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일기장 - 백문백답으로 읽는 인간 다산과 천주교에 얽힌 속내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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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10년 전 즈음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가톨릭 신앙을 가지며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내게 다산의 친척들은 알아야 할 신앙의 선조들이었다. 하지만 유독 다산이 천주교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치적인 문제에 깊게 관련이 되어 있었고 조선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바 있기에 더 주의를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다산과 천주교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에 관심을 갖게 된 책이었다. 뭐 그렇든 아니든 그의 집안과 한국 초대 천주교는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정민 교수의 책을 읽어 나갔다.


  책은 '백문백답을 열며'로 시작하며 다산의 네 권의 책 '금정일록', '죽란일기', '규영일기', '함주일록'으로 문답은 진행되어 나간다. 책 자체가 다산의 네 권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백문백답이다. 개인의 기록 마저도 건조하게 적었으면서도 짜임새 있게 다른 기록들과 얽혀 있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평범한 나 같은 이는 내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썼는지도 잘 기억을 하지 못하기에 더더욱 대단하게 여겨진다. 초반부 '백문백답을 열며'에 나오는 글들을 보면 그동안에 익숙한 친근한 정약용의 모습보다는 정치 책사로의 모습을 만나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다산의 이미지를 다르게 보게 된다.

  질문들은 정약용의 행적을 돌아보게 한다. 중간중간 일기 원문들이 있어 그 질문들을 보완케 한다. 배교를 했으나 주문모 신부님의 도피를 도운 듯한 정황 등을 보며 천주교 신앙을 가진 내 입장에서는 '역시...'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윤유일 · 최인길 · 지황 세 사람이 붙들려 와 죽음을 당했을 때의 일들이나 좌천의 사유나 그에 대한 정조의 태도도 종종 여러 영화에서 비유로 드러나는 정약용과 정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정조의 금정찰방 임명의 의도를 들여다보면 다산이 자신에게 필요한 인재였기에 기회를 열어준 게 아니었을지... 천주교 신앙을 가진 입장에서는 결국 천주교 조직 검거는 불편한 내용이었다.

  다산의 네 일기의 원문들을 보면 부록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당시 문인들의 일기 스타일이었는가 생각하게 한다. 특히, 시를 적어두는 내용을 보며 내 시 쓰기의 게으름을 돌아보게 한다. 당시 정무로 바쁜 정약용 선생도 이렇게 글을 다듬고 다듬었기에 추후 유배지에서의 문집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도 싶었다. 그리 바쁘진 않아 시간도 있으나 시가 써지지 않는다며 미루다 가끔 습작을 하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 타인의 글에 대한 부러움을 갖기보다 그 시간에 더 내 글을 써야 했던 것은 아닌지를...

  다산 정약용의 일기에 질문으로 다가가는 책의 전반적인 내용들은 일기를 읽기보다는 종종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도 있었다. 행간을 읽는다는 표현을 이 책을 읽으며 느끼게 된다. 정민 교수처럼 다산 선생의 책들을 깊이 읽어보지 않았기에 전반적인 저자의 문답에 호응을 하며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되는 듯했다. 또, 타인의 글을 이렇게도 읽을 수도 있겠구나 배우는 시간이었다.


  적지 않은 분량이며 내가 잘 아는 분야의 책은 아니기에 어려울 때도 했으나 호기심이 가는 내용이라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었다. 다산 정약용과 천주교에 얽힌 이야기를 깊이 탐구하며, 조선 후기의 역사와 문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다. 천주교 신앙을 가진 독자에게는 그의 삶과 종교적 관계를 돌아보는 기회이자, 조선 후기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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