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느 밤 세상은 빛으로 가득찼어요
그건 아주 순식간이었어요
누군가는 텔레비전을 보고
누군가는 책을 보고
누군가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누군가는 친구를 만나고
누군가는……
저마다 무언가를 하던 사람은 갑작스러운 일에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어요
움직이려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자신조차도
아주 조용한 몇 초가 흐르고
온 세상은 외마디소리로 들썩였어요
“이건 대체 무슨 일이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세상이 끝나는 거야”
“어둠은 어디로 갔지”
정말 어둠은 어딘가로 사라졌을까요
다행하게도 곧 세상은 본래대로 돌아왔어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