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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 감정 - 제20회 편운문학상 수상작 ㅣ 민음의 시 158
김지녀 지음 / 민음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시소의 감정...
시집을 보기 전에 제목만 들었을 때의 느낌은 뭐랄까...심리학 책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했었다.
시소와 감정...사랑에 대한 심리학, 혹은 인간관계의 심리학 관련 서적의 책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제목이라 내 멋대로 그런 생각을 했었다.ㅋ
하지만 이 책은 등단 3년차 되는 젊은 시인의 첫시집이었다(어쩜 이렇게 이름도 예쁘고 확 들어오게 정했는지...너무 마음이 가는 제목).
지난 9월 우연히 별과 관련된 시낭송 행사 때 사회를 봤던 시인으로 기억하는데 안시아 누나 떄부터 정말 여성 시인들의 미모에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꾸준히 미녀 시인들이 늘어간다는 생각을 해봤다(습작 딱지도 못떼고 그딴거만 생각하는 이상한 인간이라 뭐라 하지 마라...나도 미혼의 남자라 미녀에게 호감이 갈 수 밖에 없다ㅋ).
제1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저자의 시집은 가을과 대조적인 하얀 바탕에 보이는 연두색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저자 서문의 짤막한 글을 읽으며 시인의 아버지께서 시인 나이 열다섯에 돌아가셨음을 알 수 있었다(누구나 보면 다 아는 사실을 나만 아는 듯 말하고 있다).
시인의 시는 독자들에게 이야기 하듯 다가온다. 그리 많은 시집을 읽지 못하고 있지만 그동안 읽어본 시인들의 시들은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느낌 보다는 우리와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시 같았는데 이 시집의 시들은 쩍쩍 갈라져 메마른 가슴 사이로 조심스럽게 스며든다. 대부분의 시들이 우리들의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것들이라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는 익숙함에 빈틈을 열어놓고 있는 독자들의 시선을 파고 들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어느새 쏟아 놓는다. 그것도 친근한 목소리를 빌려서...
순수문학을 표방하는 시들이 언제부터인가 독자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감수성을 건드려 주는 시들이 더욱 친숙하기 때문이다. 시집의 표제시를 빌려 말하자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ㅋ 그러한 내 시사랑이 문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시인들의 시를 어렵게 받아들이는 이유일지 모른다. 하지만 뭐 그런대로 난 좋다. 자신들만의 취향이 있고 생각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남들이 뭐라 해도 각자의 컬러로 '낙천적이거나 비관적인 저녁 쪽으로/우리는 두껍게 하늘을 덧칠'하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이 아니겠는가?
입동이 지나 비가 내려 쌀쌀한 어느 날, 신춘이란 병이 깨어날 즈음 시집을 읽는다. 아니, 시인과 대화를 나눈다. 어느 새 시인은 내 손을 잡고 내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와 따뜻함을 전달한다.-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