼.

 

 이슈미얼이라는 이름은 소설에서도 마지막에 나올까요. 이 책을 보니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가 생각났어요.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노인과 에이해브 선장은 다르군요. 무언가와 맞서 싸우는 건 비슷한 듯하지만. 앞으로도 흰 고래가 사람한테 잡히지 않았으면 해요. 에이해브 선장만큼 흰 고래한테 집착한 사람은 없었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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