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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 - 그림과 나누는 스물한 편의 인생 이야기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제목과 책의 장르가 나를 사로 잡는다.
미술이라곤 잘 알지 못하는 내게 이 책은 미술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뒷문을 열어준다.
1부 고흐의 구두를 신다
2부 샤갈의 무중력 속을 날다
3부 렘브란트의 자화상 앞에 서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각부의 대표적인 컬러 1부(자주색), 2부(남색), 3부(녹색)으로 구분되며 각각의 열쇳말을 주제로 삼아 도입부에는 그 주제와 관련된 열쇳말에 부가되는 소제목과 인용문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내용은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는 방식으로 글에 집중을 시키는 저자만의 스타일이 엿보인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와 열쇳말에 연관되는 작가와 미술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어렵게 느끼는 미술 작품에 대해 작품의 원작자의 글들과 평론가의 말들을 인용하며 더 쉽게 독자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1부에서 다루고 있는 열쇳말들은 '희망', '재생', '가난', '떠남', '인생', '행복', '추억'으로 특히 책의 첫 열쇳말인 '희망'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를 통해 세계인의 주목을 끌게 된 19세기 말 영국에서 활동했던 조지 프레드릭 왓츠의 <희망>이란 그림을 설명해준다. 오바마가 그 그림을 통해 받은 메시지와 저자가 설명해주는 작품에 대한 글들을 보며 다시 작품을 보면 우리가 그냥 흘려지나갈 부분들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가난'이라는 부분에서는 유명한 밀레의 그림 '이삭줍기'에 대한 그 동안의 내가 느끼고 보았던 농촌의 한적한 풍경이 아닌 가난하기에 이삭이라도 주워야 하는 여인들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행복'이라는 부분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전시중인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그림들을 보여주며 르누아르의 그림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 화가 자신의 작가적 의도 속에 녹아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2부의 열쇳말들은 '눈물', '아름다움', '고독', '사랑', '폭력', '모델', '죽음'이다. '눈물'에서 그동안 책과 여러 매체를 통해 본 기억이 있는 파블로 피카소의 <우는 여자>라는 작품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으며 피카소의 바람끼와 그의 사랑에 상처를 입었을 수많은 여인들의 눈물 또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황혜선 작가의 작품 <흘리지 못한 눈물>을 보면서 처음에는 이 정도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작품에 쓰여진 크리스털에 쓰여진 작은 '그래', '괜찮아'라는 글자들을 보면서 너무 작품을 쉽게 생각했음을 반성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주제 앞에 작가들의 작품과 그에 대한 글들에서 사랑의 위대함을 느끼고, '죽음'이라는 주제 속에서 '바니타스화'라고 불리는 인생무상과 삶의 허무함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3부는 '용서' ,'침묵', '명상', '전쟁', '관음', '불안', '늙음'인데 특히 첫 부분인 '용서'에서부터 많은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는데그 이유는 내 방에도 있는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아>라는 작품이었다. 종교를 가진 내게 잠시간의 외도에 대한 반성의 시간 가장 간절하게 다가왔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이 그림은 보는 것 자체로도 '용서'의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침묵'에서는 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 막스 피카르트의 문구들과 함께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들이 침묵의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 책은 이렇게 예술 작품에서 오랫동안 주제로 쓰여진 단어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하며 예술을 삶과 구분해서 보는 것이 아닌 삶 속에서 보고 느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좋은 작품들과 작가의 흡입력 있는 글들이 미술 작품과 동떨어져 지내고 있는 내게 결코 미술 작품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생각하게 해준 좋은 시간이었다.-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