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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수아즈 사강에 대해서 내가 아는 정보는 단편적인 것들이다. 그녀가 『슬픔이여 안녕』이란 작품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그 소설 속에 나온 문구가 김영하씨의 소설 제목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정도? 하지만 김영하의 소설 제목으로 쓰였을 정도의 소설이라면 그녀에게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해 책을 읽어갔다. 분명 그녀는 단명하지 않았는데 나는 그녀의 글들과 이야기 속에서 겹쳐지는 '전혜린'의 이미지는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설명하기 어렵다. 표지에서 그리고 앞부분에 보이는 사진들은 미소년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녀의 이 책의 제목들과 관련된 각각의 글들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전달한다. 마치 그때로 돌아간 심정이었을까? '빌리 홀리데이'에 대한 아쉬운 추억과 도박에 대한 희열, '테네시 윌리엄스'와의 첫 만남에서 아쉬운 마지막까지 작가는 자신의 발걸음과 흔적들을 회상하며 펜 끝으로 정착시키는 단어와 단어들 사이에 자신의 혼들을 뿌려놓는다.
책을 읽으며 나는 작가와 같은 장소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바로 작가의 진정성이란 것일까? 분명 전세대의 유명인들을 만나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한 느낌...오랫동안 사랑을 받았고 여전히 사랑 받고 있는 고인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후일 유명한 작가가 되어 내 삶에 대한 글들을 이렇게 진솔하게 써내려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아직까지 나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아무리 글을 쓰고 진솔함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나 자신의 치부는 최대한 드러내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치부마저도 자신의 친구처럼 느끼고 있으니 그런 작가의 글이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있어온, 앞으로 다가올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을 생각해보며 아직가지 접하지 못한 작가의 소설에 대한 호기심에 불을 붙이는 계기를 만들어준 이 책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젠가는 자신의 틀을 깨는 작업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틀을 깨버릴 용기가 없기에 나는 펜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이만 글을 줄인다.-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