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
송주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제 조카중에 미술을 공부하는 아이가 생겼다. 올해 1월 그 조카아이와 두 개의 미술전을 다녀오며 스스로 아는 것이 별로 없음을 깨닫는다. 그나마 오랫동안 사진을 취미로 하며 공부한 내용들과 가톨릭 신자라 성경에 대해 아는 내용으로 작품에 대해 알려줬을 뿐이었다. 그 부족함도 아쉬웠고, 나 역시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읽게 된 책이다. 프롤로그를 읽으며 저자보다 특출나지도 않은 경력이 드문드문 이어가다 단절이 된 것을 안타까워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우선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책은 '개인 취향 존중 시대의 그림 감상법', '오래전 미술 다시 보기', '반전 있는 그림 보기', '근현대 미술 다시 보기', '동시대 미술 다시 보기', '그림 속 여자, 그림 그리는 여자', '내일을 위한 미술교육' 총 일곱 부분으로 구성된다.
개취 존중의 1부에서 처음 만나는 감상법은 내가 성경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조카에게 설명해 줬던 방식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부분이었다. 내게는 알고 있는 그림의 스토리가 있었기에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이어지는 형식과 내용으로 보는 그림에 발을 디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깊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은 내 배움이 한계였음도 인정한다. '무제 그림 보기'는 그동안 어떻게 봐야 할지 몰라 내 멋대로 느끼고 말했던 무제 그림을 보는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1부 마지막 부분에서는 오랜만에 '낯설게 하기'를 마주한다. 그림을 볼 때 뇌가 익숙한 것을 먼저 선택한다는 부분에서 13년 전 스페인에서 봤던 엘 그레코의 그림으로 인해 그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던 일을 떠올린다. 또, '나의 취향을 안다는 것이 결국 나를 아는 것'이란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2부에서는 머나먼 과거의 미술을 돌아보며 시작한다. 데니소바인에 대한 내용은 생소했다. 이어지는 미라와 관련한 머미 브라운 이야기는 그래도 들어본 바가 있는 내용으로 시작되었는데 뒷이야기가 더 흥미를 끈다. 바니타스 정물화는 익숙한 편이라 반갑게 다가갈 수 있었다. 달항아리에 대한 내용이 더 낯선 것은 서양 미술 보다 한국 미술사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더 많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3부에서 다빈치의 생모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한 듯하다. 그 글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저자의 말 또한 생각을 해봐야 할 내용이다. 이런 문제는 문학사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을 들 수 있기에 더 생각을 해보게 하는 부분이었다.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눈길을 끈다. 우리에게 오세영 작가의 『베니스의 개성상인』의 서사가 영향을 더 주었기에 그 사람이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였길 바라는 마음이 컸는지도... 당시에 살고 있지 않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문헌을 통해 새롭게 발견되거나 증명이 되는 내용들이 불편할지도 모르나 그렇기에 더 묘미가 있는 게 아닐지... 미술 복원에 대해 렘브란트의 작품에 대한 내용은 다른 책에서 읽었던 기억도 나는 듯했다. 그보다 저자가 추천한 『시간을 복원하는 남자』(문학동네, 2018)라는 책에 관심이 가는 것은 또 다른 독서로의 연결선일까?
4부에서는 미술저작권에 대한 내용과 내겐 익숙한 겸재 정선과 윌리엄 터너를 발견한 이들의 안목이 있었기에 그들의 작품이 내 눈에도 익숙해질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마네와 뒤상의 이야기들은 예술가들의 삶을 정상적인 생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도 다시 확인하게 되는 내용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작품이 이어져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5부의 내용은 오히려 생소하다. 학문이나 책을 통해 접하게 되는 대부분의 예술이 근현대의 작품들이었기에 동시대의 작품들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짐을 확인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내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들 역시 동시대의 미술 작품들이 아닌가 싶은 부분이었다.
6부를 읽으며 그러고 보니 내가 아는 여성 화가도 손에 꼽는다는 것을 확인한다. 크게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책에서 언급하는 정강자 화백은 이 책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 듯하다. 어느 순간 익숙하게 고민 없이 받아들이기만 했기에 여성 화가에 대해 깊은 생각은 없었던 게 아닐지... 그나마 영화나 매체를 통해 조금 접했던 화가들에 대해서 이름이나 그들의 작품 일부를 알고 있을 뿐이었음을 확인한다.
7부는 졸업 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미혼이기에 더 관심 있게 생각하지 않았던 내용을 잠시나마 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전시회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지난 조카와의 전시회 때를 떠올리면 평소 혼자 관람할 때보다 더 빠르게 관람하고 나온 듯하다. 미술을 공부하는 조카를 위해 함께한 시간이었으나 서로의 관심사가 보는 것이 다르기에 시간의 차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그날을 회상하니 조금은 더 꼭꼭 씹으며 소화를 시켜야 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책을 통해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할지 조금 더 고민을 해보며 그동안의 방식이 틀리지만은 않았다는 것과 동시대의 미술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전시회 등을 즐기나 아는 게 없어서 이렇게 관람하는 게 맞는지 의혹이 생기는 이들이라면 관람 방법에 대해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