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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 - 시로 옮기고 싶은 순간을 놓치다
로저 하우스덴 지음, 김미옥.윤영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워즈워드가 '시는 감정의 발로'라고 말 했던가. 그러나 우리는 그 감정을 느끼기 전에 시를 이성적으로 접하고 텍스트로 분석하며 시의 진정한 문학적 즐거움 보다는 시험을 위한 지겹고 딱딱한 과제로 접하며 시와 멀어진다.
전에 어떤 출판사의 행사장에서 문태준 시인은 시가 우리의 일상과 주위의 사소한 것도 모두가 시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우리가 시를 접하는 것은 딱딱한 교과서 안에서 주로 접하기에 우리는 그러한 사소함의 소중함 보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시어의 뜻이 무엇인지를 맞춰야 한다는 경직된 시간 속에서 시를 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시인이 언젠가 자신의 시에 관한 기출문제들을 보고 답을 적었는데 많이 틀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시험이란 정형화된 답을 지정하고 문제를 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시를 쓴 시인의 답과 다르다는 것은 많이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책은 그랬던 시를 과제와 시험의 틀에서 벗어나 독자와 만나게 만들어 준다. 어떤 특정의 목적성 보다는 시를 읽고 즐기면서 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랄까? 저자는 이성적인 시각 보다는 감정의 시각인 마음을 열도록 글들을 이끌어 나가며 독자와 시와의 거리를 좁혀주며 그렇다고 무작정 작가의 생각을 따르라기 보다는 독자 스스로가 생각할 여지를 두며 책에 소개된 시들을 음미하게 만들어 준다.
책은 시를 통해 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해야할까? 다양한 부제를 통해 시가 만들어진 기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시와 저자의 글들을 통해 차근차근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그동안 우리가 '이 시의 이 단어는 이런 뜻이야'라며 눈과 머리로가 접하며 시에 다가갔던 시간과는 다르다).
시가 생활에 들어오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이 책의 휴대성이라고 할까? 적당하게 크지고 작지도 않은 크기의 책은 종이의 재질이 가벼워 휴대하여 읽어가기에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라는 녀석은 알아갈수록 처음에 보여주던 것처럼 속마음을 다 보여주기 보다는 또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간다고 할까? 변덕스러운 애인처럼 항상 챙기고 보살피지 않는다면 우리 곁에 오래 머무르지 않기에 그 휴대성은 시와의 친밀감을 쌓기에 훨씬 좋은 강점이다.
시집을 읽으며 그동안 외국시를 거의 읽지 못했던 내게 더더욱 시야를 열어주는 시간이었고, 시와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던 내게 그 거리감을 좁혀주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우리 나라의 시 교육도 이 책의 내용처럼 부드럽게 다가간다면 문학의 꽃인 시가 더욱 활짝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